[덕tionary] ㅂ: <발리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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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4년 1월 3일부터 2004년 4월 7일까지 방송되었던 SBS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이 주연을 맡고 김기호, 황성연 작가가 극본을 최문석 감독이 연출을 맡음. 크레딧에는 제작으로 명시되었던 이선미 작가 역시 극본에 참여.
b. 멜로드라마의 일반적인 갈등 관계 틀을 삼각관계에서 사각관계로 넘어가게 한 기념비적 작품. 주인공 네 사람 중 셋이 죽음을 맞았던 충격적 결말로 상징되듯 극 전반을 지배한 비극적 정서로 로맨틱 코미디의 성향이 일반적이던 멜로 장르의 온도를 높인 문제작.
c. 최고 시청률 40% 이상을 기록한 작품으로 조인성, 하지원이 제 40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소지섭이 인기상을, 김기호 작가가 극본상을 수상.

연관어: 이선미, 김기호 작가
a. 부부 드라마 작가. , , , 등 1990년대 대표적인 트렌디드라마를 각각 또는 함께 집필. 2003년 이김제작단을 설립해 제작. 이후 , 등 화제작 공동 집필.
b. 현재 방송 중인 SBS 월화드라마 의 작가. 은 본인들 전작의 그림자가 짙은데 특히 ‘ 2012 버전’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인물들의 구도와 심리 묘사가 흡사함. 하지만 밀도가 떨어지는 캐릭터 구축과 무리한 사건 설정, 감정선을 해치는 전개 등 아직까지는 이 얼마나 잘 만든 작품이었는지를 반증하는 데 그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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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계급 갈등, 가진 자의 위선, 가난한 사람들의 박탈감 그런 것들이 녹아있죠. 최상위 계급인 재민과 최하위 계급에 가까운 수정이 사랑을 나누게 되면서 이런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열린 듯 보이지만 결국 그들도 각각의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죠. 아무도 양보하려 들지 않는 욕망이 결국 어떤 종말을 맞이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 와의 인터뷰에서 김기호 작가의 말

은 발리라는 환상성의 공간에서 만나 서울이라는 분명한 계급의 현실에서 재회한 뒤 가고 싶은 곳과 머물어야 하는 곳, 갖고 싶은 것과 지켜야 하는 것, 욕망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련한 인간들의 이야기였다. 계층적 요소와 이를 전복하고자 하는 욕망이 로맨스를 위한 장식이 아니라 극의 전면에 나섰던 은 선악을 단언할 수 없는 인물들의 복합적인 관계를 통해 ‘낭만적 사랑’이라는 멜로드라마의 신화에 의문을 제기한 작품이기도 했다. 인욱(소지섭)-영주(박예진)-재민(조인성)에서 시작된 관계는 인욱-수정(하지원)-재민의 관계로 중심축을 옮겨 중첩되고 가혹하게 얽힌 채 각자 욕망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이들은 결국 모두 함께 파국에 이른다. 사랑이 갈등의 씨앗인 동시에 이를 해결하고 해피엔딩으로 가는 마법의 열쇠기도 한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와 달리 의 사랑은 욕망에 잠식당한 채 끝내 아무도 구원하지 못 했다.

특히 은 멜로드라마의 관습과 패턴을 일정 부분 유지해 대중성을 확보하면서도 이를 비틀었고 이 때 발생하는 균열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수정과 재민은 가난한 현실에 수난 당하는 여자와 안하무인 재벌 2세 남자라는 멜로드라마의 전형적인 옷을 입었다. 하지만 여자는 순수하고 가련하기만 한 게 아니라 돈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었고, 남자는 부와 권력을 가졌지만 스스로 획득하지 않은 그것에 그 자신도 억압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래서 은 ‘남자의 멜로’, 즉 ‘정재민의 드라마’였다. 물론 “비빌 언덕”이라고 생각했던 이에게 “마지막 자존심”인 마음을 주고 말았던 수정의 비극도, 노력으로 획득한 고학력과 엘리트라는 지위만으로는 계급을 뛰어넘어 영주를 소유할 수도 없고 “날 보는 것 같던” 계급적 동지 수정과 행복할 수도 없던 인욱의 좌절도 아팠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인 눈물 신을 부여받은 이는 재민이었다. 그렇기에 은 “아버지, 저 그 여자애 사랑해요.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그 여자애만 허락해주세요”라며 울부짖던 남자, 전화기 너머로 진심을 들킬까봐 터져 나오는 울음을 틀어막던 재민이 끝내 석양 아래서 무릎 꿇고 쓰러지던 모습으로 기억되는 드라마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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