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달라 하였으나? 잊어주길 바라느냐? 미안하구나.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 MBC <해를 품은 달>에서 탈을 쓴 채로 연우(김유정)의 손을 잡고 한적한 곳으로 데려간 세자 훤(여진구)은 탈을 벗고는 이렇게 고백했다. 올해 나이 열여섯 살인 배우 여진구를 향한 누나 팬들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해를 품은 달>의 아역 분량이 끝난 지 약 2개월, 심지어 <해를 품은 달>이 막을 내린 지도 보름이 지났다. 그럼에도 신하들에게 양팔을 묶인 채 멀리서 연우를 바라보며 “나의 빈이다”라고 눈물을 흘리던 여진구의 여운은 여전히 진하게, 그리고 깊게 남아있다. 지우려 하였으나, 도저히 여진구를 지우지 못하였다.

영화 <새드 무비>로 데뷔한 지난 2005년, 여진구의 나이는 겨우 8살이었다. 그러나 죽어가는 엄마 앞에서 애써 눈물을 참더니 몰래 밖에 나가 비를 맞으며 통곡하던 휘찬의 모습은 도저히 어린 배우가 표현했다고 믿기 힘든 감정 연기였다. 그때부터였다. 여진구라는 배우가 마냥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아이가 아니라 어느 순간 어른들의 마음을 쿡 건드릴 줄 아는, 만만치 않은 내공의 배우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은. 또래 친구들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진구는 그 흔한 사춘기 시절도 “물 흐르듯” 지나왔다고 회상한다.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사춘기 때 엄마, 아빠랑 얘기도 안 하고 밥도 안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전 안 그랬거든요. 어떻게든 부모님께 빌붙어야 (웃음) 밥도 얻어먹을 수 있고, 또 스케줄 때문에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까 부모님의 심기를 건드리면 좋을 게 없다는 걸 알았어요. 으하하하. 친구들이 가출하고 싶다고 얘기할 때도 “왜? 집이 제일 좋아. 마음껏 먹고 잘 수 있잖아”라고 얘기했어요.” 친구들이 부모님께 어리광을 피우는 사이, 여진구는 SBS <일지매>, <자이언트>, <뿌리깊은 나무> 등을 거치며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건지, 아련하면서도 먹먹한 눈빛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궁금하다면 여진구가 추천한 음악을 한 번 들어보자. 다음은 여진구가 혼자서 감정을 잡을 때 자주 듣는 노래들이다.




1. 케이윌(K.will)의 <니가 필요해 (I Need You)>
여진구의 첫 번째 추천 곡은 자신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케이윌의 ‘니가 필요해’다. “이 노래를 가장 먼저 고른 이유는요… 우선 제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노래잖아요. 하하.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 케이윌 형이 저한테 굉장히 잘해주셨어요. 노래도 정말 좋아서 요즘 자주 듣고 있어요.” 사극에서 현대극으로, 드라마에서 뮤직비디오로 장르만 바뀌었을 뿐 케이윌의 ‘니가 필요해’ 뮤직비디오에서도 누나들을 울리는 여진구의 오열 연기는 여전했다. 물론 극 중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손등에 ‘너 내꺼’라고 쓰거나 달콤하게 윙크를 하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2. 빅뱅(Bigbang)의 < ALIVE >
“빅뱅의 ‘BLUE’는 중독성 있는 노래예요. 특히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면’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외로운 느낌의 노래라 고독한 감정을 잡을 때 많이 들었어요. 무대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평소에 빅뱅 형들 팬이에요. 탑 형은 멋있고, 지드래곤 형은 무대 위에서 즐기는 모습이 좋고, 대성이 형과 승리 형은 정말 재밌는데 그런 점을 배우고 싶어요. 노래를 굉장히 잘하시는 태양 형도 엄청 부러워요. 전 아직 목소리를 가다듬는 중인데… (웃음)” 1년 만에 5집 앨범으로 컴백한 빅뱅은 ‘BLUE’를 포함한 전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는 자신감을 보였고, 컴백과 동시에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3. Adele의 <21>
여진구의 세 번째 추천 곡은 2012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베스트 쇼트 폼 뮤직 비디오까지 총 6관왕을 차지한 아델의 ‘Rolling In The Deep’이다. “우연히 이 노래를 접하게 됐는데, 딱 듣는 순간 ‘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특이한 목소리를 좋아하거든요. 솔직히 노래만 들었을 땐 목소리가 정말 소울풀하셔서 흑인분이신 줄 알았어요. 지난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상도 많이 타셨더라고요. 혼자서 감정을 잡다가 먹먹한 상태에 있을 때 아델의 목소리를 들으면 좋은 것 같아요.”



4. 비틀즈 ‘Let it be’가 수록된 <오마주 투 비틀즈 (Hommage To Beatles)>
여진구가 “이건 좀 옛날 노래지만 정말 명곡인 것 같아요. 워낙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잖아요”라는 말과 함께 소개한 네 번째 추천 곡은 비틀즈의 ‘Let it be’다. “어렸을 때 분위기 있는 노래를 좋아했어요. 그런 류의 음악을 찾다가 우연히 비틀즈를 알게 됐어요. 처음 듣게 된 비틀즈 노래가 ‘Yesterday’였고, 그 이후로 계속 비틀즈 음악을 찾아보다가 ‘Let it be’까지 듣게 됐어요. 한없이 기분이 좋은 날 있잖아요. 그럴 때 비틀즈의 ‘Let it be’를 크게 틀어놓고 많이 듣는 편이에요.”



5. Jason Mraz의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
이제 막 열여섯 살이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딘가 모르게 남자다운 구석과 듣고만 있어도 좋은 저음의 보이스를 갖춘 여진구가 제이슨 므라즈의 곡을 추천한 것은 꽤 흥미로운 지점이다. 제이슨 므라즈 역시 달콤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기타선율로 많은 여성 팬들의 마음을 빼앗았으니 말이다. “제가 요즘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는 나중에 연주하면 되게 좋을 것 같아요. 발랄하고 로맨틱한 면이 있는 곡이라 이번 <해를 품은 달>을 촬영하면서 감정을 잡을 때 많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는 눈물 연기를 위해 해서는 안 될 상상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대본만으로도 감정이 잡히고 역할에 몰입이 되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제가 완벽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전 그렇지 않거든요. 분명히 못 하는 것도 있고 실수도 많이 해요. 그래서 `역시 여진구는 이것도 잘하는구나`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떡하지? 살짝 틀린데?’라고 생각했어요. QTV < I`m Real 여진구 in Italy >에서 허당 같은 모습을 보여 드리면 부담이 덜 될 것 같더라고요. 아직 여진구가 많이 어리구나, 라고 생각하실 거 아니에요.” <해를 품은 달> 촬영을 끝내고 < I`m Real 여진구 in Italy >를 통해 나홀로 이탈리아 여행에 도전한 여진구는 영락없이 해맑은 열여섯 소년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지도가 무색할 정도로 길을 헤매고, 가방을 잃어버리고, 그러다가도 젤라또 아이스크림 하나에 금세 표정이 환해지고. `리얼`한 모습마저 이토록 사랑스러우니,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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