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셜록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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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판 셜록 홈즈 시리즈가 현대 뉴욕시를 배경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이번에는 이보다 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시리즈에 여배우 루시 리우가 닥터 왓슨 역으로 낙점됐다는 것. BBC 인기 시리즈 의 팬들은 물론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새로운 시리즈는 CBS가 파일럿 에피소드를 주문한 . 많은 보도에서 리우가 여성으로써는 처음으로 홈즈의 조수이자 파트너인 닥터 왓슨 역을 맡게 됐다고 보도를 했으나, 사실은 두 번째다. 지난 1987년 CBS의 TV 영화로 제작된 에서 마가렛 콜린이 닥터 존 왓슨의 후손인 제인 왓슨으로 출연해 홈즈의 짝패 역할을 한 바 있다. 에서 홈즈 역은 과거 TV 시리즈 과 등에 출연했던 영국 배우 조니 리 밀러가 맡게 됐다. 밀러의 홈즈는 런던 경찰국 스코틀랜드야드에서 컨설팅을 했으나 약물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뉴욕의 재활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브루클린의 한 아파트에서 그가 다시 약물중독에 빠져들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조안 왓슨(루시 리우)과 룸메이트를 하게 된다고. 조안 왓슨은 과거 외과전문의였으나, 뉴욕시경 사건 컨설팅을 하던 중 실수로 환자를 사망하게 해 의사 자격증을 잃었다.

이번 파일럿은 TV 시리즈 을 비롯해 , , , 등의 제작과 집필을 맡았던 로버트 도허티가 각본을 쓰며, 쇼타임의 인기 시리즈 로 잘 알려진 마이클 케스타가 연출을 맡는다. 도허티와 케스타는 2명의 다른 CBS 시리즈 베테랑 프로듀서들과 함께 총제작자 직도 겸임하게 된다. 파일럿 에피소드 제작 소식이 전해지면서, BBC 인기 시리즈 의 관계자들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본래 CBS는 의 제작회사인 하츠우드 필름스에 리메이크 판권을 요청했지만, 이 청을 거절당하자 유사한 시리즈를 자체적으로 구상하게 됐다는 것. 특히 조니 리 밀러의 홈즈 역 캐스팅은 그가 의 주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함께 지난해 내셔널 시어터 프로덕션 연극 에 출연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한 이 연극에서 밀러와 컴버배치는 닥터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창조물 역을 번갈아 가면서 연기해 큰 인기를 끌었었다.

이어지는 셜록의 후예들, 완성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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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모팻과 마크 개티스와 함께 의 프로듀서인 수 버츄는 한 인터뷰에서 “조니는 좋은 배우다. 하지만 이번 파일럿 각본이 우리 시리즈와 많이 달랐으면 한다”고 밝혔다. 버츄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이미 CBS 측에 저작권 위반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를 한 상태라고. 이에 대해 CBS 관계자들은 “모든 저작권 법규를 준수할 것”이라며, 하지만 셜록 홈즈의 이야기는 저작권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영역이라는 것을 강조해 이들 사이의 분쟁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CBS의 계획대로라면 의 파일럿 에피소드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게 제작됐을 경우, 오는 가을 시즌부터 정식 방영에 들어가게 된다. 반면 시즌 2를 예정보다 수개월 늦어진 2012년 1월에 방영했던 은 BBC로부터 시즌 3 제작을 주문받은 상태이지만 컴버배치와 닥터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 모두 할리우드 영화 출연 중이므로 빠른 시일내 제작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작과 캐스팅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냉담하다. “왜 멀쩡한 영국 시리즈를 꼭 미국화 시켜야 하나”, “돈이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한다”, “닥터 왓슨이 여자면 홈즈와 왓슨 사이는 어떻게 되나? 셜록 홈즈가 무슨 (브루스 윌리스와 시빌 쉐퍼드가 주연한 80년대 로맨틱 탐정 시리즈)인 줄 아나” 등 제작 자체를 반대하는 팬들이 많다. 또 일부에서는 “루시 리우가 현재 출연 중인 케이블 채널 TNT 시리즈 에서 이미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데, 왜 가능성 없는 시리즈로 가는지”를 우려하는 팬들도 있다. 반면 리우의 캐스팅을 2004년에 리메이크 됐던 SF 시리즈 에 비유하는 의견도 나왔다. 원작 시리즈에서 남성의 역할이었던 캐릭터 스타벅과 부머가 리메이크에서는 모두 여성으로 전환됐던 것. 초기에 있었던 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이제 공상과학계에 오래 남을 만한 작품성 있는 시리즈로 꼽히고 있다. 이런 의견은 에 기회를 한번 주자는 방향으로도 옮겨갔는데, 일부 팬들은 결국 시청률로 모든 것이 판결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몇 해 전부터 BBC의 과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 시리즈로 홈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2011년에도 가을 시즌을 겨냥한 홈즈 테마 파일럿 프로그램이 2개나 있었다. 셜록 홈즈의 옛 주소로 이사를 가게 된 두 형제가 홈즈를 수신자로 한 사건 의뢰 편지를 받아 해결한다는 ABC의 와 현대를 배경으로 홈즈의 자손이 사건 해결에 나선다는 CW의 가 바로 그것.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 모두 파일럿 에피소드 제작에만 그치고 시리즈로 픽업되지는 못했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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