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감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 찾는 음악들
안성기│감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 찾는 음악들
사기 캐릭터. 레벨이 높은데다 좋은 아이템까지 소유하고 있는 게임 유저를 가리키는 말에서 그 쓰임이 확대되어 현실에서 능력과 외모, 성품 등 모든 면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단어를 가리킨다. 이 말은 배우 안성기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연기 천재’로 불리던 아역 배우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지금까지 그 흔한 스캔들이나 루머조차 없었던 국민 배우. 오랫동안 유니세프의 일원으로 활동한데다 가정적인 가장이며 후배들에게 따뜻한 선배임을 보여주는 일화들이 줄줄이 뒤따르는 성품까지, 안성기를 떠올릴 때 함께 하는 연관 검색어들은 하나같이 부드럽고 바른 그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그래서 영화 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2007년 일어났던 ‘석궁 사건’에서 출발한 영화는 “개판”이 된 “재판”에서 법이 보장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경호 교수에 의해 움직인다. 그러나 원리와 원칙을 신념으로 삼는 깐깐한 주인공에게 선뜻 호감을 품기란 쉽지 않다. 매사에 법전을 들이대며 따지고 드는 그는 필연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세상은 그를 “꼴통”이나 “희한한 놈”으로 치부해 버린다.

“김경호 교수라는 캐릭터는 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많이 걷어내 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실 영화를 많이 하다 보면 근사하고 매력 있고 부드럽게 포장되기 마련인데 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어요. 그냥 ‘민짜’였어요. (웃음) 아무것도 안 들어간 캐릭터의 모습이 보여서 참 좋았어요. 그래서 신선했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죠.” 그럼에도 결국 김경호 교수를 지지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 과정에는 안성기라는 사람이 가진 힘이 크게 작용한다. 자신에게 억울한 판결을 내린 판사와 법정을 비판하기 위해 법을 공부하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남자는 독단적이고 까다로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성기는 환하게 웃는 단 한 장면만으로 김경호 교수에게 건강한 희망을 담아 보인다. 오랫동안 성실하게 삶을 꾸려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그 미소는 그에게 국민 배우보다 더 값진 훈장이다. 또한, 커피도 오랫동안 광고모델로 활동한 브랜드의 것만을 고집하고, 영화와 가족, 유니세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라고 말하는 배우가 가질 수 있는 명예다. 다음은 즐겨 듣는 음악조차도 영화음악이 대부분인 안성기가 감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음악들이다.
안성기│감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 찾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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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ina의 < Bravissima The Best >
“‘행복은 가득히’는 60년대 이태리 영화 의 주제가예요. 미나라는 정말 매력적인 가수가 불렀는데, 영화 내용과 어울리는 시원한 노래입니다. 이 주제가만 들어도 시원한 바다가 떠오르는 게 영화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죠.” 10대의 신인가수 미나는 이 노래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이탈리아의 국민가수 겸 배우로 오랫동안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특히 ‘행복은 가득히’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여러 국가의 버전으로 재탄생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고 국내에서도 80년대까지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안성기│감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 찾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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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ayo Amagai의 < My Favorite >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말할 것도 없이 좋죠. 특히 의 주제가인 이 연주곡은 언제 들어도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원래 영화음악을 좋아해서 자주 찾아 듣는데 이 곡은 들을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음악들은 전부 아름다워요.” 찰리 채플린이 각본과 연출, 주연을 맡은 영화 의 주제가 ‘Eternally’. 채플린은 이 곡을 비롯하여 영화의 음악까지도 직접 만들었는데 훗날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다.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선율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더욱 감동적으로 장식한다.
안성기│감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 찾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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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ishu의 < Cinema >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야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요즘도 즐겨듣고 있어서 말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감정이 많이 들어가 있고 감성적이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나는데 ‘Calling You’에는 그 모든 것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황량한 사막에 세워진 바그다드 카페는 뿌연 모래 빛이지만 그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갖가지 고운 빛깔로 다채롭다. 여기에 주제가 ‘Calling You’는 특유의 몽환적인 보컬과 멜로디로 영화의 키컬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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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광조의
“평소에는 노래를 부르는 자리도 별로 없고, 노래를 즐겨 부르는 편도 아니지만, 꼭 노래를 불러야 할 상황이 생기면 이 노래를 부릅니다. 금세 신나는 분위기로 만들어 주거든요. (웃음)” ‘오늘 같은 밤’은 세련된 분위기로 80년대에 크게 인기를 끌었다. 최근 원곡을 부른 가수 이광조가 KBS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에 16대 전설로 오랜만에 등장한 데에 이어 MBN 에서는 배우 박건형과 다비치의 멤버 강민경이 돈스파이크의 편곡 버전으로 함께 불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안성기│감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 찾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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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am Cooke의 < Best Of Sam Cooke >
“마지막 노래로는 ‘Summertime’을 골라봤어요. 제 휴대폰 컬러링이기도 한데요. (웃음) 이 곡은 유명한 만큼 여러 버전이 있지만 샘 쿡이 부른 버전을 가장 좋아해요. 이 가수의 목소리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서 팬입니다.” 소울 뮤직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 샘 쿡은 싱어송라이터인 동시에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이자 감각 있는 사업가로 짧은 시간에 괄목할만한 업적을 쌓았다. 그중에서도 그의 나른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돋보이는 ‘Summertime’은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그의 재능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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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정상의 자리에 있었을 것 같은 안성기에게도 아팠던 청춘의 시기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좌절되었던 백수 시절, 다시 배우를 꿈꾸던 몇 년 동안 그는 영화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며 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다. 다음은 안성기가 그때의 그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청춘들에 보내는 메시지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도 안 되고, 일도 잘 알 풀리는 이십 대였어요. 스물아홉 때 을 하기까지 이십 대가 그냥 고스란히 흘러가버린 셈이죠. 그런데 흘러갔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시절을 나의 시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평생을 살 밑거름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운 게 반드시 나중에 약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도 막연했지만 지금 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여러분도 자신을 믿고 기회가 온다는 것을 믿었으면 합니다.”

글. 이지혜 sev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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