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김준수의 새 뮤지컬은 20년째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다. 모차르트처럼 자유를 꿈꾸던 황후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류정한, 송창의와 함께 판타지적인 캐릭터 ‘죽음’(이하 토드)을 연기한다. 경험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던 천재작곡가와 순수한 청년()에 비해 ‘실존하지 않는 존재’라는 캐릭터는 그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요구한다. 진정성만큼이나 뮤지컬배우로서 앞으로 풀어야 할 테크닉적인 숙제도 많다. 하지만 김준수는 말한다. “어떤 작품을 하든 정말 뮤지컬을 사랑해서 하고 있다는 걸 관객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다”고.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진정성을 따라갈 수 없다. 앞으로 뮤지컬을 할 때마다 결국 와 비교가 될 텐데 그걸로 오는 부담은 없나.
김준수: 오히려 그게 좋다. 를 했으니 도 할 수 있는 거다. 힘든 상황에서도 결국 해냈고,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뮤지컬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게 됐으니까. 그래서 주어진 배역에 맞게 소화해야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걱정은 있는데, 비교 되는 점에 대한 부담은 없다.

“류정한, 송창의 형들에 비해 동적인 토드가 될 거다”
김준수│“자신 있는 건 <아가씨와 건달들>처럼 웃긴 것” -2
처럼 웃긴 것” -2" />
토드의 등장이 화려하다 들었다.
김준수: 죽음의 천사들이라 불리는 여섯 명의 배우가 사전에 죽음의 기운을 슥 만들어놓으면 내가 등장하는 식이다. 초월적인 캐릭터라서 조명, 와이어, 브릿지 이런 것들도 많고. 1층 무대를 거의 안 밟는다고 보면 된다.

대형 콘서트를 자주 했으니 와이어는 상대적으로 다른 배우들에 비해 익숙하겠다.
김준수: 며칠 전에 와이어를 타봤는데 진짜 높긴 높다. (3초간 정적) 믿고 해야지. (좌중 폭소) 다행히 고소공포증도 없고 자주 타봐서 적응이 되어 있긴 한데 무섭긴 하다. (박)은태 형도 좀 그런 것 같고. (웃음)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함의를 품은 캐릭터를 맡았다. 함께 캐스팅된 류정한, 송창의 토드와는 경력이나 연기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날 텐데 ‘샤토드’를 어떻게 만들었나.
김준수: 굳이 따지면 하이드의 이미지에 좀 더 달콤함이 첨가된 정도? 내가 뮤지컬에서 그런 역을 해본 적이 없어서 다들 감을 잡기 어려울 거다. 초월적인 존재야말로 답이 없기 때문에 자율성이라는 면에서 더 다양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 형들에 비해 춤을 많이 추고 동적인 토드가 될 거다. 죽음이기 때문에 3명의 느낌이 다를 수 있고, 그래서 의상이나 헤어에서도 굳이 통일성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

기본적으로 토드가 줄곧 씨씨를 유혹하기 때문에 옴므파탈적 느낌 역시 필수다. (웃음)
김준수: 나름 연구하고 있다. 살도 많이 뺐다. (웃음) 다칠까 봐 매니저 형이 발을 동동 구르긴 하는데 축구를 자주 한다. 꾸준히 하다 보니 살도 빠지고, 피부도 좋아지고, 체력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아무래도 안무가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대중들에게 김준수는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춤이 포인트라는 지점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김준수: 어릴 때부터 노래와 춤을 같이 좋아했다. 연습생 때도 오히려 노래는 나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춤은 제일 잘 췄던 것 같다. (웃음) SM에 있을 때 일본에서 손님이 오면 노래 잘하는 몇 명, 춤 잘 추는 몇 명 불러서 시켰는데 난 양쪽 다 했다. 방송 2~3번 보면 방향은 조금씩 틀려도 흐름은 어느 정도 다 따라했던 것 같고. 춤은 아직도 좋아한다. 춤 출 수 있는 무대가 그립기도 하고.

그럼 노래는 어떻게 시작했나.
김준수: 엄마가 노래를 굉장히 잘하셔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내가 노래를 잘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애들이 왜 못하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웃음) 초등학교 때부터 애국가 하나를 불러도 친구들이 동요처럼 부르면 나는 바이브레이션이 많은 창법으로 불렀다. 그래서 애들이 왜 할아버지처럼 부르냐는 얘기를 많이 했지. (웃음) 난 그게 멋있게 느껴졌는데, 언제부터 바이브레이션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배역의 폭을 위해서 뮤지컬 보컬 레슨을 받아볼까 한다”
김준수│“자신 있는 건 <아가씨와 건달들>처럼 웃긴 것” -2
처럼 웃긴 것” -2" />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오히려 그 바이브레이션이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요와 뮤지컬 사이에서 밸런스 맞추기가 쉽지 않겠다.
김준수: 뮤지컬에서는 가사가 곧 대사이기 때문에 딕션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가요나 팝에서 그렇게 가사를 정확하게 부르면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발음을 멋지게 꾸미는 게 중요해진다. 그 시작부터가 다른 것 같다. 그리고 가요에서는 음을 밀어 올리는 밴딩을 많이 쓰지만 뮤지컬은 또 아니고. 부르는 기법도 많이 다르다.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별도로 성악 레슨을 받은 적이 있나.
김준수: 작품에 들어가면 음악감독님이랑 같이 연습을 하지만 별도로 레슨을 받거나 한 적은 없다. 그런데 아무래도 가수로 부르던 특색이 있고 그것을 버릴 수는 없다 보니까 배역에 한계가 생기는 것 같다. 요즘은 ‘레슨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른 얘기니까.

성악 레슨에 대해서 물었던 건, 그동안 와 을 보면서 취약점이라고 느꼈던 저음이 굉장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김준수: 사실 따지고 보면 전작들의 넘버보다 의 저음이 더 낮다. 아무래도 이전부터 고음이 강했으니까 음역대로 따지면 힘든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저것 많이 생각한다. 가수로서의 느낌과 뮤지컬배우로서의 느낌이, 같은 노래 안에서도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으니까. 그런 걸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이제 뮤지컬이 어렵게 잡은 만큼 놓치고 싶지 않을 무언가가 되었을 것 같다. 노래를 통한 감정표현이 큰 강점인데 앞으로는 강점을 더 살리는 쪽으로 갈 것인가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가.
김준수: 작품을 볼 때마다 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다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아직까지는 마지막 여운이 있는 새드엔딩이 더 좋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도 약간 그런 느낌이고. 사실 자신 있는 건 처럼 웃긴 거다. (웃음) 그래서 새드엔딩에 도전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하고 싶어도 안 어울리는 것이 있을 수 있고, 할 수 있어도 하기 싫은 것들이 있을 거다. 지금은 강점을 살리느냐 도전을 할 것이냐보다는 어떤 작품을 하든 정말 뮤지컬을 사랑해서 하고 있다는 걸 관객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다.

JYJ 멤버들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최선인 길을 찾은 느낌이다.
김준수: 힘들긴 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10개의 무기가 있다면 우리는 2-3개 무기 중에서 고르는 입장이니까. 그래서인지 하나하나를 잡았을 때 더 절실히 하는 것 같다. 그게 오히려 힘을 내게 해주는 점이기도 하고.

글, 인터뷰. 장경진 three@
인터뷰.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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