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제일 싫어하는 말이 ‘사람 변했다’는 거예요. 내가 변한 걸 남이 느끼는 것도 싫고, 다른 사람이 변한 모습을 내가 보는 것도 싫어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초심(初心)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관성적으로 연기한다? 용납이 안 돼요. 처음의 마음이 변했다는 뜻이니까요. 상식적인 수준을 넘는 연기, 깊이 있는 연기를 하려고 늘 애쓰죠. 살다 보면 이런 마음이 엷어지는 순간이 오곤 해요. 그래도 이런 마음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성기, 한 인터뷰에서
안성기
안성기
안화영: 안성기의 아버지. 영화제작자로 일하던 중 친구인 김기영 감독이 “영화에 쓸 애가 필요한데, 네 아들 좀 데려다 쓰자”는 말에 안성기를 출연시켰다. 이후 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등 영화계에서 연기 천재로 불렸다. 아역 시절동안 최소 5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했고, 3-4편의 영화에 겹치기 출연했다. 워낙 인기가 높아 그를 캐스팅한 한 영화사의 제작부장은 안성기가 다른 영화 촬영으로 스케줄이 밀리자 그 영화의 제작부장을 만나 상에 칼을 꽂고 “안성기를 못 데려가면 어차피 난 죽으니 지금 죽여달라”고까지 말했다고. 안성기는 아역시절 “선배 가운데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들”을 통해 연기의 자세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분명히 날 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긴 있다.

조용필: 안성기의 중학교 동창인 전설적인 뮤지션. 안성기는 같은 반 친구 조용필보다 먼저 기타를 배워 조용필 앞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조용필은 고등학교 진학 후 손가락에 굳은 살이 붙을 만큼 열심히 기타를 연습, 안성기보다 더 잘 연주하게 된다. 안성기는 고등학교에 간 이후 연기를 그만뒀고, 베트남에 가기 위해 베트남어를 전공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베트남전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전쟁은 끝났고, 정작 베트남어 전공을 찾는 회사가 많지 않아 취직을 못했다. 당시 안성기는 프랑스 문화원에 다니면서 다양한 영화를 봤고, 네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등 영화에 대해 보다 깊은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취직도 안 되고 이제 뭘 해먹고 사나”라는 생각을 하다 연기를 다시 하기로 선택했다.

이장호: 안성기가 성인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한 의 감독. 당시 안성기는 사시가 있는 사람을 연기했는데,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하던 이장호에게 자신이 썼던 시나리오를 보여주자 “감각 있구나”라며 인정 받았다고. 안성기는 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후 , , ,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스타성과 연기력을 모두 잡는다.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연속 수상하는 배우가 관객 동원력도 1위고, 철거민을 주인공으로 다룬 처럼 사회성 짙은 작품과 이제는 컬트영화로 손꼽히는 에 출연했다. 멋진 배역으로 출연하는 대신 어딘가 우울하거나, 불쌍하거나, 아예 세상과 따로 놀거나,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남자를 보여주면서도 실제로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유지한 그는 1980년대 한국 남성의 모든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소영: 안성기의 아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는 “가정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며 장길수 감독의 소개로 만난 오소영과 결혼한다. 결혼 전 그는 영화 촬영을 위해 미국에 갔는데, “해외 스타들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크게 공감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여러모로 ‘스타’가 아닌 ‘배우’의 마인드를 타고 났다고 해야 할듯. 안성기는 가정적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집에 있는 걸 좋아해 부인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술을 잘 안 마시는데다 운동 외엔 별다른 취미도 없어 “경조사비에 돈을 가장 많이 쓴다”고 말한다. 생활비는 거실 서랍에 돈뭉치를 넣어두고 부부가 서로 필요한 만큼 꺼내 썼을 정도. 이런 가정생활은 안성기를 모범적인 이미지로 만들었지만, 안성기는 이후 그의 작품들이 증명하듯 오히려 더 다양한 성격의 작품들에 출연했다. 모범적인 가정생활은 오히려 그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원래의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 힘이 됐다. 안성기는 “배우는 색깔이 좀 없어야 한다. 평소에 너무 강렬하면 영화 속에서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고.

박중훈: 안성기와 네 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는 한국영화사의 걸작으로 회자되고 있고, “기존의 이미지가 망가지긴 했지만 찍으면서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던 는 중년의 안성기를 다시 한 번 흥행배우로 만들었으며, 는 ‘조연 안성기’의 힘을 보여줬다. 출연 당시 섭외 받는 역의 비중이 줄어들던 안성기는 “이젠 이렇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평소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킬러 연기를 통해 “나이 들면 비중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잘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계속 연기하다 보니 에서 한물간 스타를 묵묵히 받쳐주는 매니저 역할로 2007년 여섯 번째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전 해에는 데뷔 50주년 특별상을 받았다. 더 이상 앞에 나서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 영화에 ‘안성기’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무게감은 달라진다.

한석규: 영화배우. 안성기와 같은 브랜드의 커피 모델이었다. 한석규 역시 부드러운 이미지를 바탕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안성기가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이미지가 크게 변하지 않는 건 CF마저 특정 브랜드를 유지할 만큼 ‘한결같음’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는 살면서 일탈을 해봤냐는 질문에 “신호위반은 몇 번 했다”고 하고, “무슨 일에 거절을 하더라도 매니저를 통해 그 얘기를 들으면 섭섭할까봐” 신경이 쓰여 매니저를 두지 않다 2005년에야 고용했다. 또한 좀처럼 거절을 못해 어지간한 것들은 받아들이고, 출연료를 먼저 요구한 적도 없다. “그건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 절대로 안 된다는 뜻일 정도. 어찌보면 너무 착하거나 답답한 성격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성격 때문에 한국 영화는 그를 수많은 작품에 캐스팅할 수 있었다. 또한 과거부터 더빙은 자신이 직접 할만큼 열성적이면서도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태도 덕분에 어떤 작품, 어떤 역이든 작품 속에서 잘 녹아드는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언제나 배우로 살기 보다는 배우로 사는 그 순간을 위해 언제나 준비 돼 있는 대 배우.

임권택: 부터 , 등 다양한 작품에서 안성기와 함께한 한국영화계의 거장. 안성기는 촬영 당시 절에 들어가 승려의 생활을 배우고, 집에서도 삭발한 채 승복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또한 20여년 간 체중이나 허리 치수에 거의 변화가 없을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여기에 “배우란 다면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어느 역만을 하고 싶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할 만큼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다보니 임권택을 비롯한 수많은 감독들의 작품에 힘을 보탰다. 이장호, 배창호, 장선우, 이명세, 강우석 등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감독들이 그를 통해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 등 이명세의 컬트적인 작품도, 천만관객을 돌파한 도 어떤 배역이든 안성기가 주는 신뢰감과 안정감이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안성기는 스크린쿼터 축소 당시 영화인들의 일인시위에 처음으로 나서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이제는 원로라 해도 좋은 나이다. 안정적이고 반듯하다. 그럼에도 나서야할 때는 과감하게 돌파한다. 모든 영화인이 마지막 순간에 찾을 수 있는 배우라면 안성기 아닐까.

정지영: 안성기가 출연한 , , 등을 연출한 감독. 의 경우 안성기가 정지영에게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유해 제작에 들어가기도 했다. 과 을 지나 20년 만에 두 사람이 함께한 은 무기가 등장하지만 전쟁 영화는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한국 안에서 일어나는 법체계에 대한 전쟁을 다룬다. 부당한 재판에 대한 항의로 문제의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석궁을 겨눈 전직 대학교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안성기는 법과 원칙을 철저하게 중시하는 보수적인 대학교수를 연기한다. 까칠한 얼굴에서 나오는 눈빛은 독해 보일 만큼 날카롭고, 꽉 다문 입은 독단적으로 보일 만큼 고집스러운 중년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안성기가 보여준 연기들이 근본적으로 부드러운 모습을 담고 있었다면, 에서는 악인이 아님에도 같이 있기 꺼려지는 단단하고 날선 남자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오랜만에 주연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은 안성기가 얼마나 다양한 연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안성기는 영화가 끝날 때 쯤 조금은 달라진 캐릭터의 모습을 특유의 따뜻함으로 품어낸다. 스스로 “젊었을 때 도시적이고 외롭고 그런 배우”인 줄 알았지만 자신이 “해리슨 포드처럼 위험한 모험을 해도 유머가 있고 푸근한 그런 이미지”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대중에게 안정감을 준다. 이 갑갑하고 부당한 실화 속에서도 최소한의 희망이나마 남겨둘 수 있는 것은 안성기의 인생이 보여주는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배우의 장점은 정년이 없”고, “‘한 철’보다 ‘여러 해’를 보자”는 이 배우는 어느새 자신의 평생을 영화 속에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한국영화 그 자체의 이미지가 되었다.

Who is next
안성기가 출연한 영화 에 우정출연한 김수로와 KBS 에 함께 출연한 그룹 티아라의 제작자 김광수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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