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2011년, MBC가 굴려버린 거대한 공
[강명석의 100퍼센트] 2011년, MBC가 굴려버린 거대한 공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오랜 침체에 빠졌던 MBC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을 반등시켰다. 방송 초반 엄청난 이슈를 양산했고, 음원차트도 바꿔놓았다. 방송사에 대한 공헌도로 본다면 ‘나가수’는 2011년 MBC 의 대상을 받을 만 했다. 단, 지금 같은 방식으로 받으면 안 될 뿐이다. 올해 MBC는 “공동수상 남발과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막고 연말 시상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상을 개인이 아닌 작품에 수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동수상 남발과 공정성 시비를 막겠다”던 MBC는 에서 코미디/시트콤 부문 인기상을 안내상, 조권, 정성호, 백진희에게 고루 나눠줬다. 박정현과 김범수는 ‘가수 부문 인기상’이라는 기준조차 모호한 상을 받았다. 그리고, 단독수상과 공정성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은 이 시상식에서도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들은 시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수상소감 안에만 존재했던 스태프
[강명석의 100퍼센트] 2011년, MBC가 굴려버린 거대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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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서 작품상이 실질적인 ‘대상’인 것은 가장 마지막에 발표되는 상이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제에서는 감독과 각본은 물론 편집, 미술, 음향, 의상까지 영화를 이루는 거의 모든 부분들이 공로를 인정받는다. 작품은 그 모든 역량의 총합이고, 작품상의 권위는 거기서 생겨난다. 반면 은 PD조차 수상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작가들과 라디오 리포터만이 수상소감을 말할 수 있었다. 대상을 시상하러 나온 김재철 MBC 사장은 “MBC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는 게 여기 있는 대단한 스타들이 계시니까”라는 말로 ‘시상소감’을 시작했다. 스태프에 대한 언급은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PD들, 그리고 여러 가지 돕는 분들”이 전부였다.

스태프에 대한 시상내용은 찾아보기 어렵고, 사장조차 스태프를 “여러 가지 돕는 분들”이라 말하는 방송사에서 ‘작품’은 오직 스타가 만드는 것으로 치부된다. 유재석이 에서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된 이유다. 스타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던 시상식이 마지막에만 ‘작품’을 챙겼다. 스타는 작년이라면 받았을 상을 받지 못했고, 스태프들은 여전히 누구도 존중받지 못했다. 게다가 MBC는 시상기준 변화를 방송 이틀 전 12월 27일에 외부에 알리면서 바뀐 기준을 시청자에게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시상기준 변화에 대한 명분은 사라졌고, 받아야할 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생겨났으며, 시청자들은 시상식에 납득할 수 없었다.

MBC의 문제를 합산해 보여준 연말 시상식
[강명석의 100퍼센트] 2011년, MBC가 굴려버린 거대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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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을 둘러싼 해프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가 관계된 일을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가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MBC 임원들의 모습은 2011년 MBC의 축소판이다. MBC 는 연초 PC방의 전원을 사전 동의 없이 내린 뒤 게임을 하던 이용자들이 분노하자 “폭력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 버렸다”는 황당한 보도를 했다. 연말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건 전화를 장난전화로 판단하고 끊었던 소방관이 인사조치 된 사건을 사회부장이 “소방관의 잘못”이라며 사건 당일 기사화 시키지 않았다. 기사 아이템을 결정하는 것은 방송사의 몫이다. 하지만 연초의 기사는 취재 대상의 어떤 동의도 없이 실험을 강행했고, 연말의 기사는 기자들이 취재까지 한 것을 데스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내지 않았다. 타 방송사에서는 김문수 도지사에 관한 보도가 나가는 순간 시청률이 20%에 달했다. 또한 이런 문제는 최소한 소방관의 인사조치가 외압에 의한 것인지 취재, 보도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다. 대중의 반응도, 언론이자 방송사로서의 명분도 없다.

대중의 욕구와 공적인 명분을 모두 무시할 때 남는 것은 스타를 동원하고 오락적 재미를 부각시키는 것뿐이다. 2011년 < MBC 뉴스데스크 >에 쉴 새 없이 아이돌의 해외 활동이 기사로 나가고, 교양 프로그램의 자리에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며, 연말 시상식에는 온갖 특별상의 남발로 수십 명의 스타들이 상을 받게 된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K-POP 아이돌이 대거 출연한 연말 가요 프로그램에서 2PM 본인들조차 몰랐던 ‘공’들을 무대에 뿌려 무대를 망친 건 다른 아닌 MBC였다. 또한 의 ‘룰루랄라’는 지난 주 2%대 시청률을 기록했고, 교양 프로그램 대신 편성한 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는 1년 내내 약세였다. ‘나가수’처럼 출연 가수의 힘이 절대적인 프로그램이 올해 MBC의 유일한 새 히트 상품이었다는 사실은 MBC의 현재다. 스태프와 출연자를 아우르는 회사 차원의 힘은 찾기 어렵다. ‘나가수’의 가수들이나 주병진처럼 화제성 있는 인물들에만 의존한다. 반면 스태프를 비롯해 1년 내내 그 분야에서 뛴 사람들의 공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MBC의 연말 시상식에서 드러난 모든 문제들은 MBC가 얼마나 ‘자기 사람’을 챙기지 않는지 보여준다. 연말 시상식에서 사장이 스태프를 “그리고 여러 가지 돕는 분들”이라 말하는 회사가 조직원의 힘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을까.

지금 MBC를 향한 경고
[강명석의 100퍼센트] 2011년, MBC가 굴려버린 거대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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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올 한 해 가장 꾸준히 인기를 얻은 지상파 3사의 오락 프로그램이 과 KBS 의 ‘1박 2일’, SBS 의 ‘런닝맨’이라는 사실은 마치 MBC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경고처럼 보인다. 세 프로그램은 모두 메인 MC와 패널로 나눠지는 대신 모든 출연자의 캐릭터가 중요하고, 출연자 이상으로 스태프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촬영 감독이 제대로 출연자를 잡지 못한다면 ‘런닝맨’과 의 추격전은 만들어질 수 없다. ‘1박 2일’은 강호동의 공백을 나영석 PD를 중심으로 한 팀워크로 이겨냈다. 세 프로그램의 꾸준함은 방송이 결국 모두가 만들어갈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KBS는 후보 선정 과정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지만 ‘1박 2일’ 출연자들에게 대상을 줬고, SBS는 김연아에게는 특별상을 주고 본상은 예능인들에게 줬다. 오직 MBC만이 가수들에게 상을 주느라 김구라나 정형돈 같은 이들의 공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2012년, MBC는 잘 굴러갈까. 지금 이대로라면 MBC가 기대할 수 있는 건 가수들이 노래를 더 잘 부르고, 유재석이 을 관두지 않는 것뿐이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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