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본업인 배우로서 엔터테이너로서의 행보 역시 거침없다. 지난해 KBS <추노>의 소리 없이 강했던 ‘공스나이퍼’ 업복을 거쳐, tvN <택시>의 모범 운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SBS 라디오 <공형진의 씨네타운> 장수 DJ도 모자라 KBS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2’에 깜짝 등장해 아이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그는 지난 11월 2일 개봉한 <커플즈>에서 한 여자 앞에서 새 삶을 결심하는 귀여운 순정마초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이야기하는 동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공’의 움직임은 잠시 멈춘다. “딱히 음악적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하지만 이 노래들을 들으면 내 마음이 설레고 착해져요. 내 마음속에 있던 모든 미움과 증오, 같은 것들이 순간 사라져 버리는 노래들인 거죠.” 다음은 공형진이 직접 종이에 펜으로 또박또박, 한 곡 한 곡 써내려 갔던 치유의 리스트다.
공형진의 첫 번째 추천 곡 ‘The Blower`s Daughter’는 완벽한 타인이었던 나탈리 포트만과 주드 로가 영화 <클로저>에서 처음 스치는 순간, 그 영원과도 같은 찰나에 흘러나오던 데미안 라이스의 대표곡이다. “어떤 노래가 영화에 삽입되면 새로운 느낌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무척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기타 소리도 아주 좋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약간 글루미한 날 들으면 눈물이 쑥 흘러내리는 노래예요.” 그동안 많은 인터뷰 이들이 ‘그의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곡을 추천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데미안 라이스는 오는 1월 11일에 첫 번째 내한공연을 할 예정이다.
“라디오 헤드의 ‘No Surprise’는 개인적으로 추억이 많은 노래예요. 특히 예전에 (장)동건이랑 미국 여행 갔을 때 방에서 ‘No Surprise’를 틀어 놓고 맥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자주 들었던 노래였죠.” 라디오 헤드의 ‘No Surprise’는 영화 <씨클로>의 ‘Creep’과 함께 영화와 라디오 헤드의 아름다운 랑데부를 이끌었던 곡이다. 교환 학생들이 함께 모여 사는 스페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성장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의 주요 테마 곡으로 흘러나왔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에서 문화의 용광로이자 몸으로 부대끼며 세상을 배워가는 곳에서 유럽 교환학생들이 느낄법한 혼란스러운 마음을 대변해주는 곡이 바로 ‘No Surprise’였다.
공형진이 추천한 세 번째 곡은 후바스탱크의 ‘The Reason’. “‘The Reason’은 언제나 저를 두근 두근거리게 하는 노래죠. 멜로디도 좋지만, 도입부에 단음으로 피아노가 당당당당당당, 하는 순간 이건 제대로 꽂히는 노래라는 걸 직감했어요. 가사도 하나하나 아주 좋고요.” 난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계속 배우고 있다고, 난 너에게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는 것을 네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너라고, 너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고 절규하는 이 남자의 삶의 ‘이유’를 엿들어보자.
“‘Eye in the sky’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좋아했어요. 생각해보면 음악이란 걸 라디오 DJ를 하는 요즘보다는 학교 다닐 때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공부하거나 버스 타거나 혼자 있을 때면 항상 음악을 들었던 때니까.” 공형진의 네 번째 추천 곡 ‘Eye in the sky’는 비틀즈의 에비 로드 스튜디오의 보조 엔지니어로 음악계에 발을 들인 알란 파슨스가 1982년에 그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단숨에 모든 차트를 석권했던 앨범의 수록곡이다. ‘Eye in the sky’는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거짓된 환상을 남겨두지도, 내 마음을 바꾸지 않을 테니 울지도 말라는 내용의 서정적인 곡이다.
마지막 추천 곡 ‘Keep On Loving You’는 900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판매량를 올린 알이오 스피드웨건의 대표 앨범 < Hi Infidelity >의 파워 발라드곡이다. “‘Keep On Loving You’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좋아하던 노래였어요. 라디오 DJ를 하고 있으니까 요즘 곡을 들을 기회도 많고, 레이디 가가나 비욘세도 좋지만 결국은 저에겐 어린 시절 들었던 팝들이 어쩔 수 없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Keep On Loving You’는 제목 그대로, 나는 당신을 계속해서 사랑할 거라고,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것이라고, 잠을 아껴가면서까지 계속해서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내용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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