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형진은 참 거침없는 사람이다. 좋으면 다가가고 궁금하면 물어보고 이상하면 따지고 쌓이면 터트린다. 사실 그의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은 것도 이런 거침없고 솔직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의 관계를 유지하는 건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과 신뢰라고 생각해요. 노력도 분명히 필요하고요. 그건 단순히 만나는 횟수와 상관없이 그들과의 관계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 어떤 상황이 오든 예전과 똑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는 거예요. 한 때는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것만큼 그들도 나를 생각할까? 라는 고민도 했는데, 아니라고 해서 내가 또 달라질 건 없잖아요. 스스로 주관을 가지고 사는 한, 그건 내가 지켜나가야 할 나만의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본업인 배우로서 엔터테이너로서의 행보 역시 거침없다. 지난해 KBS <추노>의 소리 없이 강했던 ‘공스나이퍼’ 업복을 거쳐, tvN <택시>의 모범 운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SBS 라디오 <공형진의 씨네타운> 장수 DJ도 모자라 KBS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2’에 깜짝 등장해 아이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그는 지난 11월 2일 개봉한 <커플즈>에서 한 여자 앞에서 새 삶을 결심하는 귀여운 순정마초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이야기하는 동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공’의 움직임은 잠시 멈춘다. “딱히 음악적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하지만 이 노래들을 들으면 내 마음이 설레고 착해져요. 내 마음속에 있던 모든 미움과 증오, 같은 것들이 순간 사라져 버리는 노래들인 거죠.” 다음은 공형진이 직접 종이에 펜으로 또박또박, 한 곡 한 곡 써내려 갔던 치유의 리스트다.




1. Damien Rice의 < O >
공형진의 첫 번째 추천 곡 ‘The Blower`s Daughter’는 완벽한 타인이었던 나탈리 포트만과 주드 로가 영화 <클로저>에서 처음 스치는 순간, 그 영원과도 같은 찰나에 흘러나오던 데미안 라이스의 대표곡이다. “어떤 노래가 영화에 삽입되면 새로운 느낌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무척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기타 소리도 아주 좋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약간 글루미한 날 들으면 눈물이 쑥 흘러내리는 노래예요.” 그동안 많은 인터뷰 이들이 ‘그의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곡을 추천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데미안 라이스는 오는 1월 11일에 첫 번째 내한공연을 할 예정이다.



2. Radiohead의 < OK Computer >
“라디오 헤드의 ‘No Surprise’는 개인적으로 추억이 많은 노래예요. 특히 예전에 (장)동건이랑 미국 여행 갔을 때 방에서 ‘No Surprise’를 틀어 놓고 맥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자주 들었던 노래였죠.” 라디오 헤드의 ‘No Surprise’는 영화 <씨클로>의 ‘Creep’과 함께 영화와 라디오 헤드의 아름다운 랑데부를 이끌었던 곡이다. 교환 학생들이 함께 모여 사는 스페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성장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의 주요 테마 곡으로 흘러나왔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에서 문화의 용광로이자 몸으로 부대끼며 세상을 배워가는 곳에서 유럽 교환학생들이 느낄법한 혼란스러운 마음을 대변해주는 곡이 바로 ‘No Surprise’였다.



3. Hoobastank의 < The Reason >
공형진이 추천한 세 번째 곡은 후바스탱크의 ‘The Reason’. “‘The Reason’은 언제나 저를 두근 두근거리게 하는 노래죠. 멜로디도 좋지만, 도입부에 단음으로 피아노가 당당당당당당, 하는 순간 이건 제대로 꽂히는 노래라는 걸 직감했어요. 가사도 하나하나 아주 좋고요.” 난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계속 배우고 있다고, 난 너에게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는 것을 네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너라고, 너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고 절규하는 이 남자의 삶의 ‘이유’를 엿들어보자.



4. Alan Parsons의 < Eye In The Sky >
“‘Eye in the sky’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좋아했어요. 생각해보면 음악이란 걸 라디오 DJ를 하는 요즘보다는 학교 다닐 때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공부하거나 버스 타거나 혼자 있을 때면 항상 음악을 들었던 때니까.” 공형진의 네 번째 추천 곡 ‘Eye in the sky’는 비틀즈의 에비 로드 스튜디오의 보조 엔지니어로 음악계에 발을 들인 알란 파슨스가 1982년에 그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단숨에 모든 차트를 석권했던 앨범의 수록곡이다. ‘Eye in the sky’는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거짓된 환상을 남겨두지도, 내 마음을 바꾸지 않을 테니 울지도 말라는 내용의 서정적인 곡이다.



5. REO Speedwagon의 < Hi Infidelity >
마지막 추천 곡 ‘Keep On Loving You’는 900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판매량를 올린 알이오 스피드웨건의 대표 앨범 < Hi Infidelity >의 파워 발라드곡이다. “‘Keep On Loving You’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좋아하던 노래였어요. 라디오 DJ를 하고 있으니까 요즘 곡을 들을 기회도 많고, 레이디 가가나 비욘세도 좋지만 결국은 저에겐 어린 시절 들었던 팝들이 어쩔 수 없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Keep On Loving You’는 제목 그대로, 나는 당신을 계속해서 사랑할 거라고,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것이라고, 잠을 아껴가면서까지 계속해서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내용의 곡이다.




“작년 <추노>를 끝내고 갈증이 너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회사 문제가 있어서 지난 1년 반 동안 거의 작품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기도 했고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해야 하는데 못했던 게 사실이죠. 이제는 예전처럼 좋은 작품이 있다고 하면 내가 직접 수소문해서 뛰어다니고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이 특별한 결심은 해오던 많은 일을 놓치지 않은 채 종편채널의 연예정보 프로그램 MC까지 맡게 하였다. “단독 MC인데 기존 연예정보프로그램과 다르게 약간은 보도적 기능이 더해질 것 같아요. 나 역시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배우로서 그들의 처지에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프로그램엔 기자들이 패널로 나올 예정인데 어쩌면 대립각을 이룰 수도 있겠죠. 이슈가 되는 스타가 있으면 내가 인터뷰어가 되어 나가기도 하고. 하지만 본업은 배우니까 드라마나 영화나 연극이나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건 다 할 거예요. 그래서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진짜 멀티플레이어가 뭔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공형진한테는 뭘 맡겨도 다 잘해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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