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 이기광을 볼 때마다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요
[Dr.앓] 이기광을 볼 때마다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요
‘다나까’ 말투는 무섭게 생긴 교관한테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MBC 의 조마루(이기광) 순경이 차봉선(이지아)한테 “누나라고 불러도 됩니까?“, “욕해주십시오, 선배님”이라고 말할 때마다 제 마음이 간질간질한 거 있죠? 저도 차봉선처럼 낮에는 조마루 순경의 눈웃음에, 밤에는 핑크치킨의 아이라인에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현실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연하남은 철없고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해왔는데, 얼굴도 마음도 뽀얀 이기광을 볼 때마다 자꾸만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요. (방배동에서 장 모양)
[Dr.앓] 이기광을 볼 때마다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요
[Dr.앓] 이기광을 볼 때마다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요
괜히 ‘멋진 파출소’겠어요? 조마루 순경이 다니니까 멋진 파출소죠. 수줍어하면서도 당돌하게 할 말은 다 하는 도톰한 입술, 경찰모자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얼굴. 이런 남자 후배랑 같이 일하면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회사에서 절반 이상을 빼내가고 일주일에 이틀씩 야근을 해도 전혀 안 피곤할 것 같지 말입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차 순경 뒤를 졸래졸래 쫓아다니면서도 쉽게 고백하지 않는 조마루 순경의 논리는 이런 겁니다. 누나를 좋아하긴 좋아하는데 무작정 고백하자니 나이차가 걸리고 그렇다고 다른 남자랑 있는 건 질투 나서 못 참겠고 또 그렇다고 지금 당장 고백하기엔 내 인생철학을 바꿔야 할 것 같고. 자기 딴에는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겠지만 누나들의 눈에는 그 모습이 마냥 귀여워 보이는 거죠. MBC 에서 황정음의 젖은 머리를 보더니 첫 눈에 반해 “신이시여! 누나한테 키스 한 번 하고 지옥가겠습니다”라고 굳게 다짐한 후 기습 뽀뽀까지 했던 세호 학생처럼요. 엉큼하지만 좋은 녀석 같으니.
[Dr.앓] 이기광을 볼 때마다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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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마냥 귀엽기만 한 연하남은 아니에요. 만약 그랬다면 환자분이 이기광에게 반했을 리 없겠죠. 조마루 순경뿐만 아니라 정음의 리포트를 대신 타이핑해주던 세호 학생, 이설(김태희)의 부탁이라면 여장까지 불사했던 MBC 의 건이 모두 항상 누나들의 편이었어요. 차봉선이 홧김에 서재희(윤시윤)의 팔뚝을 물었을 때도 다들 차봉선을 말리는데 조마루 순경만 “꽉! 꽉! 세게! 세게! 뜯어! 뜯어!”를 외쳤습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늘 부당한 대우를 받던 차봉선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편이 되어준 첫 남자가 바로 조마루였다고요! 차봉선도 비록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로는 ‘귀여운 녀석 하나 들어왔네’라고 좋아했을 거예요. 안 그러면 왜 “그 입술로 자꾸 웃지 말라”고 경고했겠어요. 차봉선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누나들, 특히 직장여성들이 이기광에게 빠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거죠. 진상 부리는 상사,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업무에 시달리다가 집에 와서 TV를 딱 켰는데, 때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묻은 아이가 에헤헤 웃으면서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무조건 누나가 최고라고 외쳐주는데 어떤 누나가 사르르 녹지 않겠어요? 을 위로의 드라마라고 부르는 건 다 조마루 순경과 핑크치킨 덕분이라 할 수 있죠. 이기광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자꾸 보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월요일의 두려움이 엄습하는 일요일 밤에는 MBC ‘뜨거운 형제들’에서 때로는 순종적이고 때로는 반항적인 아바타로 누나들을 웃게 만들었고, 아직 월요병이 가시지 않은 화요일 밤에는 KBS 의 예쁨 받는 막내 MC로 활약하며 누나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물론 TV를 끄는 순간, 우리 옆에는 잠시 묻어둔 이성을 깨워줄 이상한 오징어 한 마리가 있겠지만요. 쩝.

앓포인트: 이기광의 [광광광]이기광의 빛날광
인터뷰가 끝나고 셀카를 찍어달라는 취재진의 부탁에 이기광은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휴대폰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얼짱 각도를 찾더니, 결국 “나 왜 내 핸드폰으로도 잘 안 찍는 셀카를 남의 핸드폰으로 찍고 있냐아!!”라고 절규했다. 아무렇게나 들이대도 빛나는 얼굴이건만, 몇 번이고 공들여 찍어주는 이기광의 마음씨야말로 ‘빛날 광’이다. 윤시윤이 이기광을 제일 먼저 찾는 이유가 다 있다.

이기광의 미칠광
훌륭한 성대모사는 박수를 받지만, 어설픈 성대모사는 ‘엄마 미소’를 부른다. 박명수의 분위기 전환용 멘트 “요러분! 지루하셨찌요!”를 흉내 낼 때만 해도 그저 박명수의 대사를 옮겨온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이후 성대모사에 중독된 이기광은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양동근의 유행어 “럴수, 럴수, 이럴수!”를 똑같이 구현했고, 심지어 신체적 약점을 적극 활용해 꼬마가 흉내 내는 꼬마, 즉 하하 성대모사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물론 자막이 없다면 누군지 전혀 모를 엄앵란 고음 성대모사를 할 때도 귀여웠지만.

이기광의 어리광
차봉선을 위해 경찰차 트렁크에 풍선과 장미 이벤트를 준비했다. 왜 트렁크를 열어야 하는지 자꾸 묻는 야속한 차 누나를 향해 겁도 없이 반말을 사용했다. 트렁크 안을 확인한 차봉선이 운전석으로 성큼성큼 다가오자, 큰소리치던 조마루는 어디가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콧소리를 냈다. “못 내려요. 아~ 부끄럽단 말이예요.” 하지만 이보다 더 고마운 어리광은 셔플댄스를 가르쳐 줄 때였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꽂아주세요오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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