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1호 프로야구선수의 탄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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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동안 방송된 < MBC 스페셜 >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는 1승을 향한 전국 53위 꼴찌들의 고군분투, 그 1년이 고스란히 담긴 가슴 뭉클한 기록이었습니다. 창단 이래 첫 번째 승리가 2009년 KBS ‘천하무적 야구단’과의 경기였던 ‘충주 성심학교 야구단’이 아닙니까. 9대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이겨 1일 감독이었던 추신수 선수와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던 감격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네요. 그런데 아직도 공식대회에서 1승을 거두지 못했다면서요? 다행히 단 한 번의 경기로 번번이 예선 탈락을 해왔던 예년과는 달리 전국대회가 올해부터 주말리그로 바뀌면서 12차례의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1승을 이룰 기회도 늘었습니다.

그러나 하필 첫 경기 상대는 2009년 봉황대기 우승에 빛나는 고교야구 최강 천안북일고. 워낙 강도 높은 맹훈을 펼쳐왔던지라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1번 타자부터 3번 타자까지 모두 내리 삼진 아웃을 당하는 통에 첫 공격은 4분여 만에 맥없이 끝이 나고 말았어요. 덕아웃의 감독님을 비롯한 교사들 못지않게 지켜보는 저 역시 가슴이 무너져 내리더군요. 태어날 때부터 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들, 들리지 않으니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집중해서 봐야하고, 오직 보는 것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이 아이들이 부디 1승의 기쁨을 누렸으면 하고 저 또한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에요.

야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바뀌었습니다
청각장애인 1호 프로야구선수의 탄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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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양인하 선수는 ‘천하무적 야구단’과의 경기 때는 내야를 맡았지 싶은데 어느새 부쩍 성장해 마운드를 지키게 되었더라고요. 양인하 선수가 한 번씩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 넣을 때마다 관중석의 교장 수녀님과 매니저 선생님은 어린애처럼 박수를 치며 환호하셨죠. 외야수가 뜬 공 하나 잡아냈다고 좋아하시는가 하면 6회로 넘어 가게 되었다고 뛸 듯이 기뻐하셨어요. 5회 콜드게임이 아닌 6회 상황을 맞은 일이 2003년 창단 이후 처음이라니 왜 아니 반가우시겠어요. 점수야 어찌됐든 소박하게 안타 하나만 쳐주길 바라고, 설사 파울일지라도 방망이 한번 휘둘러주길 기도하는 두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첫 게임은 6회 말 콜드게임 패. 그렇다 해도 여느 팀처럼 침통해하는 게 아니라 더디지만 한 걸음 나아갔다는 사실 하나에 모두가 흐뭇해했습니다. 그런 교장 수녀님이시만 부임 당시만 해도 야구부를 해체할 결심이셨다죠? 그런데 21대 1로 크게 패하는 광경을 목격하신 후 마음이 바뀌셨다고요. 지는 걸, 잘 못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에 분노하셨던 겁니다. 아이들에게 승리가 얼마나 짜릿한 감정인지 맛보게 해주고 싶었던 교장 수녀님이 대대적인 재정비에 나섰고,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희생적으로 보살펴 주는 매니저 선생님과 야구부장 선생님이 투입된 덕에 아이들의 환경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때부터 교장 수녀님은 한 달에 한번은 야구부를 위해 직접 앞치마를 두르기도 하셨어요. 경기가 끝난 후 우리 아이들은 오천 원짜리 김치찌개나 먹는 반면 상대편 팀원들은 부모님 인솔 하에 든든한 식사를 하러 몰려가는 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프셨던 모양이에요.

아이들을 도와주신 모든 분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청각장애인 1호 프로야구선수의 탄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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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학생 중 80퍼센트는 결손가정, 그 중 청각장애 부모가 30퍼센트나 되는 상황이니 부모님들이 뒷받침을 해줄 여력이 없으실 밖에요. 청각장애인 1호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운 서길원 선수네만 해도 어머니에서 외할머니까지 3대가 모두 청각장애를 갖고 있더군요. 따라서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충주성심학교 학생의 대부분은 졸업 후 공장 일용직 근로자의 길을 가게 되어 있고, 그래서인지 삶의 목표가 불분명한 아이들은 늘 기가 죽어있고 매사 수동적이기만 했죠. 그런데 야구를 하면 삶을 대하는 자세가 진취적으로 바뀌어 간다는 사실을 발견하셨으니 그걸 안 이상 가만히 계실 수 없으셨을 거예요. 야구를 통해 어려움을 딛고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게, 피땀 흘린 고통의 대가를 알아감으로서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고 싶으셨던 겁니다.

파울 하나만 쳐도 만족해하던 아이들은 게임이 거듭되는 사이 제법 안타를 치고 번트를 대고 도루까지 성공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차차 실력이 일취월장해 전국대회 후반기 첫 득점을 기록했을 때는, 그리고 열 번째 전주고와의 경기에서 선취점을 올렸을 때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게 되더군요. 당장에 경기장으로 뛰어들어 땀도 닦아주고 먹을 거 한 가지라도 살뜰히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역전 드라마는 아쉽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구멍이었던 우익수 원진이의 생애 첫 다이빙 캐치도 신기하고, 꼭 이기고 싶었다며 승부에 집착하기 시작한 준석이의 눈물은 더 놀라웠죠. 비록 교장 수녀님께서 그토록 바라시던 1승은 이루지 못한 채 전국대회의 막은 내렸으나 단 1루도 진출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12점이라는 점수를 얻었고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니 이 한해 수확이 꽤 풍성한 셈입니다. 야구를 통해 아이들을 성장시켜주신 박상수 감독님과 장명희 교장 수녀님, 서문은경 매니저 선생님, 박정석 야구부장 선생님, 그리고 2년 전 약속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준 추신수 선수, 모두모두 고맙다는 말씀 올리고 싶어요. 어른들의 진심이 아이들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여러분의 노력으로 여실히 증명되었으니까요. 다시 시작될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1승을 향한 도전, 그리고 청각장애인 1호 프로야구선수의 탄생, 저 또한 두 손 모아 기원하겠습니다.
청각장애인 1호 프로야구선수의 탄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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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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