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도대체 왜? 김주원(현빈) 씨와 길라임(하지원) 씨의 영혼이 왜 바뀌었던 것인지 그 목적도 이유도 밝혀지지 않은 채,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은 자신의 몸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긴 한데 자, 그럼 두 사람 사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흔하디흔한 신데렐라 스토리? 아니면 김주원 사장이 언젠가 입에 올렸듯 슬픈 운명의 인어 공주? 저로서는 둘 다 도무지 마음에 안 드는군요. 저는 그냥 길라임 씨의 성공스토리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영혼이 바뀌는 잠깐의 해프닝을 겪은 길라임 씨가 어느 남자의 도움도 없이 세계적인 스턴트우먼으로 당당히 자리 잡는, 그런 얘기였으면 좋겠다고요.

김 사장이 제 아들이었으면 등짝을 후려갈겨 줬을 텐데요
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나한테 여잔 결혼할 여자와 몇 번 놀다 치울 여자, 딱 두 부류야. 그런데 그쪽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얼쩡거려. 길라임의 좌표는 언제나 그 두 부류 그 사이 어디쯤일 거야. 그렇게 없는 사람처럼 있다가 거품처럼 사라져달라는 거야. 이게 나란 남자의 상식이야.”
본인 입에서 나온 소리일 뿐만 아니라 인척인 오스카(윤상현)까지 ‘저 자식은 그 슬픈 인어공주 이야기가 인류 최초의 세컨드 스토리라고 생각하는 놈이거든요’라고 한 것을 보면 김주원이라는 남자가 어떤 눈으로 여자를 바라봐왔는지 알만하지 않습니까? 만약 제 아들이라면 정신이 번쩍 들만치 등짝을 후려갈겨 주고 남았을 텐데 그의 어머니 문분홍(박준금) 여사가 아들보다 열배는 더 속물이니 뭘 기대하겠어요. 저는 길라임 씨가 안하무인이기 짝이 없는 남자지만 그래도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니까, 주변 환경이 그를 피폐하게 했을 뿐 이젠 나를 만나 개과천선하겠거니, 하는 되도 않은 희망을 품을까봐 걱정입니다. 사실 여심을 흔드는 수려한 외모라는 껍질을 빼고 한번 보세요. 이보다 더한 속물이 또 어디 있겠어요?

김 사장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한 라임 씨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테니 예를 들어 볼게요. 그가 경품에 당첨된 청소기를 수령하러 백화점에 왔다는 것 자체를 한심하게 여기던 거 기억나시죠? 경품을 미끼로 고객들의 돈지갑을 열게 하는 백화점 사장이라는 사람이, 그리고 그렇게 번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주제에 경품 당첨에 기뻐하는 심정을 경멸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요. 경품에서 탄 밥상을 10년 넘게 잘 쓰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혈압이 오르는 광경이었어요. 원 플러스원이라는 미끼에, 특가 세일이라는 미끼에 걸려들곤 하는 저 같은 손님은 그의 눈에는 아마 벌레만도 못하지 않을까요?

김 사장보다는 임 감독이나 오스카가 나아보입니다
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백화점 옷 매장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만 해도 그래요. 제가 드라마에서 가장 싫어하는 장면이 잘 사는 남자가 가난한 여자 주인공 데리고 가 옷 사 안기는 장면입니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고가의 옷 선물 앞에 녹아내릴 것으로 작가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속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건 그냥 선물도 아니고 옷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입어 보라 명령을 하다니요. 더구나 그 정도의 완력이라면 얼마든지 뿌리칠 법한 길라임 씨가 매번 손목을 잡혀 이리저리 끌려 다닌다는 게 더 화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길라임 씨에게만 무례했던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자기가 월급 주는 직원들이라지만 어디서 그런 행패를 부린답니까. 김 사장의 명령에 따라 던져진 옷을 주섬주섬 싸야 했던 직원들의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해봤나요?

어디 그뿐인가요. 하릴없는 감정싸움에 경찰을 개입시켜 공권력을 낭비하게 하질 않나, 그렇다고 어른을 알아보길 하나, 아랫사람을 감싸는 적이 있길 하나. 무슨 짓을 저지르든 돈이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김주원 사장이 매 한 대에 100만원이라 했다는, 천인공노할 폭행을 저지른 재벌가 자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마인드로 평생을 살아온 남자라 할지라도 운명의 한 여자를 만난다면 얼마든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환상, 제발 그런 터무니없는 기대는 갖지 마시길 바랍니다. 김주원 씨의 변화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건 앞서 말했듯 어머니를 비롯한 그를 에워싸고 있는 인물들의 대다수가 저울에 달아 기울지 않을 속물들이기 때문이에요. 그가 경제적으로는 물론 그 외 여러 면에서 집안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포기할 생각도 없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마시고요. “여자 하나 때문에 내가 가진 걸 잃기엔 난 너무나 많은 걸 가졌거든”이라는 말이 가장 솔직한 그의 본심일 겁니다. 김 사장보다는 차라리 “무대 위에서 그 누구도 나보다 우습던 적이 없어. 다 나보다 나으니까”라고 인정할 줄 아는 오스카 쪽이 훨씬 인간적이지만, 그리고 내내 라임 씨의 뒤에서 지켜보기만 해온 액션 스쿨 임 감독(이필립) 쪽이 훨씬 믿음은 가지만 그 어떤 남자에게라도 라임 씨의 미래를 얹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의 노력 하나로 살아온 지난날이 헛되지 않도록, 그 길이 비록 험하고 고되더라도 앞날 역시 스스로 개척해나가길 바랄게요.
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라임 씨, 어떤 남자에게도 미래를 얹으려 하진 마세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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