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만이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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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가 잘하는 무기 한 가지로 살아가는 거잖아? 자기 와이프는 실력이 좋아서 그걸로 살아가는 거고, 자기 말대로 난 남의 공 가로채는 거 잘해. 그거라도 잘 하니까, 그거 무기 삼아서, 이렇게 버티는 거야.” 지난 번 백여진(채정안) 씨가 프레젠테이션 경합에서 이기고자 자신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아내 황태희(김남주)의 기획안을 빼돌렸었다는 걸 알게 된 봉준수(정준호) 씨가 “아무리 반칙을 하더라도 기본이라는 게 있는 거 아니냐”며 힐난을 하자 여진 씨가 주절주절 늘어놓은 변명입니다. 아, 거기에 한결 같은 미모와 눈물 또한 빠질 수 없는 무기였죠? 그리고는 확인 사살 차 기습 키스까지 보탰습니다. 꽤 승률이 높은 전술이었는지 망설임 없이 일사천리로 공격이 진행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일단 거부의 제스처를 취하고는 있었지만 봉준수 씨의 태도는 어정쩡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하기야 빈틈이 보이니 공격을 하지 철옹성에다 대고 하릴없이 화살을 쏘아댈 리는 없지 않습니까? 가만 보면 여진 씨는 남의 공 가로채기만 능사가 아니라 남의 남자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더라고요. 사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어리석은 누군가가 이 방법을 그럴듯하다 여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더군요.

주부 생활 5년이 황태희를 바꿔놓았죠
진심만이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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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경합’이라 하니 떠오르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MBC 에서 보여줬던 최상궁(견미리)과 한상궁(양미경)이 수라간 상궁자리를 놓고 벌인 경합인데, 혹시 기억나시나요? 이 경합이 흥미진진했던 건 시청자들이 응원하는 한상궁과 장금(이영애)이는 물론 상대편인 최상궁과 금영(홍리나)이도 모두 빼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권세에 목을 맨 오라버니(이희도)를 비롯한 집안의 압박으로 권모술수에 가담을 하긴 하지만 최상궁은 실력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인재였거든요. 그 점, 금영이도 마찬가지였고요. 최상궁 측이 부족했던 건 실력보다는 사람을 끄는, 즉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문이라는 배경을 믿고 매사 교만했던 최상궁 편과는 달리 한상궁과 장금이는 늘 진심이 우선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혹시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진 씨가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황태희 씨가 차차 사람을 끄는 힘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은데, 어쩌죠?

한때 황태희 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추진력과 아이디어로 한송이(하유미) 상무로부터 총애를 받았지만 사람을 포용할 줄을 몰라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 갔었죠. 여진 씨도 입사 초기 황태희 씨에게 받은 모욕 때문에 절치부심했고 결국 온갖 수를 써 황태희 씨를 내쫓았던 거잖아요. 따라서 어렵게 계약직으로 재입사한 황태희 씨가 마주해야 했던 건 팀원들의 싸늘한 눈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두 황태희 씨로부터 당한 기억들이 생생하거늘 반길 리가 있나요. 속없이 착한 소유경(강래연) 씨 말고는 아예 말도 섞고 싶지 않아 하더라고요. 그러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시집 식구와, 이웃과 부딪히며 보통 주부로 살아온 5년이라는 세월이 영 헛된 시간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돌아온 황태희 씨는 예전의 안하무인이었던 그녀가 아니었거든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진심만이 답입니다
진심만이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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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같으면 대번에 무시해치웠을 비만으로 고민하는 고객에게 다이어트 비법을 알려주며 위로하고, 혹시 좌천된 처지를 아내가 알까 전전긍긍하는 남자 동료를 임기응변으로 구해주기도 했죠. 그런가하면 간암 선고를 받았으나 외국 유학 가있는 처자식을 위해 산재 적용을 받고자 숙직실에서 침식을 해결 중인 목부장(김창완)의 마니또 역할 또한 충실히 해내고 있더라고요. 어차피 실력으로도 상대가 안 되던 판에 이처럼 황태희 씨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장금이의 비기’까지 갖췄으니 이미 승부는 끝이지 싶네요.

자, 그럼 백여진 씨는 이제 어찌 되는 걸까요? 에서의 최상궁의 극에 다른 패악은 죽음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지만 여진 씨가 받을 형벌은 철저한 고립이 아닐까요? 이미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슴푸레 하게나마 깨닫고 있긴 하잖아요? 지난 번 본심인지 거짓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옛 애인이었던 봉준수 씨를 붙들고 이런 말도 했죠. “자긴 나에게 집 같은 사람이었다고. 밖에서 놀다가도 해지면 돌아갈 집 같은 사람. 준수 씨는 내가 언제라도 불러도 달려와 줄 사람이었잖아. 그런데 그 집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들어앉아 살고 있는 게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고. 도대체 지금 내가 가진 게 뭐야? 나에게 남은 사람이 누구야?” 지성껏 모시던 어머님까지 돌아가신 마당에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딱하긴 합니다. 하지만 남은 사람이 없는 탓을 왜 타인에게 한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남의 아이디어 가로챌 궁리할 시간에 실력을 갖출 노력을 좀 하시고요, 무엇보다 입에 발린 말과 행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마시고 진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해보세요. 도대체 부족한 것 없는 사람이 자꾸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게 답답해서 그럽니다.
진심만이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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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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