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인기? 자존심 지키며 배우 생활 하기에 필요 한 것”
장동건 “인기? 자존심 지키며 배우 생활 하기에 필요 한 것”
지난 22일 언론시사를 가진 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지금 이 순간 장동건은 어떤 기분일까 하는 것이었다. 에서 로, 다시 로 제목이 바뀌는 동안 3년이 흘렀고, 장동건은 길고 긴 후반작업과 배급 조정을 묵묵히 기다렸다. 그런 그이기에, 오랜 기다림 끝에 자신의 할리우드 진출작을 세상에 공개하게 된 소감이 궁금했다. 장동건에겐 마침내 작품을 개봉한다는 흥분보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먼저인 것처럼 보였다. 는 자신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대등한 입장으로 합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작품이기에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동건과의 대화를 옮겼다.

시사회 끝나고 인터넷에 올라온 영화평들은 좀 봤나.
장동건: 다는 못 봤고, 듣기엔 반반이라더라. (웃음) 어느 정도 취향을 탈 거라고 예상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거나, 인생의 의미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니까. 보시기에 따라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액션 찍느라 힘들다고 하더니 영화에서 (케이트 보스워스와) 연애만 하다 왔냐고 그러더라. (좌중 웃음)

“얇지만 넓은 관객층을 목표로 한 영화로 변화했다”
장동건 “인기? 자존심 지키며 배우 생활 하기에 필요 한 것”
장동건 “인기? 자존심 지키며 배우 생활 하기에 필요 한 것”
영화 속에서의 검술이 인상적이다. 얼마나 연습한 건가.
장동건: 6개월 동안 했는데, 중간에 부상도 있고 해서 실제로는 4개월 정도 훈련했다. 설정 상으로는 동양 최고의 무사지만, 이연걸이나 견자단 같은 배우들처럼 화려한 무술을 선보이는 역할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공이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칼을 한 번 휘두르더라도 더 품위 있어 보이게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영어 대사는 어렵지 않았나.
장동건: 캐릭터 자체가 말을 많이 하는 캐릭터가 아니니까 수월하긴 했다. (웃음) 발음 코치를 한 명 붙여줬는데, 미국인들이 알아듣기 쉬운 발음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동양에서 온 무사라는 설정에 맞는 발음을 연습시켜 주더라. 그래서 하루 일과가 낮에는 검술훈련, 저녁에는 대사 연습의 연속이었다. 사실 6개월 시간 주고 그 정도 분량의 대사를 못 하면 안 되지. (웃음)

후반 작업만 2년이 넘었다. 지금 그때 연기를 다시 보면 색다를 거 같은데.
장동건: 지금보단 좀 젊은 거 같더라. (웃음) 지나고 보면 창피하고 아쉬운 점들이 보인다. 물론 20대 때 출연했던 드라마 다시 보는 기분까진 아니지만, 지금이라면 좀 다르게 연기했을 텐데 하는 부분들이 있다. 개봉하기까지의 시간이 나로서도 기다려 주신 분들 입장에서도 길었지만,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가 아닌 걸 감안하면 그렇게 늦춰진 것도 아니라고 하더라.

할리우드 진출의 첫발을 내딛는 작품이다. 오래 기다린 만큼 잘 나온 작품 같나.
장동건: 사실 처음 기획은 특정 타겟 층의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였다. 그런데 제작비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면서 태생적으로 그럴 수 없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더 얇지만 넓은 관객층을 목표로 한 영화가 된 셈이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 (웃음) 다만 처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점들도 생겼다.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결과에 대해선 대체로 만족한다. 내 캐릭터는 처음 시나리오의 설정이 많이 살아 있는 편이고.

특정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라 하면, 지금보다 더 잔인하고 매니악한 영화였나.
장동건: 그렇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을 때 떠오른 건, 로버트 로드리게즈나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같은 이미지였다. 굉장히 독특하겠다 싶었다. 굉장히 잔인하지만 무겁진 않은 느낌. 그런 부분은 많이 희석된 거 같다.

“언젠가부터 도시를 배경으로 정상적인 옷 입고 찍은 영화가 별로 없더라”
장동건 “인기? 자존심 지키며 배우 생활 하기에 필요 한 것”
장동건 “인기? 자존심 지키며 배우 생활 하기에 필요 한 것”
동양 배우들은 할리우드에서 액션 배우로 소비된다는 인상이 강하다. 반면 에서는 액션만큼이나 로맨스도 중요한 요소다.
장동건: 미국에선 아직도 아시아 남자배우라 하면 ‘액션배우’라는 인상이 아직 강하다. 나는 액션을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액션‘도’ 잘하는 배우, 서구 관객들에게 다양한 캐릭터로 다가가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 케이트와 키스 신을 찍고 나서 들은 이야기인데, 그전까지는 아시아 남자배우와 메인 스트림의 할리우드 여배우 사이의 키스 신이 별로 없었다고 하더라. 아시아 남자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 발짝 넓어지는구나 싶었다.

이 작품 말고도 할리우드에서 작품 제의가 제법 있었을 거 같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맡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
장동건: 제의받은 것 중엔 이야기하기 창피한 것들도 많다. (웃음) 갑자기 주사 맞고 슈퍼맨이 되는 작품 같은 거. (웃음) 하고 싶은 역할이라. 언젠가부터 내가 도시를 배경으로 정상적인 옷 입고 찍은 영화가 별로 없더라. (좌중 웃음) 만약 지금 그런 역할을 맡는다면,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은 있다.

미국에서 당신은 새로 등장한 배우지만, 국내에서는 인기 절정의 톱스타다. 심지어 생후 백일도 채 안 된 아들에 대한 가십이 연일 쏟아진다.
장동건: 나이에 맞는 인기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이 나이에 아이돌 같은 인기를 원할 수는 없으니. (웃음) 배우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만, 자존심을 지키면서 하려면 인기가 있어야 된다. 사실 인기라는 게 팬들이 줬다가도 도로 가져가면 없어지는 거니까. 이 영화가 날 캐스팅한 것도 한국 관객들의 지지가 베이스가 된 거고. 그래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항상 느낀다. 아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그렇다. 가끔은 부담감에 스트레스도 받고, 아이는 이 상황을 모른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는 건 나나 아내나 동의하고 있다. 잘 컨트롤해 내야지. (웃음)

마지막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다른 아시아 배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장동건: 글쎄, 조언이라기보단 이런 생각을 한다. 해외 진출작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내게 이 작품이 성공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기획안을 할리우드가 돈을 주고 산 대등한 합작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아시아 배우들 데려다가 편한 역할 하나 줘서 영화를 찍었다면, 이 영화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 시스템의 힘이고, 이 영화가 좋은 선례를 만든다면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기획이 더 늘어날 것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