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이 윗몸일으키기 하는 거 봤어?
현빈이 윗몸일으키기 하는 거 봤어?
너 봤어? 현빈 완전 대박이야, 대박.
사람을 대체 뭘로 보고… 내가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설마 주말 밤에 남들 연애하는 이야기나 보고 있을 거 같으냐? 그 시간에 맥주 마시면서 프리미어리그 보는 게 훨씬 낫지.

야, 그 시간에 현빈을 안 보면서 TV를 트는 거야말로 전파 낭비야.
아, 그래? 그럼 그냥 내가 TV를 안 보면 되겠네. 쳇, 쳇, 쳇.

그러지 말고 한 번 봐봐. 괜히 다들 에 열광하는 게 아니야. 지난주에만 해도 현빈이 윗몸일으키기 하는 장면으로 완전 다 평정했다니까?
대체 그 윗몸일으키기가 어쨌다는 거야? 뭘 대단한 걸 했기에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무슨 온몸에 쇠사슬을 감고 윗몸일으키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이번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딴 유도의 김주진 선수처럼 다른 사람 몸에 매달려서 했어? 설마 그냥 체력장에서 하는 윗몸일으키기를 했다고 그 난리는 아닐 거 아니야.

네 관점으로 보자면 평범한 윗몸일으키기일 수도 있지.
그런데?
현빈이 윗몸일으키기 하는 거 봤어?
현빈이 윗몸일으키기 하는 거 봤어?
그러니까 이런 거야. 하지원이 현빈의 발목을 잡아주면 현빈이 윗몸을 일으킬 때마다 아이 컨택을 하는 거야. 살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에라이. 뭐, 미이소? 미이이이소? 야, 야. 이미 거기서부터 글러먹은 거야. 기본적으로 운동할 때 웃음이 나온다는 건 제대로 근육에 자극이 안 되고 있다는 소리밖에 안 돼. 미소가 아니라 ‘아이고, 나 죽네’라는 곡소리가 나와야 제대로 된 운동이라고. 윗몸일으키기건 팔굽혀펴기건.

그거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그렇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그윽한 눈길로…
뭐어, 처언처언히이? 처어어언처어어언히이이? 야, 빠르게 해서 좋은 운동이 있고 느리게 해서 좋은 운동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윗몸일으키기는 빠르게 할수록 좋은 운동이야. 가령 팔굽혀펴기나 턱걸이의 경우 너무 빠르게 하면 몸에 반동이 생기면서 일종의 속임수 동작이 나오기 때문에 약간은 천천히 하는 게 좋아. 하지만 윗몸일으키기는 엉덩이를 땅에 붙인 이상 따로 반동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속임수 동작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특히 어느 정도 단련이 된 사람의 경우 천천히 하면 복근에 거의 자극을 받지 않아.

그럼 몸을 일으킨 다음에 멈추고서 말을 거는 건 더더욱 안 좋겠네?
당연하지! 심지어 말까지 건단 말이야?

응. ‘길라임 씨, 몇 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어?’라고. 꺄아아악!
얼씨구. 좋단다.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 완전히 등을 바닥에 대거나 윗몸을 일으켜서 완전히 앞으로 숙이는 자세는 근육에 이완을 준다고. 다시 말해 아주 짧게나마 휴식 시간이 되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등을 약간은 띄운 상태에서 턱이나 팔꿈치로 자기 무릎을 빠르게 찍고 온다는 기분으로 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몸을 일으키고서 멈춘다는 건 운동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만약에 윗몸을 45도 각도까지만 들어 올린 상태에서 버티면서 말을 건다면 그건 제법 운동이 될 수 있겠다. 복근에 힘 빡 들어간 상태로 ‘기히이일라임씨이이 컥’ 이러면…

야, 그건 별로 멋이 없잖아. 현빈처럼 두 손을 다소곳이 가슴에 포개면서 스윽스윽 올라와줘야 잡아줄 맛이 나지.
정말 윗몸일으키기에서 안 좋은 건 다 보여줬구나. 보통 체력장할 때 윗몸일으키기 하나 하기도 어려운 아이들이 조금씩 복근을 훈련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지 알아? 팔을 무릎 쪽으로 뻗으면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거야. 윗몸일으키기는 다른 것 없이 자신의 상체 무게만으로 복근에 자극을 주는 운동이기 때문에 손이 하체에 가까울수록 쉬워지고, 하체로부터 멀어질수록 힘들어져. 그렇기 때문에 체력장에서의 기본자세가 손을 깍지 껴서 머리에 대는 거고. 만약 그보다 더 강한 자극을 주고 싶으면 아예 팔을 만세를 부르듯 어깨 위로 쭉 뻗고 하면 돼. 그것조차 쉬워진다면 아예 바벨 플레이트 같은 걸 머리에 이고서 하는 방법도 있고. 그에 비해 가슴에 손을 얻는 건 너무 초보자의 자세지.
현빈이 윗몸일으키기 하는 거 봤어?
현빈이 윗몸일으키기 하는 거 봤어?
너 현빈 안티냐? 아무리 네가 말한 그런 단점이 있어도 현빈이랑 같이 하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운동이 즐겁겠어. 내가 현빈이랑 운동하면 하루 종일 발목 잡아줄 수도 있겠다.
나도 하지원이 잡아주면 윗몸일으키기 천만 개 할 수 있거든? 아니 그냥 잡아주는 게 아니라 나를 뒤로 밀쳐내도 천만 개 할 수 있겠다.

뒤로 밀쳐? 네 얼굴 보기 싫어서?
아유 진짜… 그런 게 아니라 복근에 더 많은 자극을 주기 위해서야. 아까 말한 것처럼 팔을 머리 위로 올리거나 무거운 걸 드는 건 결국 몸을 일으키기 어렵게 해서 복근에 자극을 주는 건데, 위에 있는 사람이 밀어주는 것도 마찬가지야. 몸을 일으킬 때 위에서 세게 밀어주고, 그 때마다 밀리지 않으려고 더 강하게 몸을 일으킬 때마다 복근에는 훨씬 큰 자극이 오지. 윗몸일으키기 하는 사람도 위에서 잡아주는 사람도 모두 상당히 힘든 운동인데 사실 제대로 된 파트너십을 느끼려면 이런 걸 해야 하지 않겠어?

보기 흉해. 아니, 그럼 내가 현빈을 터치해도 되는 건가? 와, 너무 좋은 방법인데?
야, 야, 더 좋은 거 가르쳐줄게. 정말 복근을 제대로 자극하고 싶으면 아예 잡아주는 사람 없이 혼자 하는 게 최고야.

혼자? 혼자서는 윗몸일으키기를 할 수 없잖아.
누가 윗몸일으키기를 하래? 윗몸일으키기는 기본적으로 허리힘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운동이야. 복근만큼이나 척추기립근이라고 하는 허리 쪽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이지. 그 때문에 허리 부상이 있다고도 하는데 사실 내 경험으로는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 다만 허리 근육을 쓰는 비중을 줄이면 당연히 그만큼 복근이 감당해야 할 자극이 더 커지겠지? 그렇게 만들어진 게 혼자 누워서 하는 크런치야. 윗몸일으키기가 엉치뼈까지만 바닥에 닿게 해서 상체 전부를 일으킨다면, 크런치는 등허리를 전부 댄 상태에서 오로지 복근을 쥐어짜면서 상복부 쪽만 들어 올리는 거야. 윗몸일으키기보다 허리 운동은 덜하겠지만 복근 자체의 자극은 더 크지. 누가 잡아주지 않으니 하체 힘에 의지할 일도 없고. 다만 너무 상복부에만 자극이 되기 때문에 역시 혼자서 누워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내리는 레그레이즈와 병행해주는 게 좋아. 어쨌든 파트너 없이 혼자서 운동하는 게 오히려 복근 운동에는 더 좋을 수 있단 거지.

그래, 그렇게 혼자 식스팩 만들어서 걔네랑 평생 알콩달콩 농담 따먹기 하면서 재밌게 살아라.
아니 그럼 발목이라도 좀 잡아주던가. 뭘 해주지도 않으면서 나보고 혼자 한다고 뭐라 하면 되냐.

잡아주면 구시렁대지 않고 열심히 할 자신은 있고?
천만 개?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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