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채│My name is...
정은채│My name is...
My name is 정은채. 집안 이름이 ‘채’자 돌림이다. 오빠 이름은 정민채.
1986년 11월 24일 태어났다. 아, 그러고 보니 곧 생일이네? 최근 2달 동안 거의 2년 치 일을 바쁘게 해치우느라 날짜 가는 것도 잘 모르겠다.
열다섯 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네다섯 살 즈음 2년 동안 가족이 영국에서 살았다. 아버지 일 때문이었는데 그때 부모님 모두 영국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이가 크면 영국으로 유학을 보내기로 마음먹으셨다고 한다.
오빠 역시 대학은 영국에서 다녔다. 미디어 관련한 과목을 전공했고,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 미디어에서 일하기도 했다. 현재는 창업투자사에서 일하고 있다. 워낙에 영화를 좋아하고, 덕분에 나도 영화나 공연 보는 걸 좋아하게 됐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 통금 시간을 어긴 적이 있다.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학교라 기숙사 규칙이 많이 엄했는데 경고를 많이 받으면 퇴학당할 수도 있었다. 어느 주말에 외출했다가 통금 시간을 놓쳐서 친구에게 부탁해 이불 밑에 베개를 넣어 사람이 누운 것처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담을 기어서 올라가는데 마침 그날 밤 소방 훈련을 하는 거다! 경보가 울리고 다들 뛰쳐나오는데 가까스로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수학을 싫어하는데 고등학교 때는 선택 과목에서 미술과 수학을 골랐다. 원래 이과 쪽에 굉장히 약한데 그나마 수학이 점수가 나오는 편이었다. 이상하게 동양 애들이 수학은 톱이었다. 영국에선 시험 시간에 공식이 주어지고 계산기도 주어지니까 확실히 한국에서보다 편한 것 같다.
대학에선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했다. 옷을 만들거나 소파를 만들기 전의 천을 디자인하는 작업이다. 종이에다 디자인 패턴을 그린 다음에 이걸 그대로 천으로 옮기는 작업인데 천 재질마다 방식이 다 다르다. 프린트를 하기도 하고, 베틀로 직접 짜기도 한다. 만약 연기를 안 했더라면 이 일을 했겠지. 현재는 휴학 중이다.
부산이 고향이라 아직도 가족들과 대화할 때는 부산 사투리를 쓴다. 또 갑자기 말을 해야 하거나, ‘욱’할 때도 나도 모르게 부산 사투리가 나온다.
2% 부족할 때 CF는 그냥 애드리브로 진행했다. 콘티와 상황만 주어져 있었고 임지규 씨와는 그냥 애드리브로 대사를 주고받았다. 그땐 화장도 안 했다. 되게 편한 그런 일상 톤의 연기를 했다. 지인들은 보고서 ‘화장 좀 하지 그랬느냐’고 하더라.
서울에서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생활비는… 설거지와 빨래로 대체하고 있다. 다행히 오빠가 결혼 생각이 없어서 한동안은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오빠 나이가 많긴 한데 한동안은 힘들 거 같다. (웃음) 그렇다고 이제 내가 돈을 버니까 나가라고도 하지도 않고.
의 영숙이가 쓰는 과도한 영어 발음은 감독님께 직접 제의한 거다. 대본에도 혀를 굴리며 영어를 구사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영숙이를 연기할 땐 실제 영국에서 쓰던 영어보다 더 굴렸다. 얘는 스스로 촌스러운 영숙이가 아닌 세련된 레이첼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니까.
사실 히어로무비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만약 가 계속 날아다니고 싸우는 그런 영화면 찍기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우리 영화에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변희봉 선생님과 고수 선배님, 그리고 내가 있는 유토피아 전당포 안의 가족애 같은 것이 좋았다. 외국인 친구들을 다루는 방식도 신선했고.
뮤지컬 를 보고 싶다. 영국에서 같은 뮤지컬도 많이 봤는데 는 못 봤다. 영화는 봤는데. 굉장히 재밌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한국 버전 공연으로 보고 싶다.
미셸 공드리를 좋아하고, 에 나오는 샤롯 갱스부르도 좋아한다. 영화에도 출연하고, 음반 작업도 하는 그런 다양한 활동이 멋있어 보인다. 나도 그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영국에서 지냈다고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축구 봤느냐는 거다. 안 봤다. 대신 낮부터 술 마시며 축구를 보고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항상 봤다. 그게 일상적인 거니까.
혼자 영화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 서울에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서 혼자 편하게 보고 있다. 최근 본 건 . 정말 한국적인 이야기인 거 같다. 확실히 한국 영화는 투박하고 거친 질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잔혹한 영화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밴드 메이트와 함께 라는 영화를 찍고 있다. 메이트의 자전적인 이야기인데 나도 나를 연기한다. 영국에서 미술을 하다가 한국에 잠시 들어온 역할로. 여기서 메이트의 기타 겸 보컬인 임헌일 씨와 예술적인 교감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밴드로는 비틀즈와 프랑스의 피닉스를 좋아하고, 작가는 알랭 드 보통과 무라카피 하루키를 좋아한다. 특히 하루키의 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림책을 많이 좋아한다. 는 현재 사놓고 고이 모셔놓고 있는데 일을 다 끝내고 한 번에 훅 읽고 싶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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