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2010, 단 한명의 슈퍼스타 K는 바로 허각 씨입니다.” 발표자로 나선 배철수 씨가 한참을 뜸을 들이다 마침내 허각 씨 이름을 외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열렬히 박수를 치고 있더군요. 마치 2002년 월드컵에서 황선홍 선수가 첫 골을 넣었을 때와 흡사한 감동이 밀려 와서 말이죠. 사실 보다 냉정해야 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이처럼 분위기로 흐르는 데에 불만을 가지신 분들, 많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누구라도 감동어린 결말이라는 점에는 토를 달 수 없지 싶네요. Mnet 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각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였으니까요.

불가능을 하나씩 가능으로 바꿔 나간 끝에서
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그 중 17세에 불과한 강승윤 군이 탈락 후 숙소를 떠나며 남긴 멋진 명대사는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느낀 기적은 절대 이뤄질 수없는 일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불가능을 하나씩 하나씩 가능으로 바꾸는 거예요.” 승윤 군의 말처럼 그렇게 불가능을 하나씩 가능으로 바꿔 나간 끝에 허각 씨는 결국 최후의 1인의 자리를 획득했죠. 많은 분들이 그간 그룹 미션과 라이벌 미션을 거치며 엎치락뒤치락 처지가 뒤바뀌었던 존 박과 허각 씨가 결승에서 맞붙길 바라 왔어요. 그러나 실제로 결승에서의 대결은 물론 허각 씨의 우승을 확신하셨던 분들은 많지 않지 싶어요. 허각 씨 스스로도 확신은 없었던 거죠? 존 박과의 라이벌 미션에서 탈락한 후 ‘어차피 내 역할은 주인공을 뒷받침해주는 거였다. 여기까지에 만족한다’며 돌아서던 노란 티셔츠를 입은 쓸쓸한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거든요. 그러나 이런 결과를 얻고 보니 그동안 반신반의 해왔던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비로소 믿게 되네요. 국민 모두가 힘과 기를 모아 월드컵 4위의 감동을 이뤄낸 것처럼 허각 씨의 우승 역시 수많은 이들의 바람이 합하여 이루어낸 마법 같은 결과가 아니겠어요?

윤종신 씨가 최종 심사평에서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부터 간절함이 느껴졌다. 간절함만큼은 언제나 1등이었다”라고 하더군요. 저 역시 처음 지역 예선에 등장한 허각 씨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우승까지는 못 간다 해도 TOP 10 안에는 부디 들어주길 바라왔던 터라 공감이 갔어요. 너무나 훌륭한 노래였기 때문은 아닐 거예요. 이번 오디션 내내 나온 말이지만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인물은 사실 찾아보면 꽤 있는 편이잖아요? 그러나 분명한 건 노래를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허각 씨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죠. 차별 점은 윤종신 씨 말마따나 간절함의 유무일 겁니다. 예선 심사를 맡은 선배 가수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어요. 조PD는 좋은 아티스트가 될 것 같다고 했고, 백지영 씨도 노래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다고 했죠. 설운도 씨는 아예 자신 또한 고생 많이 해본지라 공감이 간다며 울컥하여 차마 말을 잇지 못하셨던 거 기억나죠? 그분들도 이번 결과에 열렬한 축하의 박수를 보냈겠지요?

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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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최종 무대의 라이벌 존 박도, 그의 어머니도 허각 씨를 마음으로 응원하고 계셨더군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음 편안하게 해라. 네가 일등하면 잘돼서 좋은 일이고, 허각이 일등을 하면 더 좋은 일이다. 힘들게 자랐는데 얼마나 좋은 일이냐’라고 하셨다고요. 존 박이 밝고 긍정적일 수 있는 비결은 어머니라는 버팀목에 있지 싶었습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얘기를 더해보자면, 김소정 씨 어머니의 활짝 웃는 모습도 인상 깊었죠? 탈락한 무대 위의 딸을 보며 그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어머니는 흔치 않거든요. 제 딸아이는 어머니 입장에서야 딸이 가수를 그만두고 카이스트로 돌아가게 된 걸 오히려 반길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서럽게 우는 딸을 그처럼 담대하게 지켜볼 수 있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기론 장재인 씨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죠. 그런가하면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아들에겐 태산과도 같이 든든했을 김지수 씨의 어머니도 잊을 수 없네요. 그리고 그 어머니들을 볼 때마다 저는 항상 허각 씨가 떠올라 마음 아팠습니다. 1985년생이라니 우리 아이들과 엇비슷한 나이인지라 자라면서 느꼈을 어머니의 빈자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에요. 물론 자상한 아버지가 계셨고 친구 같은 쌍둥이 형도 있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어쩌면 간절한 바람의 근원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적을 이뤄낸 허각 씨가 더 장합니다. 축하드려요.
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허각 씨, 그래서 더 장합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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