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오앓이’, ‘꽃선비 여림’, ‘바른생활 선준’. 전국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KBS 은 말 그대로 ‘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다. 금욕적인 태도가 오히려 여심을 흔드는 가랑 이선준, 모든 여인의 가슴속에 봄바람을 불어넣는 여림 구용하, XX 염색체를 가진 여인이라면 결코 설레지 않을 수 없는 걸오 문재신 등 다양한 취향을 커버하는 캐릭터들은 꿈에서라도 한번쯤 만나고 싶은 남자들이다. 해서, 18세기 금녀의 반궁 성균관에 거하고 있던 유생들을 21세기 여인들의 눈앞에 데려와 동반만남을 주선했다. 아쉽게도 잘금 4인방 가운데 대물 김윤식은 본인이 극구 사양하여 참석하지 못했으나 성균관의 실세, 몸통, 일진 하인수가 대신 출석했다. 지금부터 이들과의 꿈같은 시간을 즐겨보도록 하자.

<성균관 스캔들>│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책방주인 황가 : 지금부터 성균관 잘금 4인방과의 동반만남을 시작하도록 하겠소. 아, 대물 김윤식 유생이 고뿔에 걸린 관계로 이 자리에 장의 하인수 도령께서 대신 나오셨는데, 비록 대물은 아니나 성균관의 앞날을 한 몸에 책임지고 계신 우리 장의도 결코 어디 가서 인물 안 빠지는 양반이니 혹시 서로들 갖겠다고 싸우는 건 아닐지 이 주선자 마음이 아주 초조합니다, 초조해. 하하하. 그럼 우리 유생 나리들, 각자 소개 좀 해주실까요?
하인수 : 장의 하인수다. 내 사람을 찾으러 나왔다. 그 뿐이다.
구용하 : 내가 누군지는 다들 알지 않나? (여인 1을 쳐다보며)구. (여인 2를 쳐다보며)용. (여인 3을 쳐다보며)하. 별호는 (여인 4를 쳐다보면서 윙크를 날리며) 여림~♥
여인 4 : (혼미해지는 정신을 애써 가다듬으며 날카롭게) 여림…이라면?
구용하 : 왜 그래, 넉넉할 여에 임할 임, 좋잖아. 그댄, 대체 뭘 상상하고 있는 거야? 궁금하네. 계집 녀에 수풀 림이라도 될까봐? 응? 자, 다음 차례는 내 10년 지기 친구 문재신.
문재신 : …
구용하 : 흠, 이 친구가 처음엔 원래 좀 낯을 가리네. 내 대신 소개를 해주지. 이름은 문재신. 별호는 걸오라고, 미친 마..ㄹ…
문재신 : (입술 꽉 깨물고) 그만해라.
이선준 : 이선준이라고 합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했고 엄연한 반가의 자제들이 이토록 무분별하게 여인과 어울리는 자리는 딱 질색입니다. 허나, 이 자리에 필히 참석하라는 여림 사형의 명을 어긴다면 유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예와 질서에 어긋나는 행동이니 어쩔 수 없이 나온 것뿐입니다. 그러니 오해는 말아주십시오.
<성균관 스캔들>│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책방주인 황가 : 자자, 자기소개도 했으니, 이 주선자는 이만 빠지겠습니다. 다들 좋은 시간 보내시길, 그리고 규수 분들은 약속하신 거마비를 잊지 마시…(걸오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나간다.)
구용하 : 자, 일단 술이나 시키자고. (꽃무늬 부채를 펼쳐 얼굴을 반 쯤 가리면서) 뭐가 좋을까나? 술은 늘 먹던 대로 혼돈주 당첨, 안주는 말이지 (부채 너머로 네 여인을 스-윽 훑어보며) 우리 사내들한테 그렇~게 좋다는 세발낙지 그리고, (갑자기 여인 1를 쳐다보면서) 혹시 황감 좋아하나?
여인 1 : 황감이요?
구용하 : 귤 말일세, 귤. 탐라에서 진상품으로만 올린다는 귀하디귀한 과일이건만, 내 오늘 이 자리에 아름다운 여인들이 나올 줄 알고 미리 이것들을 준비해왔지. 자, 다들 하나씩 받게나. (여인 1에게 귓속말로) 내 그대에게는 하나 더 주겠네. (윙크)
여인 1 : 왜, 저한테만?
구용하 : 왜긴 왜야? (여인 1에게 다가가) 가까이서 보니 피부가 거칠거칠하고 눈 밑이 거뭇거뭇한 것이 어찌 계집의 낯빛이 사내인 나보다 곱지 못한가? 안타까운 마음에 특별히 자네한테만 인심 쓴 거니 누가 보기 전에 어서 넣어두게나. 나, 구용하다~
문재신 : (혼잣말로) 어휴, 저 미친놈…

하인수 : 다들 술잔은 채웠겠지? 이 하인수의 이름으로 첫 잔은 한 입 털기를 명한다. (유독 술잔을 들지 않는 이선준에게 고개를 돌리며) 노론 이선준, 지금 그 자세는 뭔가?
이선준 : 장의, 여쭤볼 게 있습니다. 모든 술자리에서 한 입 털기가 원칙입니까?
하인수 : 지금 뭐라 했나? 자네가 감히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긴 아나? 난, 이 성균관의 장의다.
여인들 : (일동 당황한 기색)
이선준 : 정 그러시다면, 초면에 여인네들 앞에서 사내들끼리 서로 얼굴을 붉히는 건 선비로서의 도리가 아니니 오늘만큼은 제 원칙을 잠시 내려놓고 그냥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하인수 : (말없이 주먹을 꽉 쥐는데, 눈에 핏발이 선다)
구용하 : 아이, 왜들 그러시나. (여인 2를 향해 턱을 괴고 빤히 쳐다보면서) 그나저나 그대는 어찌 그리 술도 홀짝 홀짝 예쁘게 마시는가, 으응?
여인 2 : (얼굴이 빨개진다)
구용하 : 그 붉은 얼굴에는 이 황감이 아주 잘 어울리지. 자, 아~ 하시게.
여인 2 : (머뭇거리고)
하인수 : 흐흠, 여림, 여인이 싫다 하지 않는가.
구용하 : 에헤이, 구용하가 황감을 직접 입에 넣어주는 기회가 어디 흔한가. 아~~옳지, 그래!
여인 3 : (끼어들면서) 근데 용하 오라버니는 왜 이 자리에 나오셨어요? 굳이 안 나오셔도 주변에 여인들이 줄을 설 텐데.
구용하 : 아하, 뭐 어쩌겠나. 이런 자리를 마련해야 내 친구 걸오와 장의, 그리고 꼿꼿한 저 이선준 녀석이 그대들 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날 수 있는 것을. 그래서 내 하는 수 없이 이 자리를 견디는 걸세.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여인네들을 탐하기 위한 사내의 헛된 욕심이 아니야. 동학들이 보다 넓은 대인관계를 맺길 바라는 학인의 마음일 뿐이지. 아암~
(일동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지만 구용하 태연하다)
<성균관 스캔들>│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구용하 : 자, 이제 우리 놀이 한판 하는 거 어떤가? 내가 가져온 이 활, 이 활을 돌려서 지목 당하는 사람이 혼돈주 한 잔씩 마시는 걸로. 자, 돌리겠네~
(활이 여인 2를 가리킨다)
여인 2 : (머뭇거리며) 저, 제가 술…을 잘 못하는데… 선준 오라버니께서 대신…
이선준 : (안 그래도 바른 자세를 다시 고쳐 잡고) 지금 저를 지목하신 겁니까?
여인 2 : (술잔을 주면서) 흐..ㄱ..기…사 좀…
문재신 : (어금니 꽉 깨물고) 너, 지금 이 자리가 우습냐? 허, 고작 제 앞으로 떨어진 술 한 잔 처리하지 못해 흑기사를 요청하고 말이다. 난 말이다, 너같이 약해 빠지고 남에게 우는 소리나 하는 녀석들이 제일 싫어.
여인 2 : (사색이 되어 이선준에게 구원 요청의 눈빛을 보낸다)
이선준 : (차갑게) 스스로 마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냥 안 마시면 되는 거 아니오? 정숙한 여인이라면, 자신의 입술이 한 번 닿은 술잔을 절대 사내에게 넘기지 않는 것이 법도가 아니오.
구용하 : 에이, 이건 놀이 아닌가, 놀이! (활을 쓰다듬으며) 이 잘 뻗은 활이 고민고민 하다가 한 여인을 지목했는데, 그 여인이 술을 안마시면 이 활이 얼마나 섭섭하겠는가, 으응?
하인수 : 내 대신 마셔주지, 이리 주시오.
이선준 : 장의, 그저 저 여인의 주량을 배려하셔서 술잔을 내려놓도록 허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인수 : 그러니까 네 말은, 내 원칙은 쓸모가 없고 무례한 거다?
문재신 : 어이 너, 흑기사 바라는 거, 그거 자꾸 하면 습관 된다. 그러다 어떤 사내도 안 마셔줘서 두 배로 마시는 수가 있어
구용하 : (분위기 수습하려) 에헤이, 그럼 내가 흑기사 해주겠네. 이리 주시게나. 이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 난리들인가. 이선준 자네는 너무 바른생활인 게 탈일세. 우리 규수분이 이렇게 피죽도 못 먹은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는데, 그렇게 외면할 셈인가? (여인 2에게 윙크를 날리며) 안 그런가?
여인 2 : (마지못해 이선준에게 향해있던 술잔을 구용하에게 건넨다)
하인수 : (또 주먹 불끈 쥐면서 혼잣말로) 지독한 놈… 감히 또 끼어들었겠다?
문재신 : (옆에서 가만히 듣더니 나지막하게) 어이 장의, 거, 너무 티내지는 마라? 안 그래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네가 저 여인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거, 다 아니까. 아, 이선준 저 자식은 모를 수도 있겠다.
하인수 :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연거푸 술을 마신다)
구용하 : 이봐 이봐 이봐, 자네 친구 여림이 여기 떡 하니 있는데, 왜 자작을 하고 그러는가. 내 따라줄 테니 천천히 마시게나.
하인수 : (술잔을 쾅-하고 내려놓으며) 저 꽉 막힌 놈이 뭐가 좋다고…!
<성균관 스캔들>│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이선준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래도 이 자리에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저 먼저 자리를 뜨겠습니다. 선진들이 우스워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니, 부디 노여워 마십시오.
문재신 : 나도 갈랜다. 어이, 여림 넌 계속 있을 거냐?
구용하 : 여인네들을 두고 먼저 자리를 뜨는 게 말이 되나? 이 동반만남이라는 게 말이야, 다 좋은데 꼭 이렇게 싸움이 난 단 말이지. 각자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 되잖아, 아니면 나처럼 모든 여인네들을 마음에 품든가, 안 그래?
문재신 : 아무튼 난 먼저 들어갈 테니, 알아서들 와라.
구용하 : 걸오 너, 혹시 대물한테 가는 거냐?
문재신 : 누… 누가 그래? 걔한테 가..ㄴ..따..ㄹ-으읍..끅!
구용하 : 귀신을 속여라. 나, 구용하야~
문재신 : 그러니까 그게,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흠흠, 그..그 녀석 때문에 나까지 고뿔 걸리면 누가 책임질 거냐? 그렇다고 이선준 그 자식이 챙겨줄 것 같진 않고, 뭐, 나라도 가봐야지. 하여튼, 그 자식은 사람 신경 쓰이게 하는데 뭐 있다니까.
구용하 : (걸오에게 달려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그럼 같이 가세, 친구! 아무래도 자네와 대물을 단 둘이 두는 것이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어 말일세. 왜 그럴까, 으응?
문재신 : …
여인들 : (서둘러 짐을 챙기며) 그, 그럼 저희도 이만 가보겠사옵니다.
<성균관 스캔들>│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가랑, 걸오, 여림, 장의. 당신의 선택은?" />(다들 떠나고 하인수 홀로 남았는데)
하인수 : 그 잘난 원칙주의자 이선준은 좋고, 나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이 성균관 장의의 명예를 이렇게 더럽힐 순 없지. (갓을 벗으며) 노론 이선준,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하는 것이냐? (상투를 풀며) 이제부터 나는, 하인수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입술에 연지를 바르며) 하지원이옵니다, 훗! 반드시 복수하고 말 것이야.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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