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이 작품은 가슴을 쿵쿵 뛰게 만드는 풋풋한 청춘 드라마이면서도, 어느 순간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깊게 음미하게 만드는 정치 드라마로 변모한다. 마치 작은 우주처럼 은 청춘의 배움으로부터 조선시대의 모든 계층과 정치적 문제를 끌어안고, 그것을 약동하는 청춘의 힘으로 풀어나간다. 이 깊고, 아름다우며, 유익하기까지한 드라마에 대한 의 애정을 담아 네 개의 강의를 마련했다. 드라마에서는 직접 보여주지 않았던 성균관의 세상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더 웃고, 더 빠져들기 바란다.

<성균관 스캔들>│왕의 시대, 백성의 정치
│왕의 시대, 백성의 정치" />
의 성균관 유생들은 백성들의 돈으로 먹고, 입고, 배운다. 그러나, 성균관은 남자 양반만 입학한다. 그 중 출세 가능한 건 노론과 소론의 아들이다. 그 중 하인수(전태수)처럼 장의가 되는 건 아비의 권력을 업은 자다. 백성이 돈은 내지만 백성은 없다. 같은 유생이라 하지만 신방례부터 신입생이 가져온 음식에 따라 차별한다. 은 이곳에 ‘남인, 몰락한 양반, 여자’인 김윤희(박민영)가 남장을 하고 입학하며 시작한다.

정조(조성하)는 어진 왕이다. 이선준(박유천)은 좋은 선비다. 하지만 그들은 백성과 같을 수 없다. 두 사람은 똑같이 ‘新民’(신민)을 이상으로 삼는다. 백성은 “교화하고 새롭게 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김윤희는 ‘親民’(친민)을 답한다. “현자는 백성이 좋아하는 바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를 싫어한다.” 사대부와 백성, 통치 받는 것과 참여하는 것의 차이. 김윤희가 성균관에서 목소리를 내자 “사대부 남자가 지켜온 조선”이 변한다. 정약용(안내상)은 성균관은 남자만이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고, 밤마다 조정을 비판하는 글을 뿌리는 문재신(유아인)은 백성들이 한문으로 쓴 자신의 글을 읽기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김윤희도 반촌의 빈민을 만난 뒤에야 가난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낀다.

서로 다른 모양이 각자의 큰 퍼즐이 될 때
<성균관 스캔들>│왕의 시대, 백성의 정치
│왕의 시대, 백성의 정치" />
MBC 등 남장 여자를 소재로 한 많은 드라마는 여성을 남성의 사랑과 보호를 받는 존재로 묘사했다. 그들은 멋진 남성의 세계에 들어온 관찰자이자 남성들의 마스코트였다. 반면 에서 김윤희는 성균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바꾸는 존재다. 그는 권력 앞에 억지로 옷고름을 풀어헤친 기생 초선(김민서)을 “사내들의 노리갯감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아는 여인의 몸”으로 본다. 여성이 사대부의 술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된다. 잘 통치하는 ‘신민’을 넘어 백성이 참여하여 지도자가 백성을 따르는 ‘친민’으로. 그러니, 일단 부딪치고 겪어라. 노론을, 소론을, 남인을, 여자를, 빈민을. 너희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모든 백성들을. 정조가 순두정강에서 원래 내려던 문제는 퍼즐을 맞추는 것이었다. 조각으로 나눠진 퍼즐을 각자의 모양을 간직한 채 보기 좋은 모습으로 맞추는 것. 그게 의 정치다.

정치의 원칙은 개인의 영역에 적용된다. 조선 최고의 사대부 집안의 아들인 이선준에게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김윤희, 또는 김윤식을 만나면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계율이나 삐뚤어진 잣대를 들어 추문이라 손가락질”하는 것을 잘못이라 깨닫는다. 책을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 직접 겪는 것은 다르다. 함께 생활하며 생긴 우정이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입술’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는 것. SBS 는 ‘우리’가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를 외치는 그들을 이해하고 수용하자고 말한다. 반면 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경험하고, 그들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한다.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그저 겪어라. 어떤 이에게는 동성애가 불가항력적일 수도 있음을 체험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 자신의 유일한 “내 편”에게 사랑을 느끼고, 신분과 시대의 한계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선준의 모습은 동성애에 관한 어떤 구호보다 설득력 있다. 이선준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건 지혜롭지 못하다”라고 말한다. 한 개인이 자신의 세상과 다른 것을 경험하면서 정치적 입장도 바뀐다. 은 근래 가장 섬세한 청춘 로맨스이자, 가장 큰 메시지를 던지는 정치 드라마다.

온 몸을 다해 부딪치고 배워라
<성균관 스캔들>│왕의 시대, 백성의 정치
│왕의 시대, 백성의 정치" />
그래서, 은 차분한 몸가짐을 가졌으나 마음은 ‘親民’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찬 선비다. 이 드라마는 영조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며 쓴 ‘금등지사’를 끌어들여 ‘잘금 4인방’에게 위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금등지사’는 조정을 흔드는 정쟁으로 확대되지는 않는다. ‘금등지사’는 성균관 유생들을 바깥과 연결시키는데 머무른다. 대신 은 ‘금등지사’에 관련된 ‘잘금 4인방’의 이야기를 한 축으로 성균관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들은 매번 문제를 받고,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얻는 건 답이 아니라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들이다. 신방례는 ‘대물’이라는 별명이 자랑이 되는 남성세계에서 기생이기 이전에 여성인 초선의 마음을 발견한다. 순두정강은 반촌 빈민의 현실을 보여주고, 재회는 간접적으로나마 동성애를 이해하도록 한다. 모든 계층을 만나고, 그들을 정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은 왕의 시대를 배경으로 백성의 정치를 말한다.

그 점에서 은 진정 ‘배움’에 관한 드라마다. 원칙주의자 이선준이 주류 엘리트라면 문재신(유아인)은 음지에서 활동하는 운동가이고, 오직 ‘재미’만 찾는 구용하(송중기)는 현실 문제로부터 도피한 지식인이다. 그들은 세상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만, 하나의 힘으로 뭉치지는 못한다. 그들은 다른 세계에서 온 김윤희를 만난 뒤에야 뜻을 모은다. 백성이 정치에 참여하면 이선준 같은 엘리트를 좋은 정치가로 만들 수 있다. 백성은 정치를 배우고, 정치가는 백성의 삶을 배운다. 그리하여, 모두가 다르지만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2007년의 KBS 은 “正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개혁과 연대의 가능성을 물었다. 2008년의 KBS 은 현실에 좌절된 혁명을 말했다. 2009년의 MBC 은 현실을 바꾸는 정치의 문제를 고민했다. 그리고, 2010년의 은 남자와 여자, 사대부와 백성사이에 높은 벽이 있는 조선 시대에서 모든 계층과 모든 정치적 입장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부딪쳐야한다고 말한다. 정치는 거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작을 시작하게 만드는 건 노론도, 소론도, 여자도, 동성애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배우는’ 청춘들이다.
<성균관 스캔들>│왕의 시대, 백성의 정치
│왕의 시대, 백성의 정치" />
물론, 청춘들이 세상에 일으키는 ‘스캔들’은 미완이다. 이선준과 하인수, 정조와 노론은 필요에 따라 뜻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선준과 전혀 다른 신념을 가진 그의 아버지 좌의정(김갑수)은 그런 관계가 가능할까. 이선준은 원칙과 신념을 혈육의 정과 공존시킬 수 있을 것인가. 같은 계급의 문제에서 다른 계급으로, 그리고 세대의 문제로. 청춘이 배워야할 문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은 그것들을 숨기지 않고 부딪친다. 이 매혹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강의가 어디까지 갈까. 정말로, 국민이 낸 시청료를 국민에게 제대로 돌려주는 드라마가 나왔다.

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