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라 쓰고 ‘캔디’라 읽는다.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계모로부터 쫓겨나 아픈 동생을 지켜야 하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당차고 발랄한 성격을 유지했던 은성(SBS <찬란한 유산>)도, 노비 출신으로 입궐해 왕의 후궁이 되기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동이(MBC <동이>)도 전형적인 캔디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한효주는 앞의 단 두 작품만으로 캔디 이미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배우이기도 하다. 2005년 데뷔 후 그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은 오히려 감정을 숨기거나 차분한 캐릭터에 가까웠다. 남몰래 복수노트와 보답노트를 들고 다니던 소심한 여대생(MBC <논스톱 5>)으로 시작해 삐딱한 남자를 걱정하며 챙겨주는 지수(KBS <하늘만큼 땅만큼>), 선생님의 성희롱에도 아무 말 못 하고 그저 옥상에서 비행기 날리며 마음을 달래던 미정(영화 <투사부일체>)의 모습에서 캔디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그만큼 그가 <찬란한 유산>과 <동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는 말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서 연기를 해요”라는 그의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올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레이디로 선정된 그는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명랑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음악 페스티벌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스케줄이 많아서 갈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예 스케줄로 만들어 버렸죠. (웃음) 인디밴드 노리플라이와 듀엣곡을 부를 예정인데,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을 틈틈이 연습하고 있어요.” 다음은 카메라 앞에서든 공연 무대에서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곡들이다.




1. Damien Rice의 < O >
한효주가 추천한 첫 곡은 데미안 라이스의 1집 < O >의 ‘Cannonball’이다. 지금까지 그의 곡을 추천한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 <클로저>의 수록곡인 ‘The Blower`s Daughter’를 선택했지만, 그는 자신의 스무 살 방황기를 함께 보낸 ‘Cannonball’을 추천한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뭔가 위안이 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 정을 나눈 음악이라 그런지, 그 후로도 외롭다고 느끼는 밤이면 자연스럽게 이 앨범을 꺼내게 되는 것 같아요.” ‘Cannonball’은 편안한 기타 사운드와 애절한 그의 목소리만으로 듣는 이들의 가슴을 흠뻑 적시는 곡이다.



2. Edith Piaf의 < Ther Very Best Of Edith Piaf >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노래는 그 자체로 예술인 것 같아요”라는 한효주의 말처럼,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삶은 영화 <라 비 앙 로즈>로 제작될 만큼 굴곡이 많았다. 불우했던 유년시절을 거쳐 스무 살에 어렵게 가수로 데뷔해 천상의 목소리로 세상을 울렸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시련과 불운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감정이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편안하기도 하고 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알 수 없는 열정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에요.”



3. 김광석의 <김광석 Best>
87년생 한효주가 자신이 열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난 故 김광석의 곡을 추천한다는 건 그만큼 그의 노래가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되고 있다는 증거다. “사실 저는 그분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김광석 씨의 갑작스런 죽음에 많은 사람이 슬퍼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새벽에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흘러나오는 거예요. 방구석에 웅크린 채로 한참을 울었어요. 그의 목소리와 가사가 제 마음속 무언가를 어루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엉엉 울고 나서 팬이 돼버렸죠.” 비단 연인과 헤어진 후 쓸쓸한 마음을 달래려는 이들뿐 아니라 한효주가 그랬던 것처럼 텅 빈 방 안에 홀로 앉아 그의 음악에 귀 기울이는 모든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곡이다.



4. Jack Johnson의 < In Between Dreams >
“길게 설명할 필요 없고 일단 들어보면 ‘아! 이런 분위기’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앨범이에요.” 뮤지션의 목소리를 통해 마음을 치유 받는다는 그의 네 번째 추천 곡이 잭 존슨의 ‘Never Know’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아날로그적인 분위기, 아무렇지 않은 듯 편안하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좋다”는 한효주의 설명처럼, 잭 존슨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한 공간에서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가사를 툭툭 던진다. “특히, ‘Never Know’는 마음이 복잡할 때 저를 릴렉스 시켜주는 음악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3집 앨범이 좋지만, 최근에 나온 5집 앨범 < To The Sea >도 얼른 찾아서 들어보려고요.”



5. 10cm의 <10cm The First EP>
한효주가 올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레이디로 선정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은 욕심을 넘어 “평소에도 인디밴드 음악을 즐겨듣는” 그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축적된 결과물에 가까울 것이다. 그중에서도 10cm는 그가 최근 발견한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인디밴드다. 기타와 젬베, 그리고 힘을 뺀 보컬의 목소리가 합쳐진 그들의 곡은 특히나 밤에 듣기에 안성맞춤이다. “‘Healing’, ‘Good Night’, ‘아메리카노’를 추천하고 싶어요. 들을수록 10cm의 예사롭지 않은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오늘 밤도 이분들과 함께해야겠어요.”




지난 5월, <동이> 촬영 현장에서 한효주는 “풍산 동이처럼 한 번 물면 놓지 않고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데뷔 5년 만에 타이틀을 맡아 한 시대와 한 작품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동이>를 통해 쌓은 내공 덕분에 제가 조금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말 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연기적으로 보완하고 싶었던 부분도 채우고 사람들도 많이 얻은 드라마인 것 같아요. 다음에는 아직 젊으니까 청춘영화나 드라마를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특별하게 무리해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진 않아요.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잖아요.” 다음 작품에서 우리는 한효주의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아직 젊으니까’ 라는 말 속에 수많은 가능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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