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멤버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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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 간 무한도전을 하면서 당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장소는 어디 입니까. 오직 텔레파시만을 이용, 7명 전원이 같은 장소에서 만나야 퇴근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 제작진이 출발지인 여의도로부터 1시간 내에 최대한 멀리 가라는 미션을 전달했을 때 듣자마자 저게 다는 아니겠다는 감이 오더군요. 시청자 입장에서도 6년 차가 되다 보니 그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더라고요. 천하의 이거늘 달랑 1시간에 마무리되는 도전거리를 내놓을 리 있겠어요? 더구나 1시간 동안 쓸 비용으로 5만원씩이나 제공할 제작진은 결코 아니지 않습니까. 진짜였다면 한 3000원쯤 들어있는 교통카드나 들려 줬겠지요. 휴대폰 역시 압수하는 순간 이거 뭔가 있다, 했죠. 그저 각자에게 주어진 방향으로 멀리 가야만 한다면 굳이 휴대폰을 걷을 까닭이 없으니 말이에요. 따라서 무작정 떠난 길 위에서 고개를 갸웃거렸을 멤버, 아마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김태호 PD를 겪은 세월이 얼만데 설마 그런 눈치가 없겠어요.

정말 옛날엔 친구들 어떻게 만났을까요?
일곱 멤버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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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결국 진짜 미션은 ‘의미 있는 장소로 찾아오기’였습니다. 그것도 문명의 이기를 배제한 채, 오직 직감만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난감한 과제였어요. 평소라면 단체 문자 하나로 해결할 일이건만 휴대폰이 없으니 막막하기만 하셨을 겁니다. 사실 요즘에야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마찬가지잖아요. 하다못해 가족끼리 대형 마트에 가더라도 예전 같으면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가며 물건을 고르거나, 혹시라도 잃어버리면 우유 판매대 앞에서 만나자는 식을 약속을 정하곤 했지만 지금은 각자 흩어져 돌아다니다 계산할 때쯤 전화를 걸어 만나거든요. 명수 씨와 형돈 씨, 길 씨도 셋 모두 최종 목적지가 여의도였지만 서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마트에서도 휴대폰을 써서 만나는데 하물며 넓디넓은 여의도에서 어찌 찾겠어요.

소통에 편리한 휴대폰이라는 게 어쩌면 진정한 소통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휴대폰 문자를 통해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으니 엄마 입장에선 요즘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지 통 알 수가 없거든요. 방송 중에도 “어릴 땐 친구랑 어떻게 만난 거지?”라는 자막이 나왔지만 예전엔 친구 집에 전화를 걸던지 아니면 직접 찾아가야 만날 수 있었죠. 문득 “누구야, 노올자~”하며 벨을 누르던 동네아이들 목소리가 그리워지더군요. 남녀 사이도 그랬어요. 어른들이 어려워 집으로는 전화를 못 걸고 막연히 집 앞에서 기다리는 남자들 참 많았습니다. 집조차 모르는 경우엔 아예 학교 앞에서 진치고 기다리고들 했는데, 요즘은 그런 광경 통 보기 어렵죠? 메일이니 트위터니, 휴대폰 말고도 좀 연락할 방법이 많아야죠.

마음으로만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면
일곱 멤버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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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멤버들은 직관만으로 모두에게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내야 했습니다. ‘텔레파시’는 재미를 위한 괜한 소리이고 실은 상대방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보라는 주제였을 거예요. 6년이라는 길다 하면 긴 시간을 되짚어 보는 쉼표 같은 시간이었던 거죠. 그동안 힘겹고 어려운 도전 과제들을 수행하느라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멤버들이잖아요. 결국 각자의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7명의 멤버 중에 우선 준하 씨와 하하 씨, 두 사람만 장충체육관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7명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기 전에는 퇴근을 할 수 없다는 전제가 붙었으니 미션은 계속되겠지요. 하지만 7명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는 기적이 일어나든 안 일어나든 그건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지 싶어요. 각자 누군가의 마음을 읽으려고 애를 썼다는 것, 오직 마음으로만 전하는 서로를 향한 생각, 그 자체가 뜻 깊은 일이 아닐까요?

멤버들에게도 좋은 시간이었겠지만 시청자 역시 6년이라는 시간을 되새겨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색다른 카메라 워크도 참 좋았죠? 그러나 무엇보다, 그 동안 수많은 감동을 가져다주었지만 사건 사고 또한 많았던 애증의 멤버들이 마치 내 친구라도 되는 양 가깝게 느껴지더라는 것. 역시 정이라는 건 무서운 거더군요. 그래서 갑자기 박칼린 선생님 흉내를 내고 싶어졌어요. “일곱 멤버 여러분, 사랑합니다!”
일곱 멤버 여러분, 사랑합니다!
일곱 멤버 여러분, 사랑합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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