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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KBS 의 종영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그 사이 만화나 인터넷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들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단막극의 부활은 요원해보였다. 그러나 5월 15일 노희경 작가의 ‘빨강 사탕’으로 돌아온 단막극 은 10월 16일 방송될 제 19화 ‘오페라가 끝나면’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6개월간 총 24편으로 구성될 에 대한 차별화된 시선과 현장 기사까지 의 스페셜한 기사는 KBS 홈페이지와 에서 볼 수 있다. / 편집자주

“거절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이건 또 무슨 광경인가. 낮은 음역대에서 미세한 떨림을 미처 숨기지 못 하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정훈 이사(김갑수)다. 딱 떨어지는 수트 정장으로 스스로를 감싼 이 남자는 차기 사장 후보로 지목되는 냉철한 비즈니스맨. 하지만 연정의 고통은 지위고하를 불문하는 법. 얼핏 봐도 열댓 살은 어려 보이는 여자 춘희(김보경)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이 순간만큼은, 천하의 한 이사도 거절당할까 두려워하며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지난 12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KBS ‘오페라가 끝나면’ 촬영은 설렘과 두려움이 섞인 한 이사와 머뭇거리는 춘희의 감정이 잘 살아야 하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차량 통제가 쉽지 않은 골목길, 스태프들은 행여 유리창 너머로 두 사람의 감정을 방해할 만한 무언가가 지나가진 않을까 걱정을 멈추지 못 했다. 마침내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가정 내 고장난 테레비, 에어컨 삽니다”라는 고물상 트럭 소리에 긴장이 탁하고 풀린다. 너털웃음을 짓는 김갑수와 김보경.

‘오페라가 끝나면’은 사랑이 권력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과거 자신에겐 그렇게 쉽던 춘희가 자신의 상사가 사랑하는 대상이 되어 돌아오자, 중도(최원영)의 가슴 속에는 어느새 춘희를 향한 욕망이 다시 피어 오른다. 그런 줄 모르고 더 사랑하는 자가 되어 춘희에게 간절한 구애를 하는 한 이사는 점차 약자가 되어 가고, 세 사람 사이의 권력 관계는 기묘하게 뒤틀린다. ‘조금 야한 우리 연애’와 ‘소년, 소녀를 만나다’로 섬세한 감정묘사를 선보였던 박은영 작가와, ‘우연의 남발’에서 감각적인 화면구성을 보여준 노상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늘 더 사랑하는 자는 기득권을 상납할 수 밖에 없다는 서늘한 내용을 들려 줄 ‘오페라가 끝나면’은 오는 16일 밤 11시 15분, KBS2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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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한 fou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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