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류현경│My name is...
[PIFF+10] 류현경│My name is...
My name is 류현경(柳賢慶). 버들 류에 어질 현, 경사 경을 쓴다.
태어난 날은 1983년 3월 10일.
가족은 부모님과 언니 한 명. 언니와는 3살 터울인데 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언니와 친하냐고? 당연히 친하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꼭 보고 싶은 영화는 요시다 슈이치 원작의 이다. 원작을 좋아해서 어떻게 영화로 나왔는지 정말 궁금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때문에 요시다 슈이치가 직접 왔다고 하던데, 못 봐서 너무 아쉽다.
내가 연기했던 인물을 통틀어 가장 친구 삼고 싶은 건 의 향단이다. 굉장히 쿨한 여자애인 거 같다. 스스로 춘향이에게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주변에 그런 멋있는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미니홈피 폴더 제목인 ‘라로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에 나오는 남자 이름이다. 극 중 메릴 스트립이 좋아하게 되는 남자인데, 열정이 넘치는 그를 통해 메릴 스트립이 영감과 자극을 받는다. 일종의 뮤즈 같기도 한 건데, 나에게 소중한 동시에 그런 자극을 주는 사람들을 라로쉬 폴더에 모아 놨다.
영화 에 같이 나온 (송)새벽 오빠와는 도 함께 해서 너무 허물 없는 사이다. 사실 그래서 멋있는 척 하는 오빠를 보면서 설레는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워낙 오빠가 열심히 하니까 마냥 웃을 수 없었고 저절로 동요가 된 것 같다. 뽀뽀하는 신에서도 긴장감이 0퍼센트였는데 다들 몰입하는 현장 분위기라 그 분위기에 젖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능에 출연한다면 MBC 에 출연하고 싶다. 무엇을 시키든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공연도 할 수 있고. (웃음) 요즘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항상 본방 사수하면서 일주일을 정리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에피소드는 춘향전. 완전 꽂혀서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봤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 오빠와는 라디오를 하면서 알게 됐다. 기하 오빠를 보면서도 많이 배운다. 사람이 정말 음악밖에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음악이랑 술. (웃음) 엄청 오래 금주하고 운동해서 이번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 때 날씬하게 등장했는데 끝나고서 결국 엄청나게 술을 마시며 뒤풀이를 하더라.
드라마는 연기가 좀 더 늘어야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MBC 이나 SBS 같은 작품을 해봤지만 정말 드라마 일정은 영화에 비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빠르다. 그런 속도 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려면 정말 연기력이 좋아야 할 것 같다.
이창동 감독님 영화는 정말 너무 좋다. 사실 의 경우 처음 봤을 때는 기분이 조금 나빴다. 그런데 이게 보면 볼수록 정말 절절한 사랑 이야기인 거다. 한 번 봤을 때만 재밌고 그 다음부턴 별다른 감흥이 없는 영화가 있는데 는 서너 번을 봤다. 도 두 번 봤다.
영화 연출은 나를 표현하고 싶은데, 내가 보고 배운 게 이것밖에 없어서 하는 거다. 음악을 할 줄 알거나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었다면 그런 것으로도 나를 표현할 수 있었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니까. 대신 영화는 벌써 십 수 년 동안 하고 있으니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풀어내면 정말 금방 나온다. 그걸 전공으로 삼아 학교에서 실습하고 작품을 만들었던 건데 그걸 가지고 홍보를 한다느니 잘난 척을 한다느니 하면 힘이 빠진다. 기분이 나쁘기보다 힘이 쭉 빠진다. 이제는 잘 안 써진다.
올해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은 정말 최고였다. 펫샵 보이즈가 나오는 날 갔는데, 메인 스테이지는 당연히 좋았고, 서브 무대에서 펼쳐진 비틀즈나 비치 보이즈에 대한 트리뷰트 공연도 정말 신났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 영화 촬영장에 갔더니 감독님께서 에너지가 다르다고 하시더라. 현경이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마다 록페스티벌에 가야한다고 하신다. 지난해에도 오아시스 나오는 날 갔었는데 정작 그 공연은 못 보고 와야 해서 아쉬움이 더 컸다.
정선 카지노에 김유진 감독님이랑 제작하는 언니들과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무리를 지어 정말 편하게 놀러 갔는데, 사실 혼자 그런 곳에 가려면 정말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하지 않나. 그 안에서 환호하고 좌절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는데, 이런 건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보는 게 연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고깃집에서 새엄마와 싸우는 여자아이를 본 적도 있는데 진짜 이게 영화 같은 일 아닌가?
(정)재영 오빠는 확실히 예전에 비해 홍보나 자신을 알리는 것에 대해 너그러워진 것 같다. 전에는 전주영화제에서 레드카펫 앞까지 왔다가 도망친 적도 있었다. 무섭다고.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도 하고, 메이크업 싫다고 하면서도 내가 막 하라고 하면 그냥 받아들인다. (웃음)
스크린에 풀샷으로 잡힐 때 도무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아 엄청 고민을 했다. 감독님들도 나는 얼굴까지 카메라가 들어와야 존재하는 것 같다고 한다. 단순히 키의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나는 분명히 연기한다고 하는 건데 그냥 멀대 같이 서 있는 걸로만 보이는 거다. 그런데 영화 에서 내 어머니로 출연하시는 김소희 선생님께서 연극을 해보라고 하시더라. 발끝까지 감정의 힘이 전달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연극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IFF+10] 류현경│My name is...
[PIFF+10] 류현경│My name is...
글. 부산=위근우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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