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상 : “스스로 묻는 자는 스스로 답을 얻게 돼 있다” – 정약용, KBS 에서
교사에게 글 읽기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교사는 답하지 않았다. 신에게 자신의 살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르크스에게 세상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답하지 않았다. 스스로 연기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내가 옳은 것이냐”며 회의했다. 그러나, 그 시간동안 안내상은 무언가 되어 있었다.
안내상
안내상
안태건 : 안내상의 가명. 장모가 그의 딸 이름을 지으러 작명소에 갔다 본명을 계속 쓰면 딸이 죽을지 모른다고 해 한 때 사용했다. 안내상이란 이름은 돌림자인 ‘상’에 본가 안(內)에서 태어나 붙여졌다. 그의 형은 외가에서 태어나 안외(外)상이다. 어린 시절 “동네 할머니가 쥐를 잡아먹는” 모습을 볼 만큼 가난한 동네에서 자랐고, 초등학교 4학년까지 한글을 읽을 수 없었다. 부모님은 먹고 사느라 바빴고, 학교 교사는 그가 글을 읽는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한글을 읽게 된 건 좋아하는 여학생을 따라 간 교회에 재미를 붙인 뒤 성경책을 읽기 위해 독학으로 공부하면서부터였다. 그 때부터 성적은 꼴지에서 반에서 2,3등으로 올라갔고, 그는 중학교 1학년부터 목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우현 : 배우. 목사가 되기로 결심한 안내상은 공부에 매진, 다니던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고 연세대 신학과 84학번으로 입학한다. 그 때 만난 동기가 우현. 처음에는 우현의 얼굴만 보고 그가 선배인 줄 알고 인사했다고. 두 사람은 모두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안내상은 학생운동을 하며 종교에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선배들과의 논쟁에서 “예수를 변호하기 위해” 사회과학책을 읽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종교가 아닌 밥이라는 생각”에 학생운동에 나섰다. 결국 미 대사관 점거 사건으로 8개월을 복역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부산으로 가서 노동운동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 곳 노동자들과 잘 섞이지 못했고, 그들의 삶이 “내 머릿속에 있는 것과 다르”다른 걸 알고 낙담한다.

이문식 : 안내상과 극단 한양레퍼토리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우현을 형으로 알았던 안내상은 세 살 어린 이문식도 선배인 줄 알았다고. 안내상은 “경장이나 개혁이 아닌 혁명을 위해서 뛰어다녔는데 점점 그런 것들이 무의미한 세계가 되어”가는 것에 혼란을 느꼈다. 결국 학생운동을 그만 두고 1년 동안 술로 세월을 보내다 공연예술아카데미 앞을 지나던 어느 날, 교회에서 성극을 하며 행복해하던 기억이 떠올라 즉흥적으로 연기를 시작한다. 당시 그는 연극이 “조직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분야 같아 연기를 했다고. 이후 그는 봉준호 감독의 단편 영화에 손가락이 잘린 노동자로 출연하며 영화를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한다.

장선우 : 영화 감독. 뮤지컬 에 행려로 출연하던 안내상을 보고 그에게 영화 의 행려 역할을 제안했다. 안내상은 당시 장선우 감독의 에 출연한 문성근의 말투를 따라할 정도로 그의 팬이어서 출연에 바로 동의했고, 제작진의 권유에 따라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3개월 동안 서울역 노숙자들과 섞여 살았다.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촬영 중 실제로 바늘로 귀를 뚫었을 정도. 이후 그는 SBS , 영화 등에 캐스팅되면서 서서히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다.

문영남 : 안내상이 출연한 세 편의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 KBS 는 안내상을 로맨틱한 중년 남성으로 만들었지만, SBS 과 KBS 에서는 불륜을 저지르거나 주변 사람 속을 썩이는 남자를 연기해 배역 때문에 지나가는 할머니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안내상은 연기를 “내가 모르는 부분을 남들이 알고 있으니까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했고, 최대한 작가의 의도대로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하면서 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혔다. “너무 많은 의견을 내다보면 나 스스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감독의 디렉션을 받아야만 변신할 수 있다”는게 그의 연기론. 에서 매 씬마다 캐릭터의 극단적인 코미디와 비극, 또는 광기를 뻔뻔할 정도로 잘 소화한 안내상의 연기는 작품의 ‘막장드라마’ 논란과 별개로 화제를 모았다.

곽정환 : KBS 의 감독. 안내상의 학생운동 경력을 알고 “가슴 속에 못다한 게 있는 사람이 이런 배역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정조로 캐스팅했다. 안내상은 “그때(학생운동시절)의 소망과 꿈들을 결국 이루어내지 못했고, 이 작품과 그런 면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꿈이) 외적인 부분에 의해 좌절되는 절박함”에서 정조와 자신의 처지를 동일시 했다. 단지 개혁가의 이미지가 아니라 현실에 부딪친 이상으로 고뇌에 찬 왕, 믿을 사람 하나 없어 외부에 차단 돼 고독한 왕,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현실에 대한 허무주의와 왕으로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품은 정조의 모습은 인간인 동시에 모든 이에게 군림하는 위치였고, 동시에 권력에 한계가 있던 조선시대 왕에 대한 깊은 통찰이었다. 영화 의 허무함 위에 이 시대의 현실에 대한 색채를 더한 그의 연기는 광기어린 폭군, 개혁가, 선한 군주 등으로 나눠지던 드라마 속 왕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온 몸으로 한 시대를 돌파하고, 공부하듯 연기하며 또 한 시대를 견뎌낸 연기자가 드디어 연기로 시대를 표현한 순간.

이창동 : 안내상이 출연한 와 의 감독. 이창동은 촬영 당시 배역을 위해 대본을 철저하게 분석한 안내상에게 “연습을 너무 많이 했다”며 지문도 잊어버리고 연기를 하라고 주문했다. 안내상은 를 통해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하는 법을 익혔다. 그는 이후 자신의 연기를 “를 울궈먹는 시기”라고 했고, 의 기자간담회에서는 “를 통해 자신의 연기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KBS 와 영화 에서 교사를, 과 에서 왕을 연기했고,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에서 찌질한 남자를 연기했다. 하지만 그는 특정 캐릭터의 전문 배우로 남지 않고 계속 새로운 배역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연기폭을 확장한다. 또한 그는 연극하던 시절부터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술집을 운영했고, 생활고를 걱정해 몸에 맞지 않는 역을 연기하던 때도 있었다. 그는 현실과 부딪쳤다. 하지만 그 현실에서 조금씩 자신의 답을 찾아 나갔다.

정약용 : 안내상이 KBS 에서 연기하는 캐릭터. 정약용은 성균관의 유생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그는 유생들에게 답을 주는 대신 질문한다. 그는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 유생들보다 먼저 산 사람으로서 함께 토론하고, 그 결과로 서로 발전하는 선배에 가깝다. 김윤식(박민영)에게 깨달음을 주는 동시에, 김윤식을 통해 여성은 성균관에 들어올 수 없다는 자신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열린 사고를 갖췄다. 현실적이지만 이상을 놓지 않고, 세속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시대에 대한 빛나는 통찰을 보여준다. 성균관의 어느 한 곳에서 조용히 시대에 대해 말하는 정약용의 모습은 마치 안내상의 현재이기도 하다. 그는 드라마의 주연도 아니고, 단숨에 엄청난 성장을 할 청춘 배우도 아니며, 언제나 마음에 드는 배역을 연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연기를 발전시키고, 어느 순간 한 시절을 살아낸 사람의 진정성을 연기 속에서 보여준다. 연기에도, 인생에도 답은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질문하며 살아갈 수는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답을 찾기 위해 던졌던 그 질문들이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순간이 온다. 신학자였고, 운동가였고, 이제는 한 선배 연기자가 된 남자처럼.

Who is next
안내상과 에 함께 출연한 이정진과 KBS 의 ‘남자의 자격’의 김태원과 같은 그룹에 있었던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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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 – 안내상

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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