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PIFF+10]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작년이 그러했듯, 10월의 부산은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로 분주한 모습이다. 그리고 작년이 그러했듯, 많은 부산 사람들은 여기에 롯데가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워하고 있다. 비록 PIFF 취재를 위해 내려왔지만 부산 현지 분위기를 전하면서 롯데 이야기를,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내일은 10관왕’의 부산 리포팅을 전한다. 취재에 협조해주신 부산 택시 기사님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어떠세요? 확실히 영화제 때에는 손님이 좀 늘어나시죠?
아무래도 그렇지요? 서울에서 오셨나배? 손님처럼 외지 사람들이 영화제 보러 오니까 확실히 손님이 많이 늘었지요.

여기에 롯데까지 플레이오프 올라갔으면 진짜 대박이었을 텐데요.
하모요. 그거 1, 2차전 다 이겨놓고 못 올라가서… KBO도 롯데가 올라가길 바랬을기라. KBO, 야구위원회. 안 그래요? 부산 사람들 거의 다 야구 좋아하지 않습니까. 이번 준플레이오프도 다 매진됐잖아요. 롯데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면 완전 대박 나는 기지.

사실 롯데가 올라가지 못한 플레이오프도 열성 두산 팬과 삼성 팬들 덕에 2차전까지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산 사람들의 이런 자부심은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한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롯데 자이언츠는 15.5퍼센트의 지지를 받으며 최고 인기 구단임을 증명했다. 또한 롯데의 팬이건 아니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로야구 인기 부활의 일등 공신이 롯데의 선전임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특히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에서 롯데를 지지한 비율이 64.2퍼센트를 기록했다는 것은 연고지 팬의 충성도를 가늠케 한다. 즉, 롯데 없는 부산도, 부산 없는 롯데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참고로’ 이번 설문에서 인기 순위 2위에 오른 팀은 12.7퍼센트의 지지를 받은 기아 타이거즈다.

[PIFF+10]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PIFF+10]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그래도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하셨잖아요.
사실 잘하기야 잘했죠. 만날 꼴찌하던 아들이 3년 연속 가을에 야구하니까. 그런데 이번은 너무 아까운기라. 안 그래요? 1, 2차전 서울에서 이겨놓고 정작 홈에 내려와서 내리 지는 게 이기 말이 되는 일이가. 이번에는 정말 80퍼센트는 올라가겠거니 했지. 그냥 만족하려고 해도 이번에는 너무 아쉬운기라.

그래도 이렇게 3년 내내 포스트시즌 올려놨으니까 부산 분들은 로이스터 감독 많이 좋아하시겠어요.
그것까진 내사 잘 모르겠어도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한테는 좋은 감독인 거 같아요. 그냥 선수들이 하고 싶은 대로 휘두르고 싶은 대로 두잖아요. 그노마 누고? 외국 선수…

아, 가르시아요?
그래요, 가르시아. 갸는 내가 봐도 볼인데, 그냥 택시 모는 내가 봐도 볼인데 그냥 냅다 휘두르는기라. 그러니까 헛스윙도 그래 많이 하고. 그런데 이게 그냥 얻어걸리면 또 넘어가거든. 그게 선수들한테는 좋은데 두산이나 SK 같은 팀을 만나면 힘을 못 쓰는 거라. 걔들 야구는 좀 얍삽하거든.

으하하하하 전술이 좋죠.
갸들은 한 사람 나가고 나면 무조건 번트 거든. 그런데 롯데는 그런 게 없잖아요. 그냥 다 냅다 휘두르지.

그래서 또 롯데 공격이 화끈하잖아요. 올해 이대호는 정말…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상을 몇 개를 탔다 카드라…

7관왕일 거예요 아마.
와… 말이 그렇지 그게 정말 대단한 거지… 홈런이랑, 그 뭐고 타율이랑…

타점까지 해서 트리플 크라운에 출루율이랑 장타율, 득점, 안타까지요. 도루만 빼고요. 하하하.
으하하하하. 도루는 안 되는 거고… 진짜 대단한 아지. 거 세계 기록도 세우지 않았어요? 연속 홈런. 몇 경기나 쳤더라?

9경기요.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세계 신기록이라니. 올해 그렇게 잘했으니까 이번에 연봉 많이 오르지 않겠어요? 지난번에는 깎였다고 하대? 이번에는 우리 대호한테 돈을 팍팍 써야지.

로이스터 감독은요? 재계약 할까요?
내사 그것까진 모르겠고요.

로이스터 감독을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라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할 것 같다. 롯데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로이스터 덕일까? 이 역시 쉽게 말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자율적 분위기와 함께 이대호를 비롯한 롯데 타선의 잠재력이 폭발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두산에서 온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과 타격 7관왕 이대호, 리더 조성환 등은 자신감 있게 공을 향해 덤벼들었고, 덕분에 올해 롯데는 8개 구단 중 가장 뜨거운 화력을 보여주었다. 그 호쾌함은 분명 롯데만의 매력이고, ‘앗쌀한’ 부산 사람들에게도 어울리는 팀 컬러라 하겠다. 특히 올해 이대호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다. 이미 2006년 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한(첫 번째는 1984년 삼성 이만수) 이대호는 출루율과 안타 등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타격 거의 모든 부문을 싹쓸이했다. 만약 타자의 능력을 따지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인 OPS(장타율+출루율)까지 하나의 부문으로 치면 이 역시 장타율과 출루율 모두 1위를 기록한 이대호의 것이다.

[PIFF+10]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PIFF+10]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여기에 롯데가 투수만 좀 더 좋아지면 최고일 텐데요.
이번에도 그래서 진기라. 단기전은 투수 놀음이거든. 안 그래요? 송승준이가 좀 괜찮았으면 모르는데 아팠다고 하데? 두산에 누구더라, 김선우? 갸는 그렇게 쌩쌩한데. 에이스 상태가 별로면 단기전에서는 이길 수가 없어요. 롯데가 그래서 시즌 초반에 그래 많이 진 거라. 다른 팀 선발들 쌩쌩한데 롯데는 그게 아니거든.

손민한만 예전 같고 송승준 컨디션이 괜찮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내가 손민한만 생각하면 속이 디비져요. 그래 잘하던 아가… 지난해 부상당하고서 한 게임도 못 뛰고. 진짜 디비져요. 손민한이가 얼마나 잘 던졌어요? 2005년엔가 MVP도 탔지 아마? 그러다가 부상을 당해가지고. 진짜 야구선수는 다치면 다 파이는기라.

올해 페넌트레이스 최하위 팀은 승률 0.368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다. 하지만 그런 한화가 5전 3선승제인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의외의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필승 카드 류현진이 1차전과 4차전만 막아준다면 2승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단기전에서 투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좋은 1, 2선발을 가지고 있는 팀을 단기전에서 막기란 그래서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을 가장 완벽하게 증명한 것은 바로 1984년의 롯데다. 당시 롯데는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에이스 최동원이 4승을 챙긴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에이스 혹사라는 면에서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종종 남지만 그만큼 단기전에서 에이스의 존재는 중요하다. 그리고 1992년의 롯데는 윤학길과 염종석이라는 최고의 원투펀치로 누구도 시비하지 못할 완벽한 우승을 만들었다.

어차피 내년에도 타선은 최고일 거 같으니까 손민한 부상 낫고 좋은 투수 하나 데려오면 정말 최고일 거예요. 내년에는 플레이오프도 가고 한국시리즈도 가셔야죠.
그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하하하. 우리 손님이 부산 사람 마음을 잘 아네.

하하하하. 그런데 사장님, 제가 지금 돈이 좀 부족하네요. 하하하하. 내년에 롯데 경기 보러 와서 배로 드리면 안 될까요. 하하하하.
왜 이러십니까, 손님.

사진제공. 롯데 자이언츠
[PIFF+10]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PIFF+10]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글. 부산=위근우 기자
편집. 부산=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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