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인터뷰가 있다. 후딱 녹취를 풀고 정리해 마감을 치기보다는, 조용히 그 대답 하나하나를 곱씹고 복기하게 되는 인터뷰가. 1시간 남짓한 윤시윤과의 인터뷰를 정리하는 시간이 유독 오래 걸렸던 건 그래서다.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은 아니다. 데뷔작인 MBC 으로 최고의 루키로 떠오르고, 첫 주연작인 KBS 로 시청률 50%의 기록을 세웠지만 이 스물다섯 청년은 어떤 거만함과 허세 없이 시종일관 유쾌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약함을 사랑한다’ 말하고, 그것을 지키리라 다짐하며. 다음은 경쾌한 리듬 안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말의 무게를 담아냈던 윤시윤과의 인터뷰 기록이다. 이 기록을 읽는 당신의 마우스 스크롤이, 너무 빠르게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준혁이도, 탁구도. 좋아서 시작한 거다”
윤시윤│“어릴 수도 어른일수도 있는 나이,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1
윤시윤│“어릴 수도 어른일수도 있는 나이,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1
가 끝나면서 릴레이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겠다.
윤시윤 : 그렇다. 오늘 벌써 네 번째다. 앞으로도 그 정도 남았다.

30회 분량의 드라마를 끝내고 바로 인터뷰를 돌려니 힘들겠다.
윤시윤 : 아니다. 하나의 수순이라고 본다. 배우 윤시윤으로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 아닌가. 탁구로서 못했던 이야기도 많이 있고. 되게 중요한 자리 같다.

기자들과 계속 이야기 나누는 건 할 만한가?
윤시윤 : 다행인 게, 많이 좋아하고 예뻐해 주셨다. 혹자들은 기자들을 조심하라는 얘기도 하는데 (웃음) 진심을 이야기하면 그대로 다 적어주시더라. 여태 기사로 상처 받은 적은 없다. 어떻게 보면 신인 때부터 예쁘게 봐주셔서 책임감이 더 느껴지기도 하고.

본인 말대로 실질적인 데뷔작인 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타이틀롤을 맡는다는 것은 주위 반응을 떠나 스스로 부담이었을 것 같다.
윤시윤 : 부담이지. 부담인데 이 부담은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거다. 연기자로서 극복해 나가야 하는 부담이기에 값진 거라고 본다. 그걸 극복해야 성장하는 거니까.

때는 스스로 준혁 학생 같다고 했는데 지금 말하는 건 꼭 탁구 같다.
윤시윤 : 그렇지? 이번에 모든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럴 수 있는 원동력은 배역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연애하면 닮아가는 것처럼. 나 스스로 발성, 발음, 연기력, 감정, 동선 모든 것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그 역할을 사랑한다. 준혁이도, 탁구도. 좋아서 시작한 거다. 그래서 닮아가는 거다.

“중심을 잡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윤시윤│“어릴 수도 어른일수도 있는 나이,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1
윤시윤│“어릴 수도 어른일수도 있는 나이,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1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때도 겁을 먹는다. 스스로는 겁이 없는 것 같나, 아니면 겁을 잘 극복하는 것 같나.
윤시윤 : 나는 과감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혼자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잘 아니까. 절대 혼자 삭이지 않는다. 탁구가 그렇지 않나. 비슷한 게 있다. 탁구를 연기하면서 부담스럽거나 두려운 것도 다른 사람과 함께 이겨낼 수 있었던 거지, 혼자 극복해나갈 정신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과감하고 용기 있게 당신들이 없으면 안 됩니다, 라고 요청하는 타입이다.

보통 누가 힘이 되나.
윤시윤 : 가장 가까운 친구는 매니저 형이나 스타일리스트겠지. 대본 보면서, 밥 먹으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그리고 저들이 나를 보호해주고 지켜주는 것처럼 나 역시 저들을 지켜야하는 거니까 그에 대한 책임감도 따르고. 내가 의지를 하는 만큼 저들이 힘들 때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스타가 되는 것도 그런 사람이 되는 방법일 수 있다. (웃음)
윤시윤 : 이렇게 생각한다.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수 있다고. 기댈 수 있는 뿌리를 내렸으니 기댈 수 있는 거 아닌가. 현란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 의지되는 게 아니라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의지가 된다. 스물다섯이라는 나이가 어릴 수도 있고 어른일수도 있는데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럴 수 있다면 나의 가족들, 사랑하는 친구들, 나중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

그건 결국 스스로의 신념 혹은 기준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건 무엇인가.
윤시윤 : 긍정의 힘을 늘 믿는다. 그리고 그 힘이 남까지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거 보고 좋게 생각하려 하면 알아서 좋은 일이 따라올 거라고 본다.

탁구가 그랬나.
윤시윤 : 그런 친구였지, 늘. 유경이가 오락가락해도 늘 빵집에서 빵을 만들고 있고, 마지막에 모든 걸 이룬 뒤에도 다시 팔봉빵집으로 돌아가지 않나. 누구와 싸우거나 대립하는 일 없이 긍정의 힘 하나만으로 이뤄나간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엄격한 것도 아니다. 스파르타식으로 자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친구다. 경합을 하거나 이사회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때, ‘이겨야지’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촬영했다. 탁구는 그런 아이다.

“탁구는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걸 사랑하는 아이”
윤시윤│“어릴 수도 어른일수도 있는 나이,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1
윤시윤│“어릴 수도 어른일수도 있는 나이,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1
그래서일까. 어떤 사람은 열심히 하면서 옆 사람을 괜히 불편하게 하는데 탁구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윤시윤 : 그냥 자기가 이 일을 하는 게 행복한 거다. 마지막 결과물이 나왔을 때 긴장하는 연기를 한 적이 없다. 그냥 그걸 한 거고, 결과가 나왔고, 와 이제 끝, 이거다. 그 과정이 좋으니 행복한 마음만 있는 거고. 경합이 끝나고 웃은 것도 여기서 이겨서 그런 게 아니라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아이가 준 보리밥으로 빵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게 좋아 방방 뛰는 거다. 그래서 탁구는 영웅이 아니다. 평범한 걸 사랑하는 아이다.

그래서 조금 신기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스스로 ‘사람 죽이는 거 빼면 다 해봤다’고 할 정도로 거친 풍파를 거쳐 왔는데 그런 순수한 면도 있고.
윤시윤 : 탁구와 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릇이 넓고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탁구는 다혈질이고 단순한 친구다. 그런 단순함 속에서 긍정의 힘을 해석했다. 슬픔이 있으면 그걸 담아두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착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 과거에 사람 죽이는 거 빼면 다 해봤다고 하지만 그걸 곱씹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 이야기하고 연기하는 감정에만 충실한 거다. 물론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다 보내겠나. 다만 지금 밀가루를 반죽하고 빵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는 거다. 우주만큼 큰 아픔을 감당하는 게 불편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현재에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탁구는 성장한다. 주먹도 스스로 쓰지 않겠다 다짐하고, 진구도 용서하고.
윤시윤 : 자기가 성장한다기보다는 모든 요인들이 성장하게 만들어준다. 사실 탁구는 누군가를 용서한 적이 없다. 그저 순리를 인정하는 거다. 그럴 수 있어, 오케이. 그냥 그 사람들을 인정하다보면 사람들이 성장을 시켜준다. 팔봉 선생님이 빵에 대해 알려주고, 진구 형님은 든든한 형이 되어 탁구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뼈대가 되어주고.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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