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갑
1. 최고의 오리에게 내려지는 칭호
2. 오리로 대동단결!

프로야구 팀 LG 트윈스의 팬으로 유명한 오리갑(甲)의 이름은 오리 모습의 인형 탈을 쓰고 다니는 겉모습에서 유래되었다. 더운 날씨에도 탈을 벗지 않으며, 경기장 내부에서는 물론 거리에서도 탈을 쓴 모습으로 활동하며 문래동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정체는 현재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항상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는 뽀송뽀송한 털과 관람객 친화적인 상냥한 태도로 남녀노소 불문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다른 팀의 팬들마저도 그의 진정한 야구 사랑에 감화되어 공개적인 애정을 표현할 정도다. 그 결과 본디 LG 트윈스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근성이’와 ‘팀웍이’라는 이름의 쌍둥이 마스코트가 존재했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오리갑의 인지도와 인기가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을 지경이다. 뿐만 아니라 한때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이름을 떨쳤던 삼성 라이온스의 사돌이& 사순이, 넥센 히어로즈의 건장한 턱돌이 역시 오리갑의 명성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리갑의 ‘갑(甲)’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수준, 신의 경지를 이르는 표현이다. 기아 타이거즈의 이종범의 팬이 만든 플래카드에서 그를 신(神)이 아닌 신(申)으로 표기한 것에서 출발, 이와 유사한 갑(甲)이 신(新)을 대체하는 단어로 굳어지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핏 억지스러운 말장난 같지만, 현대 사회의 계약 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주체를 흔히 갑(甲)으로 설정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경기장 밖에서 사회의 을(乙), 혹은 병(炳)이 되어 살아가는 팬들의 고달픈 마음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겠다. 실제로 이벤트의 주체가 되기 어려웠던 스포츠 팀의 팬이 시즌의 중심인물이 되며, 결국 지난 9월 25일 경기의 시구자로 발탁된 오리갑의 스토리는 경기장의 영원한 갑(甲)이 되고 싶은 팬들의 소망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오리갑의 생태
* 검소한 출근길
* 배려 돋는 외야 응원
* 명료한 인터뷰
* 물질적 한계 봉착
* 본격적 분석
* 망상적 분석
* 난 네게 빠져, 난 네게 미쳐…. 언더 유어 스킨!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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