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지마라
1. 깝신거리고 나다니는 것을 삼가라
2. 그러니까 제발 좀 까불지 마세요

KBS 의 코너인 ‘선생 김봉투’에는 천재적인 동네바보, 백원만이 등장한다. 콧물을 흘리며 어눌한 말투를 사용하는 그의 겉모습은 코미디에 등장하는 수많은 바보 캐릭터들과 일치하다. 그러나 백원만은 놀랍도록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정보에 능통하다는 반전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또한 그는 자신의 어수룩함을 시험하는 김봉투의 얕은 수를 역 이용해 목표한 백원보다 많은 액수의 용돈을 받아내어 사실상 코너 안에서 가장 영리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의 치밀한 속셈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허민은 매 주 백원만의 어리석음을 지적하는데, 이때 백원만은 허위의 가면을 벗고 정색한 얼굴로 경상도 억양을 실어 허민에게 “나대지 마라”라는 말로 일갈한다. 관객이 알기 쉽도록 해프닝의 마무리를 확실히 정리하는 깔끔한 방식인 동시에 맹목적이고 순박한 모습과 예리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주었던 양상국의 기존 캐릭터와도 궤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이 대사는 영리하고, 또한 유효하다.

서구에서 근대 입헌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유사한 개념으로 통용된다. 이는 곧 헌법이 자유를 전제하고 있음이 공공연한 상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 포함된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법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자유에도 책임과 한계는 존재하는 법이며, 성급한 판단과 미숙한 논리로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하거나, 타인의 불익을 조장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자유로 포용하기 힘든 법이다. 그런 까닭에 “나대지 마라”는 백원만의 문장은 비단 셈에 느린 허민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보지 못하는 흐린 눈으로 경솔한 언행을 일삼는 현대인들에게 내리는 죽비소리 같은 것이다. 참을 인(忍) 세 번이면 망신을 면한다. 나댄 후에 후회 말고 입단속에 신경 쓰자.
용례[用例]* 그러라고 집사람이 스마트폰 사준 거 아니다. 나대지마라!
* 여자 얼굴 안다고 나대지마라. 아빠는 이름도 알고 있다.
* 특급 정보 알았다고 나대지 마라. 그런다고…… 안 생겨요.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