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 이상을 좋아한다. 잘 나가는 미술가다. 연예인 중에서 가장 비싼 집을 가졌다. 하지만 철없다. 막말도 한다. 우습다. 토크쇼에서 조롱거리가 된다. 좋게 보면 기인, 나쁘게 보면 철없는 아저씨다.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 그러면 조영남은 조영남 이상일까?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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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초 : 조영남의 아버지. 황해도에서 살다 6.25 전쟁으로 남한으로 피난 왔다. 피난 도중 키우던 말을 놓고 갈 수 없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기차에 태운 채 “서울에서 만나자”며 헤어지기도 했던 괴짜. 술이 없으면 알코올에 물을 타서 마실 만큼 술을 좋아했고, 어린 조영남에게 화투를 가르쳤다. 조영남은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공부, 노래, 그림 모두 잘하는데다 친구들에게 치약을 신제품 사탕이라고 속여 먹이는 장난꾸러기였다. 그러나 조승초는 중풍에 걸려 여생을 누워 지냈고, 어머니 김정신은 남편의 병수발과 살림을 함께 챙겼다. 그의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도 가짜 꿀을 만드는 부부에게 세를 주고, “그래야 집세를 받지”라며 가짜 꿀 만드는 걸 도와줬다고. 놀기 좋아하고, 재주 많고, 목사 자격증을 가졌음에도 세속적인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조영남의 독특한 성격은 이 때 만들어진 건지도. 조영남은 “내 품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100% 조상 탓”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송창식 : 조영남의 친구인 가수. 조영남은 그의 노래를 듣고 ‘노래의 신선’이라 생각했고, 송창식은 자신처럼 클래식을 전공하고도 대중가요를 부르는 조영남의 노래를 듣고 대중음악에 도전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서울 누나 집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조영남은 한양대 주최의 음악 콩쿨대회에서 입상, 음대 특차 입학생이 된다. 하지만 당시 사귀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약혼하며 학교를 그만 뒀고, 다시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한다. 이후 “미술을 택하기엔 너무 가난했고 이 얼굴에 성악으로는 ‘리골레토’ 하나밖에 없을 것 같아” 음악카페 쎄씨봉에서 노래를 부르다 미8군 쇼단에 들어간다. 당시 만난 사람들이 바로 송창식, 김민기, 양희은, 이상벽 등으로 그들은 이후 한국 대중문화를 이끌었고, 조영남의 인간관계에도 큰 영향을 준다. 조영남은 “하얀 속옷이 때가 타서 검게 될 때까지” 입고 다니던 그 친구들이 그렇게 크게 될 줄은 몰랐다고.

톰 존스 : 조영남의 데뷔 초창기곡 ‘딜라일라’의 원곡을 부른 가수. 조영남은 그의 발성에도 영향을 받았고, 노래도 무단 사용했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던 당시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고, 창작력보다 가수의 노래솜씨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성악을 전공해 기존 가수들과는 달리 부드럽고 편안하면서도 폭 넓은 울림을 가진 조영남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나 쉽게 호소해, 최희준이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 놈이 나왔으니 정말 큰일났다”고 생각했을 정도. “더 예쁜 여자, 더 좋은 여자를 얻어 멋지게 살기 위해 노래한다”는 그의 자유분방한 캐릭터도 인기에 한몫했다. TBC 에서는 그가 입대하기 전 두 시간 특집으로 입대 전 굿바이쇼를 했고, 해외 활동을 마치고 귀국할 때는 귀국 특별 공연이 열릴 정도였다.

박정희 : 전 대통령. 조영남이 육군본부 복무 시절 그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박정희가 좋아하던 ‘황성옛터’의 가사를 까먹고, 1년에 한번 육군본부에 오는 그 앞에서 즉흥적으로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를 부르다 헌병대에 끌려갔다. 그가 입대한 것 역시 ‘신고산 타령’을 부르며 당시 아파트 붕괴를 빗대 ‘신고산이 우르르르 아파트 무너지는 소리’로 개사해 부른 것이 원인이 됐다. 조영남은 장발족이라는 이유로 방송 규제를 당했고, 해외에서 살며 국내 활동을 하자 ‘비거주 연예인 규제’ 방침에 따라 활동 중지를 당할 뻔 했다.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자유인이었던 셈. 또한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식사 중 분위기 한 번 띄워보겠다고 “백담사 같은 데는 절대 가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이해가 되든 안 되든, 조영남은 그런 사람이다. 일단 지르고 본다.

윤여정 : 배우. 조영남의 첫 번째 아내. 열아홉에 조영남을 처음 만나 5년 후 결혼했는데, 음치라서 노래 잘하고 끼 많은 사람을 늘 부러워했다고. 결혼 후 몇 년간 미국에서 살며 조영남에게 직접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어줄 만큼 정성을 다했다. 조영남은 이 시절 미국의 신학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조영남은 다른 여자와 불륜에 빠졌고, 윤여정에게 “그 여자도 좋고 너와 아이들과도 헤어지고 싶지 않다”며 함께 살 것을 제안하다 이혼 당했다. 조영남은 위자료로 전 재산을 줬다지만 윤여정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값” 정도의 돈이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정통으로 느낀 슬픔”에 “아직도 용서가 잘 안 된다”고 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 조영남은 “이혼하면 가슴 아파야 한다는 룰이 싫다”고 말하고, 영화 을 칭찬하며 “윤 모 씨(윤여정)의 내레이션만 나를 긴장시켰을 뿐”이라며 농담했다. 그러나 상대방과의 약속을 어기고 상처를 준 건 쿨한 자유가 아니라 이기적인 방종이라 비난 받을 수밖에 없는 일. ‘비호감 역사’의 시작.

자니 윤 : KBS 를 진행한 MC. 조영남은 보조 MC로 출연하며 다시 화제가 된다. 자니 윤이 매너 있게 게스트를 맞이하면 그는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직설적인 질문을 하거나 해프닝을 일으켰다. 여기에 KBS 는 그의 확실한 재기를 도왔다. 성악을 전공했고, 기성세대와 신세대 모두 얼굴을 아는 그는 세대 통합을 목표로 한 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던 셈. 한동안 큰 음악 축제가 있을 때마다 엔딩은 그의 몫이었다. 지역감정 해소를 외친 ‘화개장터’가 그의 가장 큰 히트곡인 건 우연이 아니다. 이후 조영남은 KBS < TV는 사랑을 싣고 > 진행 등으로 가수 겸 방송인으로 자리를 굳힌다. 연예계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을 확실히 보여준 셈.

백은실 : 조영남의 두 번째 아내. “서로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자”며 각방을 쓰는 등 합의하에 일반적이지 않은 결혼생활을 했다. 그러나 조영남은 “모든 게 좋았는데 자꾸 아이를 낳겠다고 해서” 이혼했다. “바람 피우고 자식까지 다 버리고 재혼”했는데 또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는 것. 조영남은 “미국에서 공부하면 아이 낳자는 사람이 있을 거다”라며 백은실을 미국으로 보냈고, 백은실은 그곳에서 재혼했다. 조영남은 “내겐 여자가 종교”고, “영원한 사랑이란 바람이고 욕심일 뿐”이라면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면 모든 고통을 감수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는 과거 미국에서 사랑에 빠진 여성이 알고보니 동성애자로 당시에도 연인이 있었고, 심지어 과거의 동성 연인이 살림을 합치자고 하는 상태인 것을 알고 충격을 받으면서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개인의 욕망대로 살고, 그것에 대한 가치 평가를 거부하는 셈.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스타가 됐지만, 한국인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조정래 : 소설가. 조영남이 첫 이혼 뒤 그의 집에 갔을 만큼 각별한 사이로, 조영남의 첫 번째 신학관련 책을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조정래의 결혼생활은 조영남이 인정할 만큼 모범적이고, 그는 조영남에게 “여자가 무슨 노리개나 장난감이오? 돈 여유가 생겼다고 이 여자 저 여자를 바꾸고, 갈고 하게”라며 꾸중하기도 했다. 조영남의 연애관은 자유분방하지만, 그는 자신의 부와 영향력이 연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안다. 도덕적으로 자유분방하지만, 그의 삶은 통념과 싸운 결과가 아니라 사회 주류로 활동하며 쌓은 것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조영남이 불편하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는 위선적이지는 않지만, 동시에 제멋대로다. 그러나 조정래마저 사로잡는 것은 조영남의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과거 자신의 불륜 사실을 첫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사실만 보도해서 나를 죽일 놈으로 만들지 않아 고맙다”고도 했다. 다른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인생.

김용옥 : 조영남이 “남자가 우정으로 갈 수 있는 맨 끝 단계까지 경험한 사이”라고 말한 학자. 조영남은 이밖에도 김한길, 정운찬, 조양은, 이성미, 김홍신 등 직업과 사상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인맥을 자랑한다. 그는 “나랑 친한 놈들은 전부 다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고 말하고, “만나는 순간 ‘내 패밀리가 될 사람이구나’ 딱 안다”고 할 만큼 사람 보는 눈이 있다. 하지만 그가 서울대 출신에 음악계의 중요한 인물들을 배출한 쎄시봉부터 방송사까지 늘 연예계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그는 음악, 미술, 철학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드러내되 정치나 사상에 있어 특별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과 친한 사람들을 언제나 지지한다. 그는 인맥을 쌓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꾸준한 공연과 영화 관람 등의 문화 활동을 언급했다. 여러 분야의 엘리트와 친해질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춰 그들과 인간적인 정을 나눌 수 있는 말벗이 된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조영남은 21세기식 문화 귀족일지도 모른다.

김민기 : 조영남과 절친한 가수. 조영남은 서울대 미대 출신의 김민기의 집에서 놀다 그의 그림을 보고 그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술계로부터 “아마추어는 물러가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현재는 한 점에 1천만 원 이상의 가격에 팔릴 만큼 자리를 굳혔다. 화투, 바둑, 태극기 등을 소재로 하는 그의 그림은 친근하게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조영남은 연애, 결혼, 방송 활동 등에서 가장 세속적이지만, 거기서 얻은 친근함을 바탕으로 미술, 종교, 문학 등을 다룬다. 재밌고, 말도 통하고, 문화적 소양도 만만치 않다. “미술은 유혹의 문제”고, “알아먹기 쉽고 잘 팔리게 그린다”는 게 그의 지론. 그는 미술로 돈을 벌기 전에 자기 자신으로 돈을 벌었고, 그 자체가 예술이 됐다. 그가 좋아하는 백남준의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유라 : MBC 라디오 의 공동 진행자. 방송에서 그를 ‘아버님’이라고 부르지만, 최근 조영남이 MBC 의 ‘라디오 스타‘에서 “24세의 여자친구가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하는 등 실질적으로 마치 그의 엄마 같은 역할을 한다. 조영남은 방송에서 주유소에서 일하는 대학생에게 “왜 그런데서 일하냐”고 말하기도 하고, 미네르바를 비하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는 괴짜이되 엘리트 코스를 밟은 괴짜고, 여러 분야의 사람과 두루 친하되 그들이 모두 각 분야의 엘리트가 됐기에 그들만의 세계 안에서 산다. 그가 ‘라디오 스타’에서 자기 딴에는 농담으로 이하늘의 학력문제를 거론한 건, 그가 자신의 세계 바깥의 삶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그런 자신을 ‘라디오 스타’에 그대로 내보이며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조영남은 자신의 말대로 “총체적으로 기분 나쁜 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이 남자를 실컷 비웃을 수 있다. 그가 기분 나쁜 놈일지 몰라도, 그것 하나는 기분 나쁘지 않다. 조영남은 조영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영남은 그저 조영남이다.

Who is next
조영남의 전부인 윤여정이 출연한 MBC 의 김용림이 출연한 MBC 의 송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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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 – 조영남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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