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는 케이블 TV 전체의 상징이 됐다. 제목에 걸맞게 100만 명 이상의 참가자와 2억 원의 상금과, 가수 데뷔의 기회를 주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주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시청률 9.915%를 기록하며 케이블 TV 프로그램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는 단지 숫자의 규모로 말할 수 있는 쇼는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가요계, 또는 한국을 축소시킨 작은 세상이다. 수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우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가 있으며, 이 프로그램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중들이 있다. 시즌 2는 이 작은 세계를 가장 거대하고 역동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두 번째 시즌에서 더 강하고, 독하고, 재미있어진 에 대한 와 제작진과 심사위원 이승철의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그리고 지금 ‘TOP 10’으로 결정됐을 출연자들을 위한 작은 조언도 준비했다.

지난 주 Mnet 시즌 2 (이하 )를 봤다. 지역 예선을 통과한 출연자들 중 결선에 오를 ‘TOP 10’을 뽑는 ‘슈퍼위크’였다. 그리고 간만에 TV를 보다 욕했다. 혼자 살겠다고 팀장인 자기가 뽑은 팀원을 버린 김그림 때문은 아니다. 대신 “야 이 *****한 엠넷!”이라고 소리쳤다. 장재인과 김지수의 대결은 말 그대로 잔인했다. 두 사람은 우승도 가능할 것 같은 실력파 아닌가. 둘을 벌써 붙이다니. 하지만 는 멈추지 않는다. 방송은 심사위원의 결과 발표 직전에 끝났다. 게다가 이 날 오프닝에는 박진영이 누군가에게 “장재인이 얼마나 잘했는데도 떨어진 줄 알아?”라고 말했다. ‘낚시’도 이런 낚시가 없다.

더 악랄해지고, 더 안달나게 하는
<슈퍼스타 K 2>│사악해서 미치도록 재밌는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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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인 걸 안다. 하지만 안 볼 수 없다. 100만명의 참가자, 2억의 상금, 케이블 TV 사상 최고 시청률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다. 는 근래 가장 사악하고, 사악해서 미치도록 재밌는 쇼다. 제작진은 노골적으로 시청자와 심리 게임을 벌인다. 김그림은 지역 예선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만 몇 초 나왔다. 그러나 제작진은 그가 시청자에게 ‘밉상’ 캐릭터가 되자 예고편부터 “김그림 씨 합격입니다”라는 말에 기뻐하는 그의 얼굴을 보여줬다. 존 박은 출신에 훤칠한 외모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미션에서 가사를 까먹고, 탈락하고, 울고, 패자부활전에서 살아 돌아오는 과정을 지켜본 뒤에야 재합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청자는 누군가의 합격과 탈락을 원한다. 그러나 제작진은 어느 것도 쉽게 주지 않는다. 그들은 시청자의 욕망을 방송에 반영하지만, 그것을 좌절 시키고, 다시 조금 만족시키다가 다음회로 넘어간다. 의 누군가를 지지하는 순간, 시청자는 출연자처럼 심사위원 이승철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가 된다.

그 점에서 시즌 2는 시즌 1보다 한 발 더 나간다. 시즌 1은 에 쏟아지는 욕망을 애써 덮었다. 출연자들은 비교적 골고루 화면에 나왔고, 심사위원은 출연자의 1:1 대결에서도 “감동했다”며 두 사람을 다 합격시키곤 했다. 시즌 1은 우승자가 결정되기 전까지 오직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계속 유예시켰고, 출연자들의 어려운 환경을 부각시켰다. 가난한 친구들이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탈락자는 남은 사람과 눈물의 이별을 한다. 시청자는 그들 중 누구도 쉽게 미워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즌 2는 1:1 대결에서 반드시 한 명을 탈락시킨다. 장재인과 김지수가 함께 합격할 수는 없다. 제작진이 김그림을 부각시킨 건 시즌 2의 방향을 보여준다. 목표는 우승이지 친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김그림과 대결한 김보경은 김그림에 대해 “이해한다, 살아야 하니까”라고 했다. 시즌 1은 합격자가 발표된 뒤 서로 포옹하고 눈물 흘리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길게 보여줬다. 시즌 2는 합격 발표의 순간 환희와 절망이 교차하는 표정을 클로즈업한다. 존 박이 유독 눈에 뛰는 건 그가 이 절박한 경쟁에서도 팀과 친구를 챙기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의 욕망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그것이 캐릭터가 되면서 시청자는 특정 출연자에게 강하게 몰입한다. 지금 의 출연자들의 이름을 검색창에 쳐보라. 일부 출연자들은 이미 이슈메이커다. 존 박은 인기도 있지만 ‘슈퍼위크’의 첫 미션에서 가사를 잊어버린 뒤 ‘거품’이라는 비난을 하는 안티가 생겼다. 장재인은 일본 뮤지션 유이의 과거와 버릇을 자신의 것처럼 포장했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는 훈련소가 아닌 연예계의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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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의 출연자들에게 는 가요계로 가기 위한 훈련소 같은 것이었지만, 시즌 2는 실제 연예계의 축소판이다. 캐릭터가 뚜렷한 사람이 먼저 주목받고, 주목 받는 만큼 안티도 생긴다. 실수를 하거나 누군가와 비슷해 보이거나 성격이 독하거나 하면 비난의 대상이 된다. 악플 더미에서 살아남는 건 허각이나 김지수처럼 평범한 외모에 노래 잘하고, 착하고, 실수조차 않는 경우뿐이다. 그건 아이돌이 가장 많은 악플을 받지만 이슈의 중심이 되고, 노래 잘하는 가수는 칭찬은 받지만 화제는 안 되는 요즘 가요계와 유사하다. 시청자의 모순적인 반응은 의 모순이기도 하다. 지역 예선부터 는 끊임없이 독특한 캐릭터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합격 여부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이승철처럼 출연자들의 노래를 평가하지만, 그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는 이유는 10대 소녀부터 중년의 무당까지 수많은 이력과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에 있었다. 그건 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보다 인터넷으로 훨씬 더 출연자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열광도 뜨겁지만, 악플도 끓어오른다. ‘TOP 10’으로 정해진 출연자들은 수많은 악플과 루머에 시달릴 운명이다. 그 과정을 거쳐 나온 우승자가 정말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까. 시즌 1에서도 노래와 무대의 완성도와 별개로 특정 출연자가 시청자 투표 1위를 반복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시즌 2는 그런 문제가 더 확대될지도 모른다.

사악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거대한 쇼
<슈퍼스타 K 2>│사악해서 미치도록 재밌는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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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는 장재인과 김지수의 대결에서 그들의 노래를 오랫동안 감상하도록 만들었다. 두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들이 새롭게 편곡한 ‘신데렐라’는 방송 뒤 화제를 모았다. 장재인이 예선에서 앉아서 기타를 치는 순간 화제의 인물이 됐던 그 순간처럼, 시즌 2는 욕망이든 음악이든 그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안다. 지역 예선에서 어떤 우스꽝스러운 출연자가 등장했을 때도, 제작진은 자막이나 내레이션으로 출연자의 이미지를 가공하지 않았다. 김그림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해주지 않지만, 편견도 담지 않는 것은 의 미덕이다. 그들은 사악해 보일 만큼 사람들의 욕망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욕망에 대해 정직하다. 이런 태도는 ‘TOP 10’이후 출연자들의 욕망이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는 순간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모두의 욕망을 반영하며 모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사악하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쇼. 우승자가 결정될 때까지, 당분간 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TV를 보다 욕은 좀 하겠지만.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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