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아저씨가 뮤지컬을 한다는 게 사실이야?
박영규 아저씨가 뮤지컬을 한다는 게 사실이야?
한동안 뮤지컬작품도 케이블 TV 프로그램마냥 재방, 삼방 되던 때가 있었다. 특히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는 라이선스 작품일 경우엔 소위 ‘시즌’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도 민망한 수준으로 캐스팅만 바뀐 채 재공연되는 횟수가 잦았다. 상대적으로 손쉽게 제작이 용이한 재공연이야말로 얼어붙은 시장자체를 그나마 녹일 수 있는 일회용손난로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009년 한해만 해도 토니어워즈를 휩쓸고도 한국 팬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던 라이선스 신작들이 2010년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 , 에 이어 이번엔 이다.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를 코미디라는 장르에 부어넣은 이 작품에는 박영규와 정성화가 아더왕에, 과 같은 창작뮤지컬에 주로 참여했던 슈퍼주니어의 예성이 원탁의 기사 갈라하드 경에 캐스팅되어 “외국 사극”에 도전한다. 지난 8월 31일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는 간단한 하이라이트 공연과 기자간담회가 이어져 의 분위기를 살필 수 있었다. 9월 28일부터 2011년 1월 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요소들을 정리해보았다.
박영규 아저씨가 뮤지컬을 한다는 게 사실이야?
박영규 아저씨가 뮤지컬을 한다는 게 사실이야?
1. 생소한 제목 은 스팸이 많다는 소린가?
Spam + Camelot = Spamalot. (Spamalot)은 스팸(Spam)과 아더왕 전설의 공간 캐멀럿(Camelot)을 결합한 합성어다. 뮤지컬 의 기원은 1967년으로 거슬러간다. 영국 BBC에서 개봉된 몬티 파이톤의 중 손님들이 무엇을 주문하든지간에 스팸만 내오는 식당이 등장하고, 구석에 있던 바이킹들이 스팸찬가를 외치는 장면이 큰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1974년 몬티 파이톤은 라는 영화를 통해 성배를 찾아 모험을 나서는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전설을 맘껏 비틀며 쉴 새 없는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은 영화 를 기본줄기로 하고 그의 최대 히트작인 스팸찬가를 등장시켜 원작자를 향한 연서를 보낸다.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의 스팸은 그 스팸이 맞다. 심지어 ‘스팸’의 타이포그래피 역시 그 스팸과 같다.
박영규 아저씨가 뮤지컬을 한다는 게 사실이야?
박영규 아저씨가 뮤지컬을 한다는 게 사실이야?
2. 박영규와 정성화의 아더왕은 어떤 모습일까. 특히 나이가 제법 있는 박영규의 무대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괜찮을까?
오래간만에 무대 복귀한 박영규는 “카멜레온이 내 노래였어?”라고 되물을 정도로 기존에 가졌던 가요발성을 다 지우고 뮤지컬 발성에 올인 중이다. 결국 “20~30살 차이나는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안팎으로 꾸준한 연습만이 살길이다. 특히 각종 시트콤과 영화를 통해 비굴한 코미디의 절정을 보여준 박영규는 을 통해 “큰 그릇을 가진 남자의 아픔과 외로움”을 보여줄 예정. 오랜 연륜과 중후한 목소리에서는 아더왕의 위엄을 선보이고 여기에 이미 갈고 닦여진 깨방정 코미디가 잘 버무려진다면 오히려 뮤지컬시장과 박영규 스스로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 등 진지한 작품에의 애정을 드러냈던 정성화 역시 오래간만에 희극무대에 복귀한다. 의 카리스마로 제4회 더뮤지컬 어워즈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그가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3. , ‘1박 2일’보다 더 웃긴 뮤지컬이라고 홍보하던데 대체 어떤 코미디인가?
호수의 여인 역을 맡은 구원영은 을 두고 “격조 있는 코미디”라고 부연설명한다. 은 코미디의 중심을 패러디와 재담에 두었다. 한국어가사 번역작업이 공연 직전까지 계속되겠지만, ‘기사’(knight)라는 가사를 ‘신문기사’, ‘김기사’ 등으로 확장시켜가며 이어지는 음악은 제법 쏠쏠한 재미를 줄 것 같다. 하지만 미국식 코미디를 제대로 된 한국식 코미디로 변화시키거나 아예 한국식으로 새롭게 만들어내지 않는 한 의미 없는 말장난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한 몬티 파이톤 스스로도 풍자를 주로 다뤘듯 패러디를 통한 풍자는 뮤지컬로까지 이어진다. 특히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 , , 등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자체를 비트는 패러디를 준비하고 있다. “관객들이 패러디 자체를 100%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웃어야 하는 타이밍은 만들 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을 통해 뮤지컬을 자주 접하지 못한 관객들은 여러 공연을 맛보는 형식이 될 것이고, 수천 개의 뮤지컬을 본 마니아들은 내포되어 있는 농담을 다 이해할 수 있어 더욱 재밌게 느낄 것이다”라는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의 언급처럼 패러디의 경중이 이 작품의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패러디 대상에 오디뮤지컬의 작품들이 삽입된다면 정성화의 자기패러디도 볼 수 있을 듯. 또한 작품 패러디 외에도 사랑과 증오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과장되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대형 뮤지컬만의 독특한 표현방식도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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