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KBS 에 출연하신 이상용 선생님께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다며 MC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저 역시 그제야 ‘맞다, 그 때 그 사건은 어떻게 된 거지?’ 했습니다. 1996년 11월에 MBC 녹화 중 도중 하차하셨다니 무려 15년 전의 일이네요. 좋은 일 하는 줄만 알았던 뽀빠이 이상용이 엄청난 공금을 착복했다며 세상이 온통 떠들썩했던 것도 기억나고, 심지어 재단의 도움으로 심장병 수술을 받은 어린이들이 모여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것까지 기억나는데 수사 결과만큼은 도무지 기억이 없더군요. 당시 뉴스와 기사를 보고는 ‘그렇게 청렴하다더니 웬일이래.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니까’ 하고 말았던 것 같아요.
모른 척 했던 지난 날을 사과드립니다

워낙 이미지가 좋다보니 국회의원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수차례 받았으나 그때마다 ‘나는 단 몇 년이 아니라 평생 사랑 받고 싶다’며 거절해온 끝에 생긴 일이라 정치성 보복이라는 설은 있지만 확인할 길이 있어야죠. 뭔가 막고 싶은 크나큰 사건이 있기에 그를 덮을만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킬만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터트린 게 아닌가 싶지만 그 또한 확인할 길이 없고요. 그러다 2005년 시골 어르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MBC 으로 돌아와 지금껏 진행하고 계시지만 고백하자면, 늘 그렇듯 문제 있는 연예인의 어영부영한 복귀쯤으로 여겼고, 그래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간혹 억울하심을 토로하는 기사를 언뜻, 언뜻 보긴 했어도 그 역시 무심히 넘겼어요. 그 점 진심으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우리는 내가 안 한 말을 누가 했다고 우겨도 복장이 터질 판인데 그토록 억울한 일을 당하셨건만 내 일 아니라고 나 몰라라 했으니 어찌나 송구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아드님의 무고함을 널리 알리고자 무혐의를 입증해주는 문서를 복사해 대전역에서 나눠주시던 아버님께서 화병으로 그만 돌아가셨다는 얘길 듣고 나니 더욱 마음이 아프더군요.
부디 지금처럼만 우리 곁에 남아주세요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 60kg 역기를 50개씩 들어 몸과 마음 모두가 건강한 선생님의 삶은 의 초보 MC 네 사람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을 겁니다. ‘강호동과 유재석 중 누가 오래 갈까요?’라는 우문에 ‘오래 사는 놈이 오래 갈 것’이라 답하신 재치를 비롯하여 두루 피가 되고 살이 될 교훈을 많이 남기신 점, 아마 잊지 못하겠지요. 15년간의 KBS , 8년간의 , 그리고 6년 째 진행하고 계신 등, ‘장수 MC’라는 수식어가 허명이 아님을 증명하는 자리였으니까요. 모처럼 존경할 수 있는 어르신을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70에 가까운 노장께 심야 골든타임을 기꺼이 할애해드린 제작진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부디 지금과 같은 마음 오래도록 지켜주시길 부탁드려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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