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코웰보다는 양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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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Mnet 시즌 2 (이하 ) 지역 예선에는 지난해보다 두 배나 많은 144만 명이나 참가했다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래와 춤을 얼마나 사랑하고 즐기는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끼를 펼쳐 보이고 싶어 하는 이들이 그토록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한편으론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그처럼 많다는 것도 신기하더군요.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지 않습니까? 하기야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노래할 기회를 주는 KBS 이 30년이 넘도록 방송되고 있는 걸 보면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요. 어쨌든 노래방에서 마이크 잡는 일조차 쑥스러운 저로서는 꿈을 향한 참가자들의 열정이 매번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 참가자만큼이나 중요한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보다는 양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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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보는 재미 중 첫 번째가 참가자들의 꿈과 열정이라면 그 두 번째 재미는 심사위원들의 반응일 거예요. 심사위원들은 도전자들을 향해 합격과 불합격을 선언하지만 시청자들은 도전자들의 합격 여부 외에 심사위원들의 자격 여부 또한 가늠하고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대단한 실력일 수도, 터무니없는 실력일 수도, 오랜 기간 준비해왔을 수도, 아니면 한 순간의 충동일 수도 있는, 너무나 다양한 꿈들이지만 어찌 되었든 한 사람의 소중한 꿈이기에 그 꿈을 바라보는 시선은 보다 신중해야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식의 감동에 이끌려 티셔츠를 내줘서도 안 되는 일이고 그렇다고 단지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 하여 아웃을 시켜서도 아니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심사위원들의 표정이며 말투, 단어 하나하나 세세히 관찰하게 되더군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심사평은 LA 예선 때 음을 전혀 못 맞추는 참가자에게 ‘한 번 악기에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어울릴 것 같다’고 해준 타이거 JK의 조언이었습니다. 아마 다른 예선이었다면 ‘썩소’와 힐난만 잔뜩 받은 채 퇴장했겠지만 이 여성 참가자는 운이 좋아 또 다른 꿈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거든요. 이런 타이거 JK의 영향인지 LA 예선의 분위기는 유달리 훈훈했습니다. 독설을 날릴 것으로 기대되었던 서인영 조차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었거든요. 그렇다고 칭찬만 난무했던 것도 아니고 합격이 남발되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첫 무대에선 혹평을 받았지요
사이먼 코웰보다는 양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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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큐 프로그램이 아닌 리얼리티에서 이처럼 훈훈한 장면만 연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따라서 의 사이먼 코웰과 같은 악역을 맡아줄 심사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더 잔인한지, 누가 더 살벌한지 경쟁이라도 하듯 남의 꿈을 짓밟을 필요가 있나 싶어요. 같잖다는 표정하며 ‘그 실력으로 감히 가수를?’이라는 눈초리는 너무나 불쾌해서 말이죠. 물론 재미를 위해 거슬리는 부분만을 모아, 모아서 보여주었겠지만 섬뜩할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미 독설 심사위원으로 정평이 난 이승철 씨의 발언 중 공감이 가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합격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들을 하는 거다. 불합격이면 안 했을 거다’라는 얘기에요. 이처럼 다음 단계를 위해 고칠 점들을, 그래서 더 나아질 부분들을 짚어주기 위한 조언이라면 아무리 가슴 아픈 독설이라 해도 약이 되지 않겠어요? 그게 아닌, 단지 꿈을 포기시키기 위한 신랄한 독설은 지나친 오지랖이란 생각이 듭니다. 꿈을 안고 수년 간 달려온 이에게 너의 노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으니 노래방에서나 써먹으라는 식의 심사평이 무슨 도움이 될까요. 문득 예전 MBC 에 심사위원으로 나오셨던 양희은 씨가 생각나네요. 평소 지니신 분위기로 봐서 폐부를 찌르는 무시무시한 심사평으로 뭍 참가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리라 짐작했는데 의외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한 따뜻한 조언을 해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심사위원 여러분, 부디 사이먼 코웰만 롤 모델로 삼을 게 아니라 양희은 씨의 심사평도 기억해주시길 바래요. 그리고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첫 무대에 점수를 매겼던 심사위원들도 다시금 떠올려 보시길 바라옵니다. 거기에 역지사지까지 추가해주신다면 금상첨화이겠고요.
사이먼 코웰보다는 양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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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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