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 퍼센트] ‘1박 2일’, 위기감 느낍니까?
[강명석의 100 퍼센트] ‘1박 2일’, 위기감 느낍니까?
“뭔가 불안하세요? 위기감 느낍니까?”
– 강호동, KBS ‘1박 2일’의 ‘복불복 특집’에서

높은 시청률의 오락 프로그램에 위기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1박 2일’은 김C가 떠났고, MC몽은 병역 논란이 일어나며 예전만큼 나서지 못한다. 더 이상 기타를 치며 여행의 분위기를 살리거나, ‘버라이어티 정신’을 외치며 막무가내로 사건을 벌일 사람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송 3년째가 되면서 ‘1박 2일’이 할 수 있는 아이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1박 2일’이 올해 모든 에피소드에 콘셉트를 부여하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경주 같은 유명 여행지를 특별하게 보이려면 ‘수학여행’ 같은 콘셉트가 필요하다.

어느새 사라진 여행의 묘미와 버라이어티 정신
[강명석의 100 퍼센트] ‘1박 2일’, 위기감 느낍니까?
[강명석의 100 퍼센트] ‘1박 2일’, 위기감 느낍니까?
‘자전거 여행’과 ‘혹서기 캠프’는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났다. 제목처럼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여행의 즐거움에, ‘혹서기 캠프’는 출연자들이 더위 속에서 겪을 고생이 빚어내는 오락적 재미에 초점이 있었다. 하지만, 두 에피소드 모두 남은 건 게임뿐이었다. ‘자전거 여행’에서 출연자들은 주행거리를 결정할 때도, 기차로 이동할 때도, 자전거를 타고 쉴 때도 게임을 했다. ‘혹서기 캠프’는 출연자들의 고생 대신 강호동이 짬뽕 먹기 내기를 하는 걸 길게 보여줬다. 김C라면 기차에서 기타를 치거나, 자전거 여행에 대한 감상을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MC몽이 전처럼 적극적이라면 빗속에서 진흙탕에라도 굴렀을 것이다. ‘혹한기 캠프’에서 출연자들은 스스로 이수근을 속이는 몰래 카메라를 짰다. 하지만 요즘 그들은 제작진이 짠 게임을 열심히 할 뿐이다. 방송분량은 줄어들고, 계속 게임을 내놓는 제작진의 문제는 더욱 드러났다. 이수근만이 ‘사물개그’를 하며 게임의 분위기를 띄우고, 식사 중 김종민의 라면이라도 훔치면서 분전했다.

그래서, 강호동이 ‘위기감’에 대해 말한 ‘복불복 특집’에서 나영석 PD가 보여준 선택은 흥미롭다. 그는 오프닝에서 모든 복불복을 한 뒤, 나머지 분량을 출연자들에게 맡겼다. 출연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그들은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승기가 네비게이터 역할을 자처하며 주변 경관을 둘러봤고, 멤버들은 차를 세우고 물놀이를 했다. 그 과정에서 ‘1박 2일’의 카메라는 출연진의 차가 숲을 뚫고 바닷가로 가는 여행의 풍경을 잡아낼 수 있었고, MC몽은 자신이 굶게 되자 갑자기 다른 출연자의 밥을 뺏어 먹었다. 오랜만에 여행과 ‘버라이어티 정신’이 공존한 셈이다.

무리수를 감수하더라도 흐름을 잡아야 한다
[강명석의 100 퍼센트] ‘1박 2일’, 위기감 느낍니까?
[강명석의 100 퍼센트] ‘1박 2일’, 위기감 느낍니까?
‘오프로드 특집’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나영석 PD가 “출연진들에게 모든 걸 맡겨봤다”고 말할 만큼, 출연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 시켰다. 게임도, 협상을 하는 PD도 없이 출연자들은 3:3으로 팀을 나눠 서로를 견제하며 레이싱을 펼쳤다. 서로의 지도를 훔치면서 알아서 스토리를 꼬고, 타이어 펑크 같은 돌발사고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이야기의 긴박감도 높였다. 나영석 PD는 최소한의 룰로 오히려 출연자들이 캐릭터를 재구축할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이 변화는 완전한 것이 아니다. 은지원이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반전은 그리 많지 않았다. MC몽의 휴대폰이 상대팀에게 넘어가지 않았거나 ‘NEW OB’팀이 물놀이를 가지 않았다면 프로그램은 싱겁게 끝났을 것이다. 제작진은 그들이 두뇌 싸움을 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요소를 넣을 필요가 있다. 또한 반전의 계기는 대부분 강호동에서 비롯됐다. 강호동 외엔 때론 예능을 위한 무리수를 감수하고서라도 프로그램의 흐름을 이끌 멤버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1박 2일’은 아직 3:3은 가능해도 모든 캐릭터가 서로 경쟁하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C가 빠지고, 김종민이 아직 가위바위보 말고는 활약하는 게 없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물론,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생길 온갖 시행착오를 견디는 것은 나영석 PD의 몫이다. 필요하면 출연자들을 얼음물 속에도 집어넣은 그가 이번에도 뚝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글. 강명석 two@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