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비디오는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 그리고 2010년에는 트위터가 인터넷 기자들을 죽일지도 모른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보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더 빠르고 강한 파급력을 가진 트위터는 연예 매체의 정보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 매체의 기자들은 좋든 싫든 트위터 시대에 적응해야할 상황이 됐다. 그래서, 가 아이폰4를 기다리며 트위터를 애써 바라보지 않았던 한 기자에게 1주일동안 억지로 스마트폰을 쥐어줬다.

“아까 사진을 찍었어야 했나?” 기자 K는 야근을 위해 침을 맞으러 한의원에 가며 생각했다. 그는 조금 전 있었던 시사회에 있었다. 영화 시작 전 이병헌과 최민식이 무대 인사를 나왔을 때, 스마트폰으로 그들의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다. “아직 적응이 덜 됐나?” 그러면서도 그는 부지런히 스마트폰의 자판을 눌러댔다. 트위터에 에 대한 간단한 의견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는 잔인한 거 보다 늘어지는 게 더 문제네요.”
트위터│K 기자의 초급 트위터 체험기
트위터│K 기자의 초급 트위터 체험기
트위터│K 기자의 초급 트위터 체험기
트위터│K 기자의 초급 트위터 체험기
“하시죠?” “…………………..네” 1주일 전, 편집장 B가 기사 작성을 위해 트위터에 가입하라고 했을 때, K는 그리 내키지는 않았다. 트위터에 무슨 반감이 있었던 건 아니다. 가끔 식사를 하는 한 언론인은 “트위터 그거 문제 있다고 봐”라고 말하긴 했다. 트위터는 말은 가벼워지고, 퍼지긴 더 빨리 퍼진다. 기자들이 트위터를 한다는 건 폭탄을 안고 가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트위터는 기자들에게 점점 필수조건으로 변하고 있었다. 화제작이 개봉됐을 때, 속보를 알았을 때 최소한 여론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트위터로 짧은 코멘트를 하는 게 필요해졌다. 다만 K는 아이폰4를 사고서 트위터를 하고 싶었다. 아이튠즈로 CD를 리핑해 음악을 듣는 K에게 아이폰 이외의 스마트폰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스마트폰 없는 트위터는 간단한 미니홈피라고 생각했으니까.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대여해준다고는 했지만, 이걸 이용하다 반납하고 다시 휴대폰을 쓰면 ‘손맛’만 버릴 것 같았다.

이틀 뒤, K는 낙산에서 열린 ‘썸머위크엔티’ 페스티벌에 있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계속 공연장의 상황을 찍었다. 물론 멘션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끊임없이 자신의 팔로워들이 어떤 글들을 올렸는지 확인하며. 불과 한 두 시간 사이, 트위터는 난리가 났다. K가 짧게 재범의 인터뷰 소식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의 기자간담회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자 순식간에 수십 개의 멘션이 올라왔다. 특히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그곳에서 운 좋게 재범을 따로 만나 찍은 사진과 간단한 재범의 코멘트를 올렸을 때는 몇 분 뒤 ‘트윗 방송’이라는 트위터에서 리트윗을 할 정도였다. 한 시간여 사이에 그의 팔로워는 100대에서 200으로 바뀌었다. 트위터로 공연 소식을 올릴 계획은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알토크랏츠, 재범, 타이거 JK와 윤미래, 비지가 무대에 오르는 동안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K는 은근한 불안감이 들었다. “이러다 오히려 공연을 제대로 못 보면 어떡하지?” K는 재범이 ‘믿어줄래’를 부르는 동안 사진을 찍다 동작을 멈추고 공연을 봤다. “공연을 보러 온 거지 트윗 하러 온 게 아니니까.” 그게 K가 정한 나름대로의 선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낙산에서 돌아올 때 쯤 K의 팔로워는 300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K가 낙산에서 돌아와 올린 재범의 인터뷰 기사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연히 재범이 워낙 화제의 인물이기 때문이었지만, K가 올린 트윗들이 나름 홍보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공연장을 빠져 나오는 사이 스마트폰으로 그의 트윗이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 알 수 있었다. 트위터는 물론, 블로그와 재범의 팬페이지에도 그가 찍은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그들이 월요일에 올라갈 기사를 기다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언론은, 또는 기자는 취재 대상이 소식을 알릴 수는 있어도 그들 자신을 홍보할 수는 없었다. 트위터는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오프 더 레코드는? 아니면 직업 윤리상 하지 말아야할 섣부른 추측을 트위터에 올린다면? 그리고 내가 트위터에 올리는 공연이나 시사회 소식은 내 개인적인 글인가 업무의 연장인가.
트위터│K 기자의 초급 트위터 체험기
트위터│K 기자의 초급 트위터 체험기
트위터│K 기자의 초급 트위터 체험기
트위터│K 기자의 초급 트위터 체험기
하지만 K는 이제 자신의 휴대폰보다 회사에서 대여한 스마트폰을 더 먼저 챙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인이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전해왔고, 팔로잉한 친구는 트위터를 통해 록밴드 스페이스맨3에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케빈 쉴즈가 잠시 합류해 공연을 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팔로잉만 잘 하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어지간한 소식들은 트위터 하나로도 충분해졌다. 이러다 는 가 돼서 기자들마다 트위터로 기사를 업데이트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복잡하게 하는 사이, K는 한의원에서 돌아와 다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한 사이트에는 그가 아까 올린 에 대한 코멘트가 ‘악마를 보았다 여러 단평들 모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간 것을 볼 수 있었다. 흠, 내일 스마트폰을 반납해야 하는 걸까?

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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