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만 해도 트위터는 국내에서 이름마저 생소한 인터넷 서비스였다. 하지만 지금 트위터는 매체의 지형도를 흔들어놓는 태풍의 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유명인들이 언론 대신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고, 대중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낸다. 김수현 작가가 영화 의 제작진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곳도, 김미화가 ‘KBS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곳도, 이하늘이 자신에 대한 오보에 “ㅅㅍ ㅂㅅㄱㅇ”라며 특정 기자를 대놓고 비난한 곳도 역시 트위터다. 지금 트위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트위터에 이르기까지 연예매체의 흐름과 기자들의 트위터 경험기도 함께 실었다.

이번 포커스의 주제는 트위터다. 독자 중 몇몇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10 Voice’를 통해 공지하기도 했지만, 그 전에 기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채널 외에 기자들이 먼저 기사 아이템에 대해 알린 셈이다. 이런 일은 언젠가 또 벌어질 수도 있다. 누군가는 팔로잉한 친구와 대화 도중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 배포하는 1인 미디어
트위터│새로움을 뛰어넘거나 새로움에 잠식당하거나
트위터│새로움을 뛰어넘거나 새로움에 잠식당하거나
의 기사 아이템이 트위터를 통해 미리 흘러나가는 건 그저 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C가 트위터에 인천공항이 일본에 매각된다는 소문을 올린 건 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곧이어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고, 온갖 언론들이 김C의 실수를 보도했다. 김C라고 모든 걸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누구나 잘못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C의 트위터 팔로워는 현재 4만 명을 넘겼다. 팔로워는 한 개인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을 때 각자의 트위터에서 곧바로 그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설정한 사람을 뜻한다. 그의 글은 최소 4만 명이 읽을 수 있는 셈이다. 그의 팔로워들이 리트윗 기능을 이용, 자신들의 팔로워들에게 이 소식을 퍼뜨리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며칠 전 트위터에 택시의 번호판에는 ‘아,바,사,자’만 허용된다는 게시물이 돌아다녔다. 의 기자들 중 몇 명은 이 게시물을 리트윗 했다. 몇 시간 뒤 기자들의 팔로워 중 일부가 그 글을 기자들에게 또다시 리트윗 했고, 다시 몇 시간 뒤에는 이 내용이 인터넷 매체의 기사로 떴다.

낯선 일은 아니다. 많은 스타들은 이미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들의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미니홈피는 네티즌이 직접 찾아가야 그 글을 읽을 수 있다. 아니면 언론 매체가 이 사실을 기사화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미니홈피와 같은 개인 블로그의 시대에는 언론이 인터넷의 확성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중간 상인처럼 미니홈피의 글을 퍼다 날랐고, 때론 언론에 의해 대중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는 연예인이나 오래 전의 일도 이슈가 됐다. 재범의 한국비하 논란은 한 언론에서 그가 마이스페이스에 적은 글을 기사화 시키면서 일파만파로 퍼졌다. 반면 트위터는 모든 글이 팔로워들에게 실시간으로 검색된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팔로잉 버튼만 한 번 누르면 관심 있는 스타의 글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트위터, 입소문의 부활
트위터│새로움을 뛰어넘거나 새로움에 잠식당하거나
트위터│새로움을 뛰어넘거나 새로움에 잠식당하거나
이하늘이 “그지같은 인기가요!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라며 SBS 를 비난한 건 지난 1일 7시 5분이다. 그리고, 정확히 한 시간 뒤 스타뉴스는 사건의 정황은 물론 측의 반박까지 취재한 기사를 실었다. 더 이상 퍼다 나르는 건 아무 의미 없다. 기자가 트위터를 캡처하는 사이 이미 그건 끝난 이슈가 된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추가 취재와 그 다음의 파장을 예상하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포털 사이트 연예기사 코너에는 연예인의 트위터, 미투데이 등을 모아놓은 메뉴를 개설했다. 연예기사를 통해 연예인의 가십을 확인하는 일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외수의 팔로워는 30만 명이다. 그가 어떤 글을 썼을 때 트위터로 그의 글을 읽는 사람이 더 많을까, 아니면 군소매체가 그의 트위터를 퍼다 나른 기사로 보는 사람이 더 많을까? 미니홈피는 그래도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오래 전 몇 개의 일간지만 있던 시절에는 모든 기사가 그들을 통해 흘러나왔다. 모든 유명인들이 일간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서비스가 시작되고, 인터넷 매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들은 단독 인터뷰보다 기자 간담회와 보도자료를 통해 소식을 전달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리고, 트위터는 유명인과 대중을 직접 연결한다. 오연수는 박주미가 자신이 SBS 에 먼저 캐스팅됐다고 하자 트위터를 통해 반박했다. 연예계에 국한하다면, 소식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언론의 기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유명인 스스로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고, 대중은 관심 있는 사람들의 트위터를 팔로잉해 자신만을 위한 포털사이트를 만들 수도 있다. 5년 만에 한국 활동을 재개한 보아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 여부를 묻자 “트위터를 하겠다”고 한말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보아는 복귀 전 트위터로 먼저 근황을 알렸다.

연예매체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트위터│새로움을 뛰어넘거나 새로움에 잠식당하거나
트위터│새로움을 뛰어넘거나 새로움에 잠식당하거나
트위터의 등장은 입소문의 부활을 알리는 것과 같다.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된 뒤, 공신력 있는 정보, 또는 가치 있는 정보는 언론만이 다루고 퍼뜨릴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중의 입소문을 입증한 것도 언론의 몫이었다. 하지만 트위터의 시대에 대중은 스스로 언론이 될 수 있다. 누군가 쓴 글이 트위터를 통해 수없이 증폭되고, 토론이 이뤄진다. 유명인이 트위터에 쓴 글은 굳이 언론이 기사화 하지 않아도 이미 수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영화 개봉 직후, 트위터에서는 영화에 대한 수많은 평이 올라왔다. 영화에 대한 의문점을 정리해 나름의 답을 내린 게시물이 올라오기까지는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과거 이런 것은 영화 매체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영화 매체 관계자들은 영화 시사회가 끝나면 트위터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대중보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래서 트위터의 시대는 언론에게 어떤 선택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속보, 또는 취재원에 대한 접근성만으로 언론이 대중의 여론을 선도하기는 어려워진다. 물론 언론은 여전히 이런 기능을 갖고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대중과의 격차는 점차 줄어든다. 만약 트위터보다 더욱 파급력이 강한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 언론매체, 특히 취재원과 대중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연예관련 매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딘가는 파파라치를 동원해 연예인이 도저히 트위터에 올리지 못할 사생활을 캘 수도 있다. 또 다른 어딘가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예인의 독점 인터뷰를 따내거나, 보다 심층적인 기사를 쓸 수도 있다. 방법이 무엇이든, 연예매체는 살아남으려면 트윗과 리트윗만으로 가능한 일 외의 것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연예매체 스스로 리트윗의 대상이 될 만큼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렇다. 기자들에게, 좋은 시절은 갔다.

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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