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을 들어 tvN을 틀어보라. 이 채널에서는 끊임없이 오락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때론 이경규나 신동엽 같은 정상급 MC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때로는 ‘남녀 탐구생활’을 앞세운 처럼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이하 )처럼 교양이되 오락적인 요소가 상당부분 섞인 프로그램도 있다. 드라마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tvN은 모든 장르를 오락 프로그램의 범위 안으로 끌어들여서 자체적인 분위기로 소화하는 법을 체득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tvN의 오락 프로그램은 공중파와도, 다른 케이블 TV의 프로그램들과도 확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4년 전 개국 당시 tvN이 선정성 논란에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tvN은 어떻게 자신들의 ‘오락’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송창의 CJ미디어 본부장에게 그 비결에 대해 물었다.

tvN대표에서 CJ미디어 본부장이 됐다. 직책이 바뀌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
송창의 : 그런 건 없다. tvN은 단독 법인으로 출발해 대표가 됐는데, 나는 전문 경영인은 아니기 때문에 그 때나 지금이나 콘텐츠를 제작, 기획하고 있다. 여전히 tvN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일이다.

“살아 남으려다보니 우리만의 색깔이 만들어졌다”
케이블 예능│“안하면 안했지, 있던 공식대로는 절대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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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이 계속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작년과는 또 다르게 오락 전문 채널로서 브랜드를 다지는 것 같은데, 자체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송창의 : 수익적으로 보면 tvN 초창기에는 월 광고수익이 20억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43억이었고, 지금은 60억 정도다. 그리고 전에도 말했지만 tvN 처음 시작할 때는 “케이블에서 가구 시청률 1%가 나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웃음) 지금은 재방 프로그램도 1%는 나온다. 좋게 얘기하면 그만큼 위상도 높아진 거고, 브랜드 파워도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확실히 최근 tvN은 단지 케이블 TV라고 하기엔 제작되는 프로그램의 폭이 굉장히 넓은 것 같다. 말 그대로 종합 오락 채널 같다.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니까.
송창의 : 처음에 이 나왔을 때 시청률이 4~5%가 나왔다. 그 때 영업하는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0.2 나오다 5% 나오니까 “꿈이냐 생시냐” 그러더라. (웃음) 그런데 1년 쯤 지나니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 역기능적인 면이 보이기 시작한 거다. 아무래도 가족이 모여서 함께 보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고, 광고에서도 처음에는 시청률이 높으니까 광고가 많이 들어오다 광고주들이 점점 자신들의 제품과 프로그램의 이미지가 안 맞는 것 같다는 얘길 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시청률 말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재밌지만 최소한의 무엇을 갖춘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가 요즘 tvN의 프로그램일 텐데, 요즘 이나 는 소재 자체는 공중파 프로그램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공중파 대신 선택하게 되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중파와 어떤 차별성을 갖는다고 보나.
송창의 : tvN의 색깔 같은 걸 헌법에 정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웃음) 우리는 조금 더 치열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인프라도 별로 없고, 제작비도 부족하다. 오랜 역사나 전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공중파와 경쟁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치열함이 녹아들게 되는 것 같다. 틈새를 노린다든가, 공중파에서 하는 아이템의 관점을 뒤틀든가 해야 한다. 우리가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기보다는 여건이 안 되는 상황을 극복하려고 하면서 나오는 결과 같다.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런데 그게 결과적으로 우리만의 성격이 되는 것 같다. 이미 있는 형식에 의존한다면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볼 이유가 없으니까.

그 점에서 tvN 오락 프로그램은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공중파에서 주말에 나오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나 일반적인 토크쇼가 거의 없다.
송창의 : 공중파식 버라이어티를 안 하는 이유는 제작비 때문이다. (웃음) 우리는 아직 스타들을 그렇게 많이 출연시킬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 그리고 만약 그런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면 우리 식대로 할 수는 있겠지만, 이게 대세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새롭거나 우리만의 것도 아니고, 그걸 한다고 시청률 30%가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웃음) 그런 부분에 힘을 빼는 것 보다는 우리의 길을 가는 게 나은 것 같다. 소재가 있으면 그 소재에 가장 어울리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도록 파고들어야지, 검증된 형식이라고 해서 그 형식을 무작정 따라갈 수는 없다. 우리가 지금 하는 프로그램에서 인기 스타들이 여럿 나와서 토크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 그게 더 안 어울릴 것 같다.

“단지 A급 MC니까 캐스팅하진 않는다”
케이블 예능│“안하면 안했지, 있던 공식대로는 절대 안한다”
케이블 예능│“안하면 안했지, 있던 공식대로는 절대 안한다”
특히 일요일에 공중파에서는 인기 리얼 버라이어티 쇼들이 대거 편성되는데, tvN은 그 시간대에 일반인들이 중심이 된 를 밤 10시에 방송한다. 모험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나.
송창의 : 공중파는 방송사의 특성상 아무래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 굉장히 타깃 지향적이어야 하고,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에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채널 시청자들은 ‘2049’다. 시청률에 19세 미만, 50세 이상은 올라오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고령대의 시청자들이 많이 봐서 시청률 10%를 올린다 해도 큰 의미가 없는 거다. 그러다보니 콘텐츠를 만들 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수능을 앞둔 이 시점에서 우리의 타깃 시청자가 무엇을 원할까 생각하게 되는 거다. 설사 시청률이 안 나와도 채널 충성도를 만들 수 있는 건 뭘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수능 앞두면 부모들이 뚜껑이 열려있지 않을까. (웃음) 그러면 부모나 학생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짓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로서는 약은 전략이다. (웃음)

그만큼 tvN 프로그램에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많이 나오고, 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연예인들이 많이 나와서 사람들의 일상을 묘사한다. 이런 소재를 어떻게 대중화시키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송창의 : 관점의 문제 같다. 방송에서 할 수 있는 소재가 결국 사람 사는 얘기고,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라 해도 포맷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은 그냥 강사들 나와서 강의하는 거지만, 칠판 놓고 학교 들어가려면 이렇게 해라 하는 식으로는 안 하겠다는 거다. 최소한 비주얼이라도 달라야 한다. 도 토론 프로그램이지만 자막을 사용한다든가, 화면분할이나 카메라 워킹으로 다른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다.

은 시즌2를 런칭했는데, 반응은 어떤가.
송창의 : 시즌1의 문제점을 많이 보완했다. 은 TV적인 건 어느 정도 보여줘서 화제는 됐는데, 우리가 첫 토론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까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예를 들어 아이템을 정하고 그걸 끌어가려면 어떤 패널이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다. 그 때는 연출도 예능 PD가 했고. 그래서 올해 초에 교양국을 신설하면서 교양전문 PD를 영입해서 을 만들었고, 내용적인 면에서 시즌 1보다 좋아졌다고 본다.

최근 이경규나 신동엽 같은 유명 MC를 기용하고 있다. 그 MC들이 tvN 프로그램을 대중에게 다가서게 하는데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나.
송창의 : 개국 당시에는 그 정도 MC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이경규나 신동엽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일반인 출연자들을 상대하는 프로그램이다. 는 30명의 일반인 여성들이 출연하는데, 그걸 무명의 MC가 진행할 수는 없다. 도 독특한 일반인이 나오는데 얼굴도 모르는 MC가 나오면 프로그램의 완성도나 함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조절한다. 단지 A급 MC니까 캐스팅한다든가 하는 건 없다. 이경규나 신동엽이 그 프로그램들을 흔쾌히 했던 것도 포맷이 새롭다는 점에서 하는 거고. 그들도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까. 이경규의 경우 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해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웃음)

아무래도 공중파와는 다른 색다른 스타일이라 본인도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송창의 : 연예인들끼리 재밌게 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도 본인에게 좋은 역할을 하니까. 그런 MC를 쓸 때는 딱 필요한 이유가 있으니까 쓰는 거지 인기 있기 때문에 쓰는 것만은 아니다. 콘셉트에 맞느냐, 새로움을 훼손시키지 않느냐 문제가 중요하다.

“안하면 안했지, 있던 공식대로는 절대 안한다”
케이블 예능│“안하면 안했지, 있던 공식대로는 절대 안한다”
케이블 예능│“안하면 안했지, 있던 공식대로는 절대 안한다”
MC들의 영입과 함께 최근에는 다루는 프로그램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는 완전히 교양 프로그램인데.
송창의 : 그렇다. 그 프로그램도 조금씩 고쳐갈 생각인데, 1:1 인터뷰 프로그램이라 그림을 굉장히 새롭게 만들고 싶다. 아무래도 그냥 인터뷰하는 것만 보여주면 둘이 마주보면서 세트도 병풍 같은 거 하나 세워놓고 (웃음) 있는 것 밖에 안 되니까. 세트에도 큰 신경을 쓰고 있다.

그 점에서 tvN이 지향하는 방향이 있는 것 같다. 프로그램의 장르는 다양해졌는데, 그게 결국 모두 오락이 되는 것 같다.
송창의 : 맞다. 단순한 학원강사의 강의든 딱딱한 토론이든 시청자들이 봐야하지 않나. 다시 말하면 TV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PD는 같은 콘텐츠인데 왜 TV에서 해야 되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토론 프로그램이라도 TV에서 한다면 그걸 라디오가 아닌 TV에서 봐야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당연히 TV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다. TV에서 하는데 눈감고 들어도 다를 게 없다면 의미가 없는 거니까. 물론 그러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정신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거에 맛을 들이면 (웃음) 자기도 모르게 예전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어진다. 이게 보다 더 TV적이니까.

의 경우는 어떤가. tvN 최초의 음악 프로그램인데.
송창의 : 은 우리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종합 오락 채널에서는 음악 프로그램의 역할이 중요하다. 방송사가 뮤지션들과 쉽게 교류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고.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이 시청률과 별개로 중요한 영향력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처음에는 회사 사정도 여의치 않아서 나중에 하자, 여유 생기면 하자고 했다가 이제 하게 된 거다. 그래도 똥고집이 있어서 (웃음) 일반적인 구성과는 다르게 가려고 했다. 야외에도 나가고, 코너도 다양하게 꾸며보고. 인기 가수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가수만 계속 나왔으면 좋을 텐데 왜 저러나 할 수도 있는데 (웃음) 그 부분을 고려해서 절충해서 가려고 한다.

뭘 해도 다르게 가겠다는 게 제일 중요해 보인다.
송창의 : 안하면 안했지, 있던 공식대로는 절대 안하겠다는 거다.

그 점에서 가 가장 큰 성공사례 중 하나일 것 같다. 특히 ‘남녀 탐구생활’은 방송으로 뜨기 전에 인터넷 UCC로 화제를 모았다. 에피소드마다 짧은 러닝타임을 가져서 인터넷과 잘 맞았던 부분이 중요했던 것 같은데, 요즘 매체 환경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송창의 : 우선 나 스스로 지금의 변화에 대해서 체질화 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아직도 길을 모르면 누구한테 물어볼 생각을 한다. 그런데 젊은 세대들은 바로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한다. 몇 년 전부터 미디어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나 같은 세대는 젊은 세대에 한 템포씩 느린 것 같고. 린 백(Lean back), 린 포워드(Lean forward)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TV는 린 백, 그러니까 뒤로 기대서 보는 매체였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TV를 보면서 컴퓨터에 글을 올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몸을 끌어당기는 린 포워드를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최소한 이 시대의 변화에 대한 개념은 갖고 가야 한다. 공급자 마인드로 우리가 만들 테니까 너희는 보고 즐기라는 식은 안 된다.

앞으로 tvN은 어떤 방향으로 갈 것 같나.
송창의 : 우리 식 대로 간다. 이 세상에 새로운 건 없지만, 관점에 따라 새로운 건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건방질 수 있지만, tvN의 모든 콘텐츠가 TV 콘텐츠의 패러다임까지는 아니더라도 활력소나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 새로움으로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글. 강명석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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