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어째서 드라마 속 부잣집 딸들은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할까요? 갖출 만치 다 갖췄으니 그에 합당한 남자들이 줄을 설만도 한데 왜 사랑에서는 늘 가난한 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에요. 이젠 부잣집 딸들의 숙명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녀들의 사랑 공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가 자신의 배경을 이용해 가난한 여자의 남자를 빼앗는 경우라면 두 번째는 목적을 지닌 남자에게 속아 순정과 재산을 죄다 바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첫 번째 케이스는 대체로 오만불손한 성격에다 안하무인이어서 남자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인 모두에게 외면을 당하는 철부지 처자들입니다. 저 잘난 맛에 사는 헛똑똑이들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물론 시청자에게까지 욕을 버는지라 딱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들이고요. 두 번째 케이스는 세상 물정 모르고 순수해서 남자의 속내를 알아차리고도 집착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미련퉁이들입니다. 그래도 앞서의 인물들과는 달리 시청자로부터 동정을 어린 사랑을 받기도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요. 예전 드라마 SBS 의 영주(유호정)가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겠죠.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남자가 실은 애 낳고 살던 여자를 버리고 자신에게 온 파렴치한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함을 할 지경인데 하필 가여운 그 여자가 자기 오빠와 결혼할 여자라니! 이런 청천벽력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현진 씨 때문에 뒷목 잡았습니다
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안타깝게도 문현진(소유진) 씨, 당신이 처한 현재 상황은 의 영주가 겪었던 고통과 흡사한 정도를 넘어 훨씬 더 심하더군요. 영주가 사랑했던 동우(이종원)는 출세에 눈이 멀어 윤희(심은하)를 배신하긴 했지만 뼛속까지 나쁜 놈은 아니었거든요. 음모를 꾸미거나 남을 함정에 빠트릴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현진 씨의 남편 이태영(이태곤)은 죄질 자체가 아예 다릅니다. 한 가정을 풍비박산 냈는가 하면 이십여 년 간 자신만을 바라봐온 한 여자, 한지민(조윤희)을 버렸잖아요. 그리고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갖지 않은 채 현진 씨와 사랑 없는 결혼을 했습니다. 순전히 정인재단이라는 현진 씨의 배경을 노린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양어머니이자 지민의 어머니인 조윤희(윤여정) 여사로부터 받고 자란 모진 핍박이 그를 비뚤어지게 했을 테고, 무엇보다 조 여사가 자신의 어머니를 계획적으로 해쳤다고 믿고 살아왔으니 복수심에 불타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꿎은 현진 씨를 제물로 삼는 답니까?

이해 안 되기로 따지면 한지민도 다를 바가 없어요. 자신을 배신했을 뿐만 아니라 대를 이은 가업인 하늘병원을 빼앗아 아버지(김용건)를 폐인으로 만들고,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키기까지 했던 이태영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야 백번 천 번 이해가 되고 남죠. 그런데 왜 또 다른 피해자인 현진 씨를 불행의 늪으로 잡아끄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이 겪은 일들이야 어머니의 업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진 씨는 그저 남편과 지민이를 믿은 죄밖에 없지 않습니까? 아니 굳이 죄가 있다면 눈치 없음을 들 수 있겠네요. 현진 씨의 딸 서연이를 돌본다는 구실로 한 집에 지내면서 두 사람이 서로 심상치 않은 눈길을 주고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의도적인 문자를 보내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지만 현진 씨는 전혀 눈치를 못 채더군요. 이태영이 하늘병원 병원장 취임식에서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부족한 저를 믿고 응원해준 아름다운 저의 아내 문현진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라고 하니 추호의 의심도 없이 마냥 행복해하던 현진 씨. 저는 그거 보다가 뒷목을 잡았다는 거 아닙니까.

내 꽃밭 망가졌다고 남의 꽃밭 짓밟진 말아주세요
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이태영의 병원장 취임을 지켜보며 분루를 삼키던 지민이는 결국 현진 씨의 아버지 문정호 정인재단 이사장을 불러내 ‘아저씨와 내가 서로 좋아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고백을 하고 맙니다. 딸 같은 어린 애를 욕심내는 건 도리가 아니라 여겨 감정을 자제하던 문 이사장도 끝내 지민이의 유혹에 무릎을 꿇고 말더군요. 한지민이 현진 씨의 새어머니가 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지 싶습니다. 저는 이 폭풍과도 같은 현실이 연인 사이였던 이태성과 한지민의 물고 물리는 복수극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죄다 알게 되었을 때 현진 씨의 심정이 어떨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설마 현진 씨도 또 다른 복수를 계획하시려나요? 문득 한때 같은 고통을 겪었던 영주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내 꽃밭 망가졌다구 오빠 꽃밭까지 망가뜨릴 생각 없어요”라고 했었죠. 참 지혜롭고 당찬 아가씨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진 씨도 어서 빨리 사태를 파악하여 영주처럼 깔끔히 정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복수가 줄을 잇는 어이없는 결과만큼은 만들지 말아주세요. 영주의 대사는 지민이에게도 해주고픈 충고지만 그 쪽은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로 보여 포기하렵니다.
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현진 씨, 복수의 고리를 끊으세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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