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지난밤에 꿈, 꾸셨습니까? 혹시 여러분에게는 자주 반복되는 꿈은 없으신가요? 지난 십여 년 동안 잊을만하면 다시 리플레이 되는 꿈, 저에게는 그런 이상한 꿈이 하나 있습니다.

꿈속의 나는 여행 혹은 출장을 앞두고 언제나 짐을 싸는 중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묻죠. “그래서, 비행기 출발은 몇 시야?” 시계를 보면 늘 3시, 이륙시간은 5시. 그러나 아직 짐도 채 꾸리지 못했고, 집에서 공항까지는 1시간도 넘게 걸릴 것이며, 국제선 보딩은 대충 출발 1시간 전에는 마감된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 그러나 어쩐 일인지 꿈속의 저는 비행기를 놓칠 거라는 불안함을 안은 채 공항으로 기어이 달려가고 결국 이 꿈의 마지막은 이미 보딩이 마감된 항공사 창구 앞에서 비극적으로 끝이 납니다. 아, 어떻게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날아가 버리다니… 눈물이 흐르다가… 기상! 제길, 또 이 꿈입니다.

사실 이 꿈이 반복된 이후 실제로 똑같은 상황이 일어난 적도 한 번 있었습니다. 다행인지 대부분은 꿈에서 그쳤지만요. 여행을 떠나는 설렘 속에 도사린 은근한 불안감일 수도, 그저 잡지를 만들며 매일의 쫓기는 스케줄 속에 살아가는 자의 직업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을 보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잠 너머의 세상에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 거라고, 만약 비행기를 잡아탔다면 요단강으로 날아가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애써 악몽을 지우려고 노력하면서 말이죠.

지난주 다시 한 번 반복된 ‘비행기 놓치기 꿈’을 꾼 이후 영화 의 아이맥스 예매를 서둘러 마쳤습니다. 부디 스크린 위에서 꾸게 될 이 황홀하고 강렬한 꿈이 나의 오랜 꿈에서 도망칠 수 있는 비상구를 하나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입니다. 이 긴 잡설의 결론은 하나, 물건 좋지 않으면 안 권한다는 말입니다.

글. 백은하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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