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MBC (이하 )에는 그룹 2PM의 닉쿤과 f(x)의 빅토리아 커플의 방송이 처음으로 방영됐다. 그리고 이 날 의 시청률은 전주보다 상승했고, 다시보기는 역대 2위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 결과가 닉쿤과 빅토리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닉쿤과 빅토리아까지 가세하면서 모든 커플이 아이돌로 구성된 것과는 관계가 있지 않을까. 또한 KBS , SBS 의 ‘패밀리가 떴다’ 시즌 2도 아이돌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고, 케이블 TV는 아이돌의 리얼리티 쇼가 끊임없이 방송된다. 왜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을 사랑할까. 에서 아이돌과 예능 프로그램이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지금 TV와 아이돌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지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1명의 아이돌에 대한 평가와 의 정윤정 PD에게 직접 듣는 아이돌과 예능 프로그램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고민하는 아이돌을 위한 친절한 컨설팅도 마련했다.

예능돌의 세계│정상을 향한 예능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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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라. 문이 열리면 신부가 서 있을 것이다. MBC (이하 )에서 닉쿤은 그렇게 티아라의 은정, 시크릿의 한선화를 지나 f(x)의 빅토리아와 가상 결혼을 했다. 그 순간, 아이돌과 예능 프로그램도 결혼했다. 물론 KBS 의 김호상 PD의 말대로 “한 몸에 관심을 받으면서도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하는” 아이돌은 이미 오랫동안 오락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였다. 그들은 MBC 나 SBS 등에서 온갖 개인기를 하고, KBS 에서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한다. 못 웃기거나 운동을 못 해도 괜찮다. KBS 은 종종 여자 아이돌에게 귀여운 표정을 지어보라고 한다. 얼굴만으로도, 그들은 오락 프로그램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아이돌 놀이’
예능돌의 세계│정상을 향한 예능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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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을 출연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돌끼리 출연하고, 아이돌끼리 일하고, 아이돌끼리 연애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돌은 개개인으로서도 훌륭한 조건을 갖춘 출연자고, 모이면 ‘아이돌촌’처럼 그 자체로 정체성이 생기는 또 다른 커뮤니티다. 아이돌의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실한 답을 줄 수는 없다. 의 새 멤버 소리는 합류가 결정된 뒤 걸그룹의 멤버가 아니라는 이유로 프로그램의 팬들 사이에서 작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돌의 정의는 불명확해도 대중이 배우나 가수가 아닌 아이돌을 소비하는 방식은 뚜렷하다. 2PM이 보다 넓은 팬덤을 가지는 계기가 됐던 MBC에브리원 는 그 대표적인 예다. 2PM은 를 통해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 같은 커뮤니티를 보여줬고, 그 과정에서 멤버별로 뚜렷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건 ‘사생’(팬들이 사생활을 쫓아다니는 것)을 통해서라도 아이돌의 성격과 관계를 알거나 상상하고 싶어 하던 아이돌 팬의 욕구를 만족시켜준 것이다. , E!TV , MTV 등은 아이돌을 걸그룹, 막내, 축구 등을 통해 하나의 커뮤니티로 만든 뒤, 그들의 관계에서 캐릭터를 발견한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방점은 아이돌 자체보다는 대중이 아이돌을 소비하는 방식에 있다.

에서 닉쿤이 은정, 한선화, 빅토리아를 만나는 과정이 의미를 갖는 건 이 때문이다. 그들의 만남은 현실보다 만화나 게임에 가깝다. 친절하고 멋진 외국인 남자가 활달하거나, 백치미가 있거나, 자신처럼 외국인인 미녀와 만나고, 시청자는 그들의 조합에 따른 판타지를 펼친다. 멋진 비주얼과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아이돌이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현실과 가상 사이에 있는 ‘아이돌월드’가 탄생했다. 의 ‘유치리’는 분명히 현실에 있다. 하지만 그곳은 여자 아이돌이 모여 사는 비현실적인 세계이자, 일반인들이 관광 오는 구경거리다. 팬픽에서나 했던 ‘아이돌 놀이’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대중적인 시장을 형성했다.

가상과 현실 속에서 이야기를 파는 아이돌
예능돌의 세계│정상을 향한 예능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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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을 ‘개인기 자판기’나 ‘예쁜 방청객’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인다. 현실에 있으면서도 판타지를 유발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팬들을 가진 그들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큰 강점을 갖는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 이외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SBS 은 얼마 전 닉쿤과 준수를 출연시켜 서로의 첫 인상부터 좋아하는 여성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캐냈다. 의 박상혁 PD는 “시청자들이 아이돌에 대해서는 아주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는다. 대중들은 아이돌에 대해 다른 연예인과는 다른 방식의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 프로그램이 점차 아이돌 중심으로 변하면서 여성 출연자와 커플을 맺는 에피소드가 등장했고, KBS 는 ‘연기하는 아이돌’을 모아 초대했다. MBC 의 ‘뜨거운 형제들’, KBS , KBS 의 ‘천하무적 야구단’ 등에 모두 남자 아이돌이 귀여운 막내 캐릭터로 출연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한 개인이기 이전에 아이돌로 규정되고, 아이돌의 이미지에 걸맞는 캐릭터를 얻는다.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 산업의 중요한 시스템을 예능 프로그램에 도입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 산업은 새롭게 변화한다. 소녀시대는 데뷔 당시 Mnet 로 그룹의 성격과 멤버들의 캐릭터를 알렸고, ‘Gee’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당시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Gee’로 생긴 대중적 관심을 그룹에 대한 인지도로 바꿨다. 당시 출연 프로그램 중에는 KBS 처럼 멤버 전원이 나와 다양한 장기를 보여준 프로그램부터 몇몇 멤버의 캐릭터를 잡아준 MBC 의 ‘라디오 스타’, 출연 자체가 화제가 된 MBC 등이 골고루 배치됐다. SM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활동시기마다 멤버 각각의 현재 상황이나 이미지 등을 고려해 그 시점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한다. 아이돌은 음악을 통해 춤과 노래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과 현실이 섞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판다. 지금 아이돌 산업은 그 두 가지의 합으로 움직인다.

다음 단계로의 징검다리, 예능
예능돌의 세계│정상을 향한 예능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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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새로운 시장은 어쩌면 과도기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에게 다양한 캐릭터를 원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 캐릭터에 따라 기능적인 역할을 요구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인돌’, ‘예능돌’, ‘짐승돌’ 등 아이돌에 대한 세분화된 정의가 계속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의 캐릭터는 프로그램에 맞게 부각되고, 소모된다. 이미 의 ‘런닝맨’에는 기존 아이돌 대신 송중기가 출연한다. 젊고 잘생기고, 꽤 많은 소녀 팬도 있는 그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돌이 했던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경쟁자는 늘어나고, 정체성은 모호해지며,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슈퍼주니어의 이특처럼 예능 프로그램의 서브 MC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 특화되지 않는 한, 아이돌에게 예능 프로그램은 중간 지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소모되기 전에 연기를 하거나, 해외 진출을 하거나, 음악에 매진해야 한다. 그건 지금 아이돌이 시장에서 갖는 위치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더 이상 팬들에게 강력한 힘을 가진 우상으로서의 아이돌이 아니다. 대신 점점 더 캐릭터와 이미지가 소비되는 ‘돌’(doll)에 가까워진다. 예능 프로그램은 그들이 ‘돌’로서 성장과 소모를 함께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돌과 그들의 제작사의 행보도 달라질 것이다. 허니문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현실이 시작된다. 모두가 아이돌을 원하고, 모두가 아이‘돌’이라고 말하는 지금, 아이돌과 예능 프로그램은 슬슬 허니문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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