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가수는 앨범을 낸 직후 인터뷰를 한다.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그것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활동이 끝난 뒤, 자신의 음악에 대해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석훈처럼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낸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사람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다 2년 전 SG워너비의 새 멤버로 합류한 그는 최근 첫 번째 솔로 앨범 활동을 마쳤다. 그는 자신이 혼자 무대에 선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자신이 부른 노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막 혼자 무대에 섰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첫 솔로 활동을 해보니 어떤가.
이석훈 : 첫 방송하고 두 번째까지는 그렇게 떨리진 않았다. 그런데 뭔가 내가 혼자 한다는 걸 제대로 알고 나서부터 너무 떨렸다. 게다가 활동하는 사이 코감기가 심해서 너무 속상했고. 활동이 끝나니까 낫더라. (웃음)

“노래를 잘하는 것 이상으로 전달에 무게를 뒀다”
이석훈 “가수라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이석훈 “가수라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4분 안팎 동안 무대를 끌고 나가기는 어땠나. 혼자의 노래만으로 시선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이석훈 : 그래도 가수니까 노래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자신은 있었다. 그런데 가사를 못 외우는 게 불안했다. (웃음) 선천적으로 가사를 잘 못 외워서 나 스스로 노래에 빠져들기 쉽지 않으니까. 그래서 라디오 방송에서는 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그런 게 계속 아쉬웠다.

그래서 가사 전달에 더 신경 쓴 건가. (웃음) 이번 미니 앨범은 무엇보다 가사를 하나하나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 것 같았다.
이석훈 : 가사를 잘 전달하는 게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노래를 잘하는 것 이상으로 전달하는 것에 힘을 줬다. 음악적으로 사운드가 크고 화려한 것도 좋지만 내가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음악의 스케일이 커지면 곡이 산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특히 난 싱어송 라이터가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가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비록 남이 써준 가사고 노래더라도 그걸 최대한 전달력 있게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보컬 디렉팅을 그렇게 한 것도 전달력의 문제 때문인가. SG워너비로 활동할 때와는 다르게 최대한 기교적인 측면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기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것 같았다.
이석훈 : 가수한지 2년째고, 음악 한지 8~9년이 됐는데 그 시간 동안 그래도 많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 경험들을 통해서 알게 된 건 사람의 목소리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거였다. 꾸민 목소리는 결국 다 들통나게 돼 있고, 그래서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까 목소리를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발성 연습을 다시 했고, 발성을 통해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전달력 있는 톤을 만들고 싶었다. 꼭 아나운서가 뉴스를 잘 전달하는 것하고 비슷하다.

그 점에서 당신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았다. 꼭 이퀄라이저를 걸지 않은 오디오 같은 목소리였다.
이석훈 : 최대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었고, 특히 ‘안녕 나의 열렬한 사랑이여’는 어떤 이펙트나 튠을 걸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대단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목소리를 다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내 음악과 가사를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으니까. 엔지니어에게 굉장히 드라이해도 되니까 그렇게 내 목소리만 내자고 했다.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게 모든 가수가 바라는 것이긴 하지만 그만큼 부담되는 일 아닌가. 요즘에는 특히 유행하는 장르나 스타일을 생각 안 할 수 없는데.
이석훈 : 솔직히 부담은 된다. 음악방송에서 나 혼자 발라드를 부르니까. 그래서 활동을 빨리 접은 것도 있고. (웃음)

“스스로가 꼭 앙탈 부리는 미운 네 살 쯤 되는 것 같다”
이석훈 “가수라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이석훈 “가수라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이석훈 “가수라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이석훈 “가수라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발라드도 요즘 노래들처럼 R&B적인 느낌이 섞인 게 아니라 과거의 발라드 스타일이다. 시류에 맞지 않을 거라는 고민은 없었나.
이석훈 : 그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대중이 내게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과 대중이 나에게 바란다고 생각하는 걸 생각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는데, 솔직히 대박은 안 났다. (웃음) 그래서 내 생각이 잘못된 부분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타이틀 곡 ‘정거장’보다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가 반응이 더 좋았던 걸로 안다. 그런 결과에도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석훈 : 그 부분이 이번 앨범의 문제였던 것 같다. 사실 ‘정거장’은 타이틀곡을 쓰자고 다짐하고 만든 곡이었고,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는 프로듀서 형이 그냥 밤에 녹음하자고 연락 와서 바로 했던 노래였다. 그런데 반응은 정반대였다. 그건 ‘정거장’에 내 생각이 너무 들어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돼서 대중의 귀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최대한 내 마음대로 끌고 갔는데, 그게 대중에게 내 노래를 전달하는데 방해가 된 거다. 꼭 무대에서 노래가 아니라 제스추어로 억지로 슬픈 감정을 전달하려는 가수 같았다. 내 생각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보통 가수들은 자신의 뜻이 반영 안 된 걸 아쉬워하는데, 당신은 반대다. (웃음)
이석훈 : 이번 앨범은 충분히 내 뜻대로 했으니까. 특히 ‘안녕 열렬한 나의 사랑이여’는 회사에도 “딱 한 곡만 내 마음대로 다 하겠다”고 하면서 만들었는데, 오히려 끝나고 나니까 그게 잘 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중 가수인데 대중을 위한 노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다시 솔로 앨범을 내면 한 번쯤은 내 생각을 배제하고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그런 생각은 당신의 경력 때문에 가능한 걸까. SG워너비에 들어오기 전에 노래를 가르치지 않았나. 그래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이석훈 : 실용음악학원에서 노래를 가르쳤다. 그리고 가끔 마음 맞는 밴드와 홍대 쪽에서 공연도 하고. 기획사에도 한 세 번 정도 있었고, 연습생 하다 그만두기도 했고 앨범 녹음하다 나온 적도 있다. 그런데 사실 그러면서 난 가수 할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연예인이나 가수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어떤 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당신이 노래하는 걸 부르는 걸 보면 역시 가수는 다르다고 할 텐데.
이석훈 : 정말 기가 다르다. 음악적인 면도 다르지만, 삶 자체가 좀 다른 것 같다. 나는 노래하고 음악 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게 좋은 사람인데, 가수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주는 직업이라 이게 나에게 잘 맞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특히 앨범 녹음 중간에 고민이 많았다. 이게 나에게 맞는 일인지 싶었고.

하지만 본인의 노래를 전달하려면 가수가 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나.
이석훈 : 그렇지.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가 이게 맞긴 맞다. 그런데 지금 내 삶이 내가 이루고 싶은 삶하고 너무 다른 거다. 요즘은 지금 이게 미래의 멋진 삶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가 꼭 앙탈 부리는 미운 네 살 쯤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어떤 상황에서든 노래를 불러야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한다는 부분 같은 것들이 부담되는 건가. 감정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하니까.
이석훈 : 그래서 가수들이 대단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도 있어야 하니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너무 좋은데, 그러기 위한 삶 자체가 쉽진 않다. 그래서 가수 하겠다는 친구들한테 한 번쯤 더 생각해보라고 하기도 하고. (웃음)

“SG워너비에 해가 되지 말자는 생각이 강하다”
이석훈 “가수라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이석훈 “가수라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SG워너비의 다른 멤버들은 어떤가.
이석훈 : (김)용준이는 외유내강이고, (김)진호는 외강내강이다. (웃음) 용준이는 일본 다녀오고, MBC ()하고, 뮤지컬 하면서도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정말 대단하더라. 셋이 있을 때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둘이 이렇게 하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싶기도 했고. 두 사람이 의지가 많이 된다.

당신도 에 출연했을 때 반응이 좋았는데,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적응이 좀 되나.
이석훈 : 은 용준이가 직접 전화를 해서 하게 됐다. 같은 팀 친구가 하자고 하는데 안 할 사람은 없지 않나. 하지만 내가 계속하는 건 제작진에게 누만 끼칠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내 노래에만 집중하는 건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고 예능을 안 하겠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워너비’가 아니라 ‘SG’였다면 더 적극적으로 했을 거다. (웃음) 무슨 말이냐면, 나는 아무래도 SG워너비에 늦게 합류해서 스스로 SG워너비의 이름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 강하다. 그만큼 SG워너비에 도움이 되고 해가 되지 않는 선을 지키면서 활동을 하자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목표가 있나.
이석훈 : SG워너비에 늦게 들어와서 대상을 못 받아봤다. (웃음) 그래서 대상 한 번 꼭 받아보고 싶고. 그건 되게 탐난다. (웃음) 그리고 내년부터는 친구들을 가르치기 시작할 것 같다. 올해는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원래 강단에 서는 게 꿈이었으니까 내년부터 천천히 준비를 할 것 같다.

노래를 가르칠 때 어떤 점을 강조하나.
이석훈 : 거짓으로 노래하지 말라는 거. 노래를 가르치다보면 이 사람이 진심으로 노래 부르는지 아닌지 티가 난다. 어떤 사람들은 안 좋은 것부터 배워서 감정 없이 노래 부르면서 왜 저렇게 손짓만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진심으로 부르라고 한다.

당신이 이번 앨범을 소화한 방법하고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석훈 : 그래서 이제야 그 친구들에게 말한 게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다. 말은 그렇게 하고 나는 멋으로 부르는 것 같기도 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내가 생각해왔던 노래를 전달한 것 같다. 고민은 여전히 많지만. (웃음)

글. 강명석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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