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가지고 놀던 표도르, 왜 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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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월드컵 아쉬워서 어떡해. 주말에 정말 열심히 응원했는데.
응, 아쉬운 일이지. 다른 강호를 만나는 것보다는 8강에 올라갈 확률도 높았고, 실제로 거의 박빙으로 싸웠으니까. 하지만 아쉬워도 탈락은 탈락이고 이제 남은 팀들의 경기를 즐겨야지. 아직 재밌는 매치는 많이 남았으니까.

그래도 이제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뚝 떨어졌잖아.
그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만큼 월드컵에 가려졌던 다른 것들이 새삼 드러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

뭐? 드라마?
음… 그동안 결방됐던 SBS 드라마가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무엇보다 월드컵만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화제가 됐을 만한 일들이 다른 스포츠 종목 안에서도 벌어졌었어. 우선 미국 NBA의 LA 레이커스가 지난 6월 18일에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우승을 거뒀지. 이번 우승으로 LA의 에이스인 코비 브라이언트는 통산 5번째 우승 반지를 끼고 MVP를 차지했고.

그리고 또?
MBC 에도 출연했던 지구 최강의 사나이 에밀리아넨코 표도르가 지난 27일 10년 만에 패배를 당했지. 그것도 판정패나 그런 게 아니라 상대방의 조르기 기술에 걸려 항복을 선언하면서. 사실 우루과이의 전력이 한국보다 조금 앞선 걸로 평가 받았다는 걸 떠올리면, 이건 한국 축구팀의 16강전 패배보다 훨씬 충격적인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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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은 순하게 생겨서 멤버들을 가지고 놀던 그 표도르 얘기하는 거지?
응, 그 표도르. 아마 이건 종합 격투기의 역사에서 가장 쇼킹한 사건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단한 사건일 거야. 그만큼 표도르는 무적의 이미지였거든.

네 생각도 그래? 표도르가 무적일 거라고?
음… 2년 전이었다면 그렇다고 대답했을 텐데 지금은 그렇게 말하기 좀 어렵네. 사실 4~5년 전 일본 격투 단체인 프라이드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 때, 많은 격투팬들이 세계 최강은 표도르와 크로캅, 노게이라 같은 프라이드 헤비급 파이터들일 거라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표도르 빼면 세상 사람 다 이길 것 같았던 크로캅이 미국 단체인 UFC로 옮겼다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선수에게 하이킥을 맞고 실신하면서 이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지. 그러면서 프라이드 파이터에 대한 검증론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60억분의 1의 사나이라던 표도르도 검증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어.

그래서 검증을 받았어?
결국 UFC는 가지 않았어. 표도르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회사가 대회 공동 주최와 공동 배분을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UFC는 격투 시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려는 회사거든. 그래서 UFC 측에서는 표도르를 영입하고 싶어 하면서도 툭하면 공개적으로 표도르는 UFC 톱 파이터들에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 하지만 표도르는 UFC에 가는 대신 자신의 능력을 미국 무대에서 확실하게 보여줬어.

어떻게?
비록 지금은 자금난으로 없어졌지만 UFC의 아성에 도전하는 어플릭션 밴드라는 이벤트가 있었어. 여기에 과거 UFC 챔피언이었던 팀 실비아나 안드레이 알롭스키 같은 UFC 톱 파이터들이 영입되어서 표도르와 경기를 펼쳤지. 결과? UFC 최강의 타격가이자 여간해선 KO로 지지 않던 팀 실비아는 34초 만에 실신 KO 당했고, 역시 탁월한 타격자이자 헤비급 최고의 스피드를 가지고 있던 알롭스키 역시 3분 14초 만에 실신 KO를 당했지. 크로캅이나 실바 같은 프라이드 일류 선수들이 UFC에서 빌빌 거리는 거랑은 전혀 다른 행보였지. 그렇기 때문에 UFC 입장에선 표도르를 탐낼 수밖에 없었지. 오기만 한다면 바로 챔피언 타이틀전을 붙여준다고 했을 정도니까.

어때? 네 생각에는 거기 가면 바로 챔피언을 땄을 거 같아?
말했잖아. 2년 전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그 2년 사이에 표도르는 확실히 예전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졌고, 그에 반해 UFC에는 체중이 120㎏에 육박하는 거구에 스피드와 힘, 맷집까지 좋은 신예들이 치고 올라왔어. 표도르에 이어 세계 2인자로 꼽히던 노게이라를 실신 KO시킨 케인 벨라스케즈나, 이미 노게이라를 이긴 경험이 있는 프랭크 미어를 완전히 박살낸 현 챔피언 브록 레스너나 셰인 카윈 같은 신세대 괴물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지금의 표도르가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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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다면 이번에 진 게 그렇게 큰 충격만은 아닌 거 아냐?
만약 UFC에 가서 앞서 말한 괴물들과 싸워 졌다면 모르겠지만, 이번에 싸운 상대는 이미 UFC에서 퇴출된 적이 있는 베우둠이란 선수거든. 물론 실력은 일류지만 표도르를 이길 정도의 상대는 아니라는 게 총평이었는데, 표도르가 좀 성급하게 누워있는 그를 때리려다 다리를 이용한 삼각조르기에 걸린 거지. 물론 네가 말한 것처럼 이미 표도르가 과거처럼 천하무적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 결과가 아주 의외만은 아닐 수 있어. 또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패배할 수 있는 게 이 바닥이고. 어쩌면 표도르가 졌다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그를 통해 품고 있던 천하무적에 대한 로망이 깨졌다는 게 더 큰 충격일지도 모르겠어.

네가 천하무적이 될 것도 아니고 무슨 천하무적에 대한 로망?
야, ‘천하무적 야구단’이 괜히 ‘천하무적 야구단’인 줄 알아? 남자들은 그런 절대적 강함에 대한 동경이 무척이나 커. 과거 복싱의 타이슨을 보며, 스타크래프트에서 전성기 최연성을 보며, 챔피언스리그의 FC 바르셀로나를 보며 ‘아, 쟤는 절대 지지 않겠구나’라는 믿음과 소망을 가진 것처럼.

그러다 지면?
그럼 그 때부턴 걔를 이긴 쪽이 다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무적이 되었으면 싶은 거지. 타이슨 이후의 레녹스 루이스, 최연성 이후의 마재윤에게 기대했던 것처럼. 그런데 이번 표도르의 패배는 이미 무적 이미지와는 한참 먼 상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위안 받을 수 없는 거야. 최소한 ‘아! 표도르의 시대가 갔구나!’라는 탄성 뒤엔 ‘아! 이제부턴 ㅇㅇㅇ의 시대구나!’라는 또 다른 탄성이 오길 바라는데 그 ㅇㅇㅇ의 자리에 들어갈 만한 이름이 아닌 거지. 쉽게 말해 너라면 우리나라를 4 대 1로 이겼던 아르헨티나가 일본에게 진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어?

아니, 절대로!
마찬가지야. 그래서 표도르의 패배 소식이 충격적인 한 편 씁쓸한 거고.

그렇구나. 그럼 넌 한국의 16강전 패배와 표도르 패배 중에 어떤 게 더 슬퍼?
당연히 기아 9연패지.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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