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세>의 정선희, 고은미, 전세홍, 이경실, 정시아, 간미연. (왼쪽부터)
MBC <무한도전>,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과 ‘1박 2일’ 등 요즘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모두 남성 위주의 구성이다. 명확한 이유를 꼽기는 어렵지만, 한국에서 여성 집단 버라이어티가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6월 30일 첫 방송되는 QTV <여자만세>는 황무지를 개척하려는 도전정신과 위험부담을 동시에 안고 출발한다. 그 실패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여자만세>는 일곱 명의 출연자, 101가지 미션, 강한 1인자 등 ‘남자의 자격’의 콘셉트를 빌려왔다. 지난 25일 <여자만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문혁 CP는 ‘남자의 자격’과 비슷한 성격을 인정하면서도 “철저하게 여성들의 시각으로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제작진이 강조한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각`이라는 것은 결국 미션 수행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첫 미션 ‘대한민국 평균 건강미를 가진 여성이 되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자궁 검사를 받게 된다. 첫 회가 단순히 출연자들의 건강 검진이 아니라 그동안 자신의 몸 관리에 소홀했던 여성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면, <여자만세>는 애초의 기획의도를 꽤 성공적으로 소화했다고 평가받을 것이다. 또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캐릭터가 필수 요소인데, 그런 면에서 맏언니 격인 이경실과 정선희의 기대처럼 예능 신인 고은미나 전세홍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여자만세>는 ‘남자의 자격’ 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성 집단 버라이어티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여자만세>를 기획하게 된 의도를 설명해준다면.
이문혁 CP
: 지금까지 한국에서 여성 버라이어티가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여자만세>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늙는 것이다. ‘더 늙기 전에 도전할 101가지 것들’을 통해서 여자들의 로망을 충족시키고 그 속에서 출연진들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 의도다. 여성 시청자들이 무언가에 치열하게 도전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경실이 없다면 <여자만세>도 없다”



이경실 “모든 후배들을 감싸 안아야 하는 위치”


정선희 “예전의 내가 되도록 과정을 견뎌줬으면”
사실 출연자들이 여성이라는 점만 빼면 KBS ‘남자의 자격’과 굉장히 흡사한 구성이다. 어떤 부분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또 어떤 차별성을 갖고 접근할 생각인가.
이문혁 CP
: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건 아니다. ‘더 늙기 전에 도전할 101가지 것들’이라는 부제도 ‘남자의 자격’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고, 출연자들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공통점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철저하게 여자들의 시각으로 만들면서 차별화를 꾀하려고 한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여자들이 해병대 체험을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역시 남자들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여자들의 시각이 깃든 프로그램을 만들까 굉장히 고민했고, 그 과정들이 프로그램 안에 녹아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선희 : 여자들의 섬세한 감성은 때론 남자들의 힘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일반 여자들이 생각할 때 ‘이런 얘기가 가능할까?’ 혹은 ‘내가 감히 저런 도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을 섬세한 코드로서 풀어내려고 한다.

<여자만세>의 중심은 아무래도 이경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이경실
: 그냥 섭외가 들어와서 했다. (웃음) 요즘 미션에 도전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우리 여자들이 만들면 색다르지 않을까 해서 출연하게 됐다. 누가 하냐에 따라 그림은 달라지는 것 아닌가.
이문혁 CP: 이경실 씨가 없었다면 <여자만세>도 없었을 거다. 이경실씨 출연이 확정되면서 다른 분들의 섭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출연자들 중에서 정선희가 가장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출연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이경실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텐데.
정선희
: 이경실 씨가 적극적으로 날 끌어올려 준 건 맞다. 그리고 <여자만세>의 ‘도전’이라는 콘셉트가 굉장히 중요한 선택 요인으로 다가왔고. 다들 알다시피 나는 아직까지 매일 매일이 전쟁이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싸우고 있는데, 그 속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나다운 방법으로 이 고난을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사랑한 게 방송인데, 만약 다른 일을 선택한다면 그건 도망가는 거라 생각했다. 도전이라는 목표 아래 매일 팀원들과 부딪히면서 내가 이렇게 살아왔다는 걸 포장 없이 보여주고 싶다.

정시아는 과거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를 통해 여성 버라이어티를 이미 경험했고 이번 <여자만세>도 비슷한 콘셉트인데, 계속 이런 성격의 버라이어티에 출연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정시아
: <무한걸스>와 겹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사실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단지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편하고 재밌게 할 수 있으니. 그리고 대중들도 내가 드라마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걸 더 사랑해주는 것 같다.

고은미, 전세홍, 간미연은 첫 리얼 버라이어티 도전이다. 첫 녹화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고은미
: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에 가끔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두통약을 먹었다. 하지만 <여자만세>는 첫 촬영 후 너무 느낌이 좋다. 사람들과 금방 못 친해지는 타입인데, 이번 팀과는 첫 촬영 때부터 친해졌다. 내 모습이 너무 웃긴 쪽으로 부각될까 걱정도 되지만, 드라마와 다르게 나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청자들보다 내가 더 기대된다.
이경실 : 고은미 씨를 보면 연륜이 느껴진다. 말은 짧은데 카리스마가 있다. 첫 녹화 때 신영이가 고은미 씨한테 나이를 물어보니까, 신영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인사도 하기 전에 (나이를 물어?)”라고 말하더라. 그 때부터 신영이 기가 팍 죽었다. (웃음)
정선희 : 정말 의외의 인물이다. 버라이어티의 보물창고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전세홍 : 나는 그동안 검색어에 오르내리면서 이름은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 첫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데, 드레스 입은 이미지에서 탈피해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이경실 : 전세홍 씨는 우리 멤버들 중에 가장 생소했던 친구다. 얼굴을 보고도 누군지 몰랐다. 무슨 영화에서 믹서기에 갈려서 죽었다는데, 내가 그 영화를 안 봤는데 그걸 어떻게 아나. (웃음) 마니아들은 많이 알고 있는 친구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적극적인 멤버가 될 것 같다. 어떻게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를 알려야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지 않겠나.
간미연 : 첫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데, 정말 대본이 없는 줄은 몰랐다. 많은 분들이 나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1%도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촬영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멤버들과 벌써 정이 들었다.

“마치 첫 데이트를 하는 것 같은 느낌”



정시아 “리얼 버라이어티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간미연 “강동원과 하루 데이트를 해보고 싶다”
첫 녹화 때, 각자 해보고 싶은 미션 다섯 가지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경실
: 처음에는 다섯 가지로 부족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두 개 정도 쓰고 나니 막히더라. 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게 없었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참 많은데 (방송 때문에) 골라내느라 다섯 개를 못 채운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솔직하게 다 쓰면 그 뒤에 수습해야 될 얘기가 많을 테니까. (웃음)
정선희 : 방송에서는 무용, 크루즈 여행처럼 캐주얼하게 써냈는데, 솔직히 얘기하면 원 없이 많은 얘기를 하고 싶다. 한 4시간 동안 하고 싶은 얘기를 털어놓고는 미련 없이 1년 동안 저 멀리 가서 쉬고. (웃음) 하지만 일단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기로 결심한 이상 여러 가지에 도전을 하고 싶다.
이문혁 CP : 미션은 출연자들과 일반인 인터뷰를 통해 받은 것들로 구성된다. 첫 회에서는 출연자들의 평균 나이가 33세라 대한민국 33세 여성들의 평균 체력과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산부인과에 가서 자궁나이도 검사하고, 요가나 달리기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통해 체력도 길러보고. 다음 미션들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더 늙기 전에 첫사랑을 만나본다든지 연예인 외에 해보고 싶었던 직업을 체험한다든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정선희의 바람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슨 말을 가장 하고 싶나.
정선희
: 아이고, 참, 그렇네요. (웃음) 악플을 다는 분들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정말 괴물이다. 처음에는 이겨내려고 (악플들을) 보고 또 보고 그랬는데, 이건 한 사람이 죽더라도 끝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그 쪽으로 몰입하지 않으려 노력중이고, 딱히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다. 대중들에게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예전처럼 밥 비벼먹으면서 수다 떨었던 정선희로 돌아갈 때까지 그냥 이 (극복) 과정을 좀 견뎌줬으면 한다.

정시아는 분가해서 남편 백도빈과 둘이 살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썼는데, 평소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었나. (웃음)
정시아
: 그게, 절대 오해를 하시면 안 된다. 결혼하자마자 시부모님이랑 살고, 또 얼마 안가서 아기를 낳다 보니까 둘만의 신혼생활이 없어서 두 달 정도, 정말 딱 두 달만 신랑과 아기자기하게 살고 싶었던 것뿐이다. 진짜 저희 아버님이 오해하시면 안 되는데. 아버님이 정말 잘해 주신다. 아기도 되게 많이 봐주시고, 내가 끓인 라면도 잘 드시고 옷도 잘 사 주시고. 저 정말 행복해요! (웃음)
일동 : 하하하하

만약 남자 연예인을 한 명 초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굴 초대하고 싶나.
정선희
: 난 입장이 애매해서, 한 판 쉬겠다. (웃음)
간미연 : 사실 희망사항에 썼던 건데, 난 강동원과 하루 동안 데이트를 해보고 싶다.
정선희 : 이제 간미연은 겁나는 게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신영이는 조인성 군대 면회 가서 1박 2일로 외출시키고 싶다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웃음)
이경실 : 의외로 조인성이 원할 수도 있어.
전세홍 : 나는 2PM이 한 번 와서 누나들을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
정선희 : 예전에 KBS ‘여걸식스’에서 강수정 씨가 예능을 잘 모르니까 남자 게스트를 예능 반 진심 반으로 대하더라. 지금 이분들도 예능이 처음인지라 소개팅 하듯이 설레는 것 같은데,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일이다. (웃음)



전세홍 “드레스 이미지에서 탈피해 솔직하게”


고은미 “예전 예능 출연때는 두통약을 늘 먹었다”
이경실과 정선희는 동생들과 녹화해보니 어떤가. 아무래도 처음 대면한 멤버들이 대부분일 텐데.
이경실
: 언제부터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늘 맏언니 자리에 앉게 된다. 첫 인상을 판단하기보다는 모든 후배들을 감싸 안아야 하는 위치인 것 같다. 요즘 친구들은 예능이 전쟁이라는 걸 알고 나오기 때문에 다들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간미연은 약간의 백치미가 있고, 야리야리한 겉모습에 비해 정말 잘 먹는다. 그리고 정시아 같은 경우는 일단 모든 질문에 ‘제가요??’ 이러면서 깜짝깜짝 놀란다. 눈도 이만큼 커지고.
정선희 : 신영이 같은 경우는 우리 프로그램에서 남자를 담당하고 있다. (웃음) 강철 체력, 아바타에서 풍기는 믿음직스러운 느낌으로 팀 내에서 굵은 심지로 활약할 거다. 이런 식으로 지금은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발견하는 시기인 것 같다. 마치 첫 데이트 같은 느낌인데, 재미가 쏠쏠하다. 여자들끼리 부질없는 사랑을 나누고 있다. (웃음)
이경실 : 녹화를 하면서 서로 별명도 지어줬다. 전세홍은 월세홍-전세홍, 간미연은 지방간, 정시아는 결혼 4개월 만에 애를 낳았기 때문에 사삭둥이. 고은미는 용띠라서 고용인데,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용띠가 맞다. (웃음) 그리고 나는 내 이름을 거꾸로 해서 실경이로 지어주더라. 참 성의 없지 않나.

프로그램 성공을 위해서라도 방금 정선희가 말했듯 서로 친해지는 게 우선인데, 친목도모를 위해 회식이라도 한 번 했나.
이경실
: 첫 녹화가 끝나고, 전세홍, 간미연, 정시아 같은 어린 친구들을 제외하고 우선 3~40대 멤버들만 1, 2차에 걸쳐 음주를 했다. 식당과 호프집에서 간단히 맥주와 소주로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가자는 각오를 다졌다. 이런 식으로 사랑을 나누는 거지. (웃음) 이제 어린 멤버들도 회식 자리에 하나둘씩 합류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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