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덕에 눈 보신 확실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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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그렇게 메시라는 선수는 그렇게 잘하는 거야? 축구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완전 움직이는 게 다르던데?
응. 메시가 현존하는 최고의 공격수라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심지어 기량이 해가 갈수록 더 발전하고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고.

그런데 사실 더 놀라운 건 메시가 1987년생이라는 거야.
하아… 그게 참 아쉬운 일이지. 사실 나는 메시가 왠지 정 가는 얼굴에 나와 비슷한 키 때문에 정말 좋거든? 그런데 아무래도 꽃미남의 범주에는 들지 않는 건 사실이니까. 만약 메시가 조금만 더 동안이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릴 거라는데 내 왼발 엄지발톱을 걸겠어.

아, 그럼 메시가 돈을 제일 잘 버는 선수인 건 아니야?
아니지. 연봉으로만 따져도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가 1130만 파운드로 1위야. 메시는 자신의 팀 동료인 즐라탄에 이어 910만 파운드로 3위를 기록하고 있어. 물론 스타플레이어들은 이런 기본 급여 외에도 스폰서의 광고 수익과 성적에 대한 옵션 수당이 있기 때문에 연봉 순위만으로 상업적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어.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광고 수익을 더했을 때 호날두와 메시의 순위는 더 벌어진다는 거지.

그럼 그 모든 걸 더해도 1위가 호날두인 거야?
아니. 1위는 너도 아는 데이비드 베컴이야. 사실 지금 전성기가 많이 지났지만 그의 상업적 가치를 따라 잡을 선수는 아직 많이 보이지 않는 거 같아. 그나마 현역 최강의 공격수인 호날두가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근육질 몸매로 베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수준이지.

역시 중요한 건 얼굴이구나?
사실 얼굴만으로 스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잘하는데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하면 몸값이 훨씬 많이 뛸 수 있겠지. 베컴과 호날두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나는 솔직히 호날두는 좀 느끼하게 생겨서 별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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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폭’은 됐고, 그럼 그렇게 축구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긴 선수는 누구누구가 있는 거야? 난 우리나라 대표팀의 기성용이 그렇게 훈훈하게 생겼던데 축구도 잘해?
대표팀이 되려면 당연히 잘해야지. 그리고 본선 첫 경기를 하기 전부터 양박쌍용이라고 해서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등과 함께 해외파 4인방으로 주목을 받았잖아. 지난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나온 이정수의 첫 골을 만든 것도 기성용의 정확한 프리킥이었지. 중앙 미드필더로서 수비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탁월한 공격력 때문에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야.

그렇구나. 정말 안정환 이후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축구팀을 보며 훈훈해질 순간이 있을까 싶었는데.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지만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나라들에는 주목할 만한 훈남들이 잔뜩 있어. 앞서 말한 호날두도 있고, 잘생긴 걸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브라질의 카카와 파라과이의 꽃미남 산타크루즈도 이번 월드컵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선수들이지. 카카는 이번 브라질과 코트디부아르의 경기에서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고, 산타크루즈는 비록 부상 때문에 실력을 백퍼센트 다 발휘하지 못해왔지만 탁월한 공격 재능을 인정받는 선수야.

와, 진짜 둘 다 꽃미남인데? 미혼이야?
아쉽게도 카카와 산타크루즈 모두 결혼했어.

그럼 패스.
왜. 유부남은 아예 싫은 거야?

그건 아니지만 얼굴은 아직 청초한 남자들이 유부남이라니 좀 그러네.
그래?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억울하게 퇴장을 당하고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가는 카카를 보면 ‘우쭈쭈쭈’ 해주고 싶을 걸?

헉! 당장 치우지 못해? 유부남 주제에 모성애를 자극하면 어쩌라는 거야! 차라리 따뜻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는 남자라면 그냥 마음 편히 보겠지만.
오, 그거라면 내가 좋아하는 리버풀의 캡틴이자 이번 잉글랜드 대표팀의 캡틴인 ‘딸바보’ 제라드가 있지. 여자들은 은근 ‘딸바보’에게 약하더라? 조니 뎁도 그렇고 김C도 그렇고. 어때, 딸을 보며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호감 가지 않아? 평소엔 좀 퉁명스러운 표정인데 딸만 있으면 아주 좋아 죽는다니까?
월드컵 덕에 눈 보신 확실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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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악. 아니, 내 입에서 무슨 소리가. 하지만 어딘가 좀 까칠해 보여. 왠지 내 딸에게만 따뜻한 영국 남자 같아.
까칠하기야 하지. 클럽에서 다른 손님이랑 시비 붙어서 폭행 사건을 일으킨 적도 있으니까. 하지만 캡틴으로서 워낙 자기 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선수로서의 투지도 뛰어나서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내가 개인적으로 메시나 호날두보다 좋아하는 공격수인 토레스는 특히 제라드에 대해 호평을 아끼지 않아. 자, 얼마나 다정해 보여.

뭐, 뭐야. 이 말도 안 되는 훈훈한 투샷은? 그리고 이 금발의 미소년은 대체 어디서 나온 ‘귀요미’야?
하하하.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토레신’ 페르난도 토레스 님이시다. 스페인어로 엘니뇨, 그러니까 소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나이는 메시보다 3살 많은 1984년생이야. 그런데도 순한 눈빛 때문에 많이 앳되어 보이지? 실제로도 선하기로 유명해. 그가 비행기에 만난 리버풀 팬인 아버지와 아들에게 사진 찍어준다는 약속을 하고선, 그들을 위해 스페인 국가대표 버스를 세워놓고 15분을 기다린 일화는 팬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지.

정말 이번 월드컵은 취향대로 골라서 볼 수 있는 남자 사람 계의 베스킨라빈스구나.
바로 그거지. 토레스를 비롯해 강인한 인상의 비야와 미드 의 사일러를 닮은 파브레가스 등을 보고 싶으면 스페인 경기를 보면 되고, 좀 시크한 타입의 남자들을 보고 싶으면 제라드와 ‘람반장’ 램퍼드가 있는 잉글랜드 경기를, 얼굴 필요 없고 몸짱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축구 유니폼을 쫄티로 만들어버리는 코트디부아르의 경기를 보면 돼. 꼭 선수만 보라는 법도 없어. 혹 미중년을 보고 싶다면 독일 대표팀의 뢰브 감독이 준비되어 있지. 어때, 이 팀들은 좀 안 떨어지고 16강, 8강 올라갔으면 좋겠지?

그럼 좋긴 하겠는데 이 경기들이랑 선수들을 본다고 그들이 내 옆에 있어주는 건 아니잖아. 대체 어떤 걸 봐야 외롭지 않을까?
앞을 봐야지.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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