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대세다 VS 이과인은 이과인이 아니다
대세가 대세다 VS 이과인은 이과인이 아니다
대세가 대세다
대세가 대세다. 재일교포 3세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북한 축구 국가대표 정대세가 대세다.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죽음의 조’로 불리는 G조에서 극단적인 11백 조선식 가데나치오(빗장수비)와 예리한 역습의 선봉을 책임지는 정대세가 대세다. 브라질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앞서 북한 국가를 따라 부른 대세는 “조국 통일이 앞당겨지는 느낌에 가슴이 북받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부모가 경남 마산 출생으로 대한민국 국적자인 재일교포 정대세는 일본에서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면서 남한보다 북한을 조국이라고 느껴 북한 대표팀을 택했다. 북한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2차 대전 시절 일본으로 건너왔고 대세는 “나의 정체성은 북한에 있다”며 정신과 정체성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랬던 대세는 오늘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유니폼 안에 입는 셔츠에 조국통일이라는 말을 쓰거나 조선 반도가 그려진 옷을 입고 유니폼을 벗어 보이겠다고 말했다. 탄탄한 체격 조건에 저돌적인 돌파와 벼락슈팅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인민루니’ 정대세가 포르투갈의 골망을 가른 뒤, 조국통일 티셔츠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과인은 이과인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과인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누는 문과(文科)와 이과(理科)의 이과인(理科人)이 아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린 곤살로 이과인(Gonzalo Higuain)을 말한다. 프랑스 무대에서 활약하던 축구선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이과인은 북한의 정대세처럼 아르헨티나와 프랑스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2006년 11월 그리스와 평가전에 맞춰 이과인에게 트레제게가 입던 26번의 유니폼을 부여했지만 이과인은 자신의 조국인 아르헨티나를 택했다. 19살 나이에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해 최근 세 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넣은 핵심 공격수로 지난 시즌에는 리그 27골로 FC 바르셀로나의 메시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랐다. 이런 ‘득점기계’ 이과인을 몰라보고 속수무책으로 당한 뒤, 디시인사이드 수학 갤러리엔 때 아닌 네티즌들이 난입했다. ‘우리나라 이과인들은 아르헨 이과인이 세골 넣을 동안 뭐했나?’, ‘여기가 이과인이 많다는 수학갤인가요?’, ‘근데요 거기에서 골의 각도와 방향성을 고려해서 벡터로 해석해주세여’라는 글들을 올리며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나로호 2차 발사 실패로 가뜩이나 침체돼 있던 이과인들은 ‘정부는 뭐하냐. 이과인 무시하니까 지잖냐’라며 정부의 과학기술등한시 정책에 대해 성토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이중국적과 프랑스 대표팀 러브콜을 받았다는 이유로 선발을 꺼린 마라도나 감독이 지역 예선 막판에야 마지못해 불렀던 이과인. 그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이과인이지 이과인(理科人)이 아니다.

글. 원성윤 twel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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