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악을 들었나.
탑 : 를 찍으면서 반년동안 클래식만 들었다. 라벨르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나인인치네일즈를 듣고. 왔다갔다 한다. (웃음)

라벨르는 굉장히 우아해서 보통 여성들이 더 좋아하는 음악인데.
탑 : 내게는 굉장히 여성적인 부분도 있으니까. 목소리에 어울리게 남성적인 가사도 쓰지만 여성들의 감성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이 랩이나 연기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나가는 것 같다”
탑│“탑은 최승현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가상 인물” -2
탑│“탑은 최승현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가상 인물” -2
랩과 연기를 할 때 어떤 차이가 있나.
탑 : 빅뱅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탑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연기를 할 때는 스물넷의 최승현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둘 다 나고,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같다. 하지만 탑은 머릿속에서 그리던, 디자인하던 가상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다. 반면에 지금 인터뷰를 하는 건 내 자신의 모습이고, 연기에도 지금의 내 모습이 많이 반영된다.

그러고 보면 무대 위에서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특히 거미나 엄정화 같은 여가수들의 무대에 피처링을 할 때 그랬다.
탑 : 나는 래퍼이고, 래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랩이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그리는 어떤 모습이나 표정들로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미안해요’를 할 때는 상처받은 소년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섰고, ‘D.I.S.C.O.’는 영화 에서 주드 로가 연기한 로봇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가상의 존재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만큼 당신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랩을 다르게 하는 것 같다. 일본 곡과 한국 곡에서도 곡 스타일이 달라지는 만큼 목소리도 많이 다르게 하더라. 특히 요즘 일본에서 발표한 ‘Tell me goodbye’가 인상적이었다. 그 노래는 일본의 스타일에 맞게 랩이 좀 더 멜로디컬 해졌고, 뮤직비디오에서는 울면서 랩을 한다. 원래의 당신에 연기자 탑과 일본 활동을 하는 탑이 더해진 것 같았다.
탑 : 원래는 그 부분에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랩을 립싱크하면 됐다. 그런데 그 때가 촬영이 끝난 지 1주일이 채 안됐던 때라 오장범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어떤 캐릭터인지도 모르고, 그냥 울었던 것 같다. 그래서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너 왜 우냐”고 했다. (웃음)

연기는 음악에, 음악은 다시 연기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탑 : 그런 것 같다. 스물네 살인 내가 연기를 배우고, 나만의 색깔을 발전시키려고 발버둥치고, 시간을 헛되이 쓰려고 하지 않으면서 래퍼인 나와 연기자인 나의 모습을 서로 접목시키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 대신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나가는 것 같다.

“진실 되게 쓴 랩이라는 게 느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탑│“탑은 최승현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가상 인물” -2
탑│“탑은 최승현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가상 인물” -2
탑│“탑은 최승현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가상 인물” -2
탑│“탑은 최승현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가상 인물” -2
그만큼 당신의 랩에는 그 시점의 당신의 생각이 투영되지 않나? 김현중과 함께한 MBC 공연에서도 ‘주어진 숙제는 시간이라는 과제, 아주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안 돼 자만해, 새빨간 젊음은 그 무엇보다 용감해, 창안은 꽃 혁신은 잡초’라는 가사는 당신 자신의 이야기 같았다.
탑 : 래퍼니까 연기도 어떤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래퍼로서, 또는 배우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를 할 때나 ‘창안은 꽃, 혁신은 잡초’라는 가사를 쓸 때도 그렇다. 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상황이 그런 게 아니라 혼자 복잡하게 생각이 많았다. 방황도 했었고. 의 오장범을 보면서 그런 10대 시절이 떠올랐다. 그래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랩을 쓸 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게 된다. OST의 ‘할렐루야’같은 곡은 드라마 속 이야기를 반영하는 노래인데도 군인의 심정을 빗대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고, 모든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면의 독백 같은 가사를 쓴 게 인상적이었다.
탑 : 사실 는 혼자 부르는 테마곡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게 또 너무 가서 (웃음) 사장님이 조금만 더 쉽게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 풀어서 쓴 게 ‘할렐루야’였다.

가사를 보면 늘 고민은 계속되지만, 자신의 현재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다.
탑 : 자신에게 항상 물음표를 던진다. 난 10대 시절에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 같다. 책상에 앉아서 가사 쓰는 시간이 많았고. 그래서 지금도 랩을 쓸 때 어떤 사건에 대해 스토리텔러가 돼서 듣는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주고, 그 상황에 몰입시키려는 랩은 싫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어떻고 내 사랑은 어디로 가고 있다 이런 거. (웃음) 그것 보다는 듣는 사람이 공감하되, 어느 정도의 생략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쓰는 게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 되게 쓴 랩이라는 게 느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만큼 자신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당신의 할아버지는 당신에게 명상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기도 했었던 걸로 알고. 요즘처럼 바쁠 때는 명상의 시간이 있나.
탑 : 요즘에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내 자신이 없어진 기분도 든다. 가 끝나고 나서 아직 오장범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연기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연기를 하면서 나를 던졌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나를 주워 담지 못한 것 같다. 원래 작품이 끝나고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은 없지만 음악을 하면서 다시 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 같다.

“가끔 나만의 세계와 대중과의 소통이 부딪친다는 생각도 든다”
탑│“탑은 최승현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가상 인물” -2
탑│“탑은 최승현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가상 인물” -2
음악을 만들면서 자기 자신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고 싶은가.
탑 : 11살부터 가사를 쓰고 힙합을 좋아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힙합을 좋아해왔기 때문에 지겹기도 하다. (웃음) 그만큼 많이 들어왔으니까. 그래서 평범한 힙합음악을 하는 건 양심의 문제 같아서 (웃음) 최대한 신선한 음악, 퓨전의 요소가 많은 음악들을 하려고 한다.

바쁘고 꽉 짜인 스케줄로 활동하지만, 음악은 반대로 사색적인 분위기로 나올 것 같다.
탑 : 그래서 정말 난해한 음악이 나올 것 같다. 사장님이 어느 날 문자로 내가 만든 음악이 너무 (대중의 취향보다) 빠르다고 하더라. (웃음) 그게 걱정이다. 이런 쪽에서 일하는 사람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다른 세계로 빠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나만의 세계와 다른 사람과 소통 가능한 부분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음악은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하는 거니까 나만의 세계에만 빠지면 안된다. 가끔 나만의 세계와 대중과의 소통이 부딪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솔로 앨범은 어떤 방향으로 나오나.
탑 : 좀 더 시야를 넓게 보고, 한 곡 한 곡이 다른 앨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중하고도 소통할 수 있고, 유니크한 가사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앨범에 애착을 가지면 가질수록 점점 책임감이 커지는 것 같다. 사장님이 그러더라. 넌 대중성이 없어도 된다. 네가 하면 대중적이니까. 그게 좋은 뜻도 나쁜 뜻도 아닌 것 같은데 (웃음) 그렇다면 하고 싶은 걸 하고, 내고 싶을 때 내도 되지 않을까? (웃음)

마지막 질문. 만약에 지금 당신에 대해 랩을 쓴다면 어떤 가사를 쓸까.
탑 : 굉장히 달콤한 멜로디에 달콤한 가사. (웃음) 지금 내 자신을 찾아가는데 그런 가사가 도움이 될 것 같다.

글. 강명석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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