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류│My name is...
김석류│My name is...
My name is 김석류. 겉보다 속이 예쁜 사람이 되라며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다. 한자로 클 석(碩)에 석류 류(榴). 말 그대로 석류라는 뜻이다.
태어난 날은 1983년 8월 25일.
실내환경디자인을 전공했다. 한양대학교 라이온TV 아나운서, 동문회보 기자, 과 대표 등을 하며 부지런히 학교생활을 했다. 사람들이 “너는 학생회장이 꿈이냐”고 할 정도로. 그리고 2005년에는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 와세다 대학으로 1년간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도시락을 싸다니고 잠도 안 자고 공부할 정도로 열정은 컸지만,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미련 없이 진로를 바꿨다.
2007년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MC를 맡았고, 국내 프로야구, 축구, 농구, 배구, 테니스, 정구, 씨름 등 경기장에서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 I Love baseball >을 진행하면서부터는 야구만 전문으로 맡게 돼 다른 종목의 팬들이 나를 배신자라고 놀린다. (웃음)
KBS 에 나가면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제의가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원래부터 예능 욕심은 없었다. 최근에는 KBS 라디오 , 에 출연하는 정도로 방송은 제한하고 있다.
화수목금토일, 오후 3시에 출근해 새벽 1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월요일에 쉬는 날이지만 그마저도 광고촬영 등으로 쉬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이제 현장 인터뷰는 후배들이 해서 나는 경기장 대신 스튜디오에서 카메라하고 이야기하는 신세가 됐다. (웃음) 올 시즌 들어서는 경기장에서 야구를 본 적이 없다. 경기장 냄새 맡으려 방송 전에 야구장을 들렸다 회사로 출근하기도 한다.
차를 가지고 있다. 새벽에 퇴근할 때 강변북로를 타고 집에 돌아간다. 겁이 많아서, 속도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차의 창문을 열어놓고, 바람을 쐬면서 노래를 듣는 게 요즘의 낙이다.
일본애니메이션 O.S.T를 다시 듣고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을 좋아하는데, 은 볼 때 마다 감동을 느끼는 포인트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센이랑 하쿠랑 사랑하는 장면을 좋아했다. 최근에 다시 봤을 때는 철부지였던 센이 어려운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다 어느 순간 아이가 돼 냇가에 앉아 엉엉 우는 장면이 가슴에 와 닿아서 같이 울었다. 4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게 꼭 내 모습 같았다.
일본 드라마 를 보고 있다. 우에노 주리와 동방신기 영웅재중이 주연이다.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말을 못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웅재중 군이 연기도 잘하고, 일본어도 잘한다. 아직 방영 중이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명품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한테 어울리는 예쁜 옷을 찾는 기쁨을 누리는 편이다. 그런 걸 발견하면 색깔별로 모으는 편이다. 사람들이 ‘어디서 샀냐’고 물어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 (웃음) 주로 동대문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찾는다.
들깨수제비를 좋아한다. 가로수길 한 커피숍에서 파는데, 너무 맛있어서 혼자서 먹으러 갈 때도 있다. 약간 별종이다.
기분이 우울할 때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는다. 꿀을 발라서 먹는 피자다. 한 판이 나오면 그걸 혼자 다 먹는다. 다크 초콜릿이 듬뿍 담긴 초콜릿 케이크도 좋아한다. 나도 모르게 이걸 사고 있으면 ‘우울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주량은 약하다. 술을 마시고 싶다는 사람을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술은 일을 하다 보니까 마시는데, 요새는 현장에 나갈 일이 없어서 술 마실 일도 없다.
소개팅을 하면 직업병처럼 상대방을 인터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한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사람 심리를 파악하려 들다 보니, 계속 질문을 하고 있다. 나도 벽을 만드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소개팅 나가서 성공확률이 거의 없다.
야구선수랑 결혼은 해도, 연애는 안 할 거다. 1년 전만 해도 야구선수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다만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 결혼을 전제로 만난다면 모를까 야구선수와 연애를 위한 연애는 하지 않을 거다.
SK 와이번스의 일본인 투수 카도쿠라 선수와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본에서 잘 나가다 메이저리그에서 꿈을 이루겠다고 갔다가 방출당해 한국으로 왔다. 당시 평균자책점이 5점대에 달해 팬들의 비난 여론이 높았다. 그때 카도쿠라 선수가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장한 모습을 보였다. 마음속으로 선전을 빌었는데, 이번 시즌 들어 4월 MVP에 뽑힐 정도로 너무나 잘하고 있다. 은퇴를 해도 될 정도의 나이였지만, 한국까지 와서 어려움을 이겨낸 그를 보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내 모습을 돌아보기도 한다.
남자로 태어나면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 타자가 홈런 쳤을 때 몇 만 관중 함성 속에서 베이스를 도는 기분은 얼마나 짜릿할까. 9회말, 삼진을 잡고 파이팅 외치는 투수를 향해 열렬히 환호하는 관중들을 생각해봐라. 얼마나 멋있는 인생인가.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다. 화려한 이면에 가려진 어둠도 크지만, 그런 짜릿함을 맛보고 싶다.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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