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ON] f(x)│인터뷰 비하인드, C의 기록
[스타ON] f(x)│인터뷰 비하인드, C의 기록
흐린 날씨, 이른 아침이었다. 빨간 속눈썹과 눈가의 푸른 펄, 뺨 위의 흰 선까지 완벽하게 메이크업을 마친 채 일찌감치 스튜디오에 도착한 f(x)를 보는 순간 그래서 살짝 긴장이 됐다. 학교건 회사건 모르는 척, 어두운 방에서 이불이나 뒤집어쓰고 늦잠 자기에 딱 좋은 이런 날 새벽부터 일어나 인터뷰를 준비했을 다섯 멤버들의 컨디션이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쁜 여자들 앞에서는 한없이 소심하고 낮아지는 천성 탓도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어제 몇 시에 잤어요?”라는 아침인사 겸 질문에 “두 시요!”, “저는 세 시!”, “아마 네 시쯤?” 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씩씩한 태도에 걱정은 곧 기우였음이 증명되었다. 스케줄이 끝난 뒤 연습도 하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했다는 설명과 함께 엠버가 특유의 씨익-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힘들지 않아요. 익숙해 졌어요” 지난 번 와의 인터뷰를 기억하며 먼저 다가와 “아침 식사 하셨어요?”라고 묻던 루나는 자신들을 위해 준비된 간식을 건네며 “이거 같이 드세요!”하고 사람들을 챙긴다. 모카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들고 포장을 유심히 읽으며 정체를 알아내려 애쓰던 엠버와 달리 일찌감치 다른 맛을 택해 마시던 설리는 “맛있어?”하며 서로의 커피 맛을 궁금해 하다 자연스럽게 바꿔 마셔보기도 한다.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유독 말수가 적었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커다란 사탕을 입에 문 것 같은 발음으로 웃음 반, 표정 연기 반을 더해 의사를 전달하는 맏언니 빅토리아를 포함해 f(x)와의 인터뷰는 무대 위에서 그들의 모습만큼이나 생기가 넘쳤다. “제가 좀, 확실한 기분파에요” 라고 털어놓은 설리는 ‘거대 복숭아’라는 별명답게 뽀얀 얼굴에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향한 질문마다 “앗 하하하하하~!” 하는 호탕한 웃음을 들려주었고 ‘루청객’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방송에서의 리액션이 좋기로 소문난 루나는 적극적인 대답 사이 엠버의 틀린 한국어를 바로 고쳐 알려줄 만큼 멤버들의 이야기에도 집중한다. “언니 팬들은 든든하고 오빠 팬들은 뿌듯하다”는 설리의 절묘한 표현에 “뿌듯한 게 뭐야?”라고 궁금해 하던 엠버는 KBS 에서 한국어 퀴즈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가 나오자 빅토리아와 장난스럽게 하이파이브를 하지만 사실 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날은 며칠 전 일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엠버의 아버지가 모처럼 딸의 스케줄을 따라 함께 스튜디오를 찾은 날이기도 했다. 바쁜 일정 탓에 그동안 많은 대화를 하지 못했음에도 아버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 들떠 보이던 엠버는 촬영 소품으로 풍선이 등장하자 공 같은 것만 보면 차고 싶은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축구공이나 펀치볼처럼 풍선을 다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스타ON] f(x)│인터뷰 비하인드, C의 기록
[스타ON] f(x)│인터뷰 비하인드, C의 기록
도도한 미소녀의 정석 같은 외모의 크리스탈은 말수가 그리 많지 않은 대신 의외의 순간 입을 열고 재치 있게 대답을 받아치거나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KBS 에서 놀라운 운동 능력을 보여주었던 ‘체육소녀’인지라 사진 촬영 도중 “살짝 뛰어 보라”는 포토그래퍼의 주문에 1미터 가량을 펄쩍 뛰어올라 점프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비롯해 맨바닥에 털썩 앉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성격은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 뒤에 숨어 있을 다양한 매력을 짐작하게 한다. 자신들의 노래가 스튜디오에 흘러나오자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몸에 밴 안무들을 연습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던 설리가 ‘NU ABO’의 클라이맥스인 “예에~ 아!”에 한껏 가성을 섞어 괴성에 가까운 창법을 선보이자 해당 파트의 주인공인 루나는 “야, 내가 언제 그렇게 불렀어! 이거 안 되겠네~”하고 웃으며 항의하지만 “솔직히 좀 비슷한 것 같아”라는 주위의 반응마저 막을 수는 없다. 자신이 마시다 내려놓은 커피가 무엇이었는지 헷갈려하는 엠버에게 “그냥 아무 거나 먹으면 되지!” 하는 설리와 “둘 중에 무거운 게 언니 거야”라고 알려 주는 루나, 그리고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양 손에 커피를 들고 무게를 재보는 엠버 등 짤막한 상황을 둘러싼 대처법도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f(x)는 그들의 비주얼 콘셉트만큼이나 총천연색의 그룹이다. 국적도 외모도 성격도 스타일도 전혀 비슷하지 않은 다섯 명이 모여 어떤 걸 그룹과도 다른 색깔을 만들어낸다. 소녀도, 혹은 소년도 이들을 묶어 표현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단어다. 여성성을 강조하지도 않고, 미성숙함으로 어필하려 하지도 않는다. 무대에서 f(x)는 알듯알듯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무대 밖에서는 운동을 좋아하는 여고생들의 점심시간처럼 활발하게 뛰어논다. 이렇게 한 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f(x)의 에너지에 빠져든 누니(누나이고 싶은 언니 팬)와 언빠(언니를 오빠라고 부르고 싶은 어린 팬)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정말, 새로운 타입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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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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