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건 뭐야?” f(x)의 신곡 ‘NU ABO’를 들은 많은 어른들이 그랬다. 가사 중에 ‘꿍디꿍디’ 같은 이상한 단어가 나오고, 멜로디는 마치 안티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드라마처럼 갈수록 나른해지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았던 ‘Chu~♡’와 ‘라차타’로 이미 걸그룹의 세계 안에서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미지수의 역할을 자처했던 그들은 ‘NU ABO’를 지나며 실험적인 아이돌 걸그룹이라는 모순에 가까운 위치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멤버들이 주축인 이 그룹은 팬들로부터 ‘아방가르드’나 ‘프로그레시브’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표현을 들을수록 오히려 성장했다. ‘NU ABO’는 앞의 두 곡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음원 차트 1위를 했고, 멤버들은 그들만의 첫 번째 리얼리티 쇼와 아이돌 가수들의 최대의 잔치인 드림콘서트를 지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2년 사이에 25cm가 컸다는 설리의 키처럼 쭉쭉 크고, ‘NU ABO’처럼 사람들을 묘하게 끌어당기기 시작한 f(x)와 만났다.

‘NU ABO’가 나오자마자 음원차트 실시간 1위도 했는데, 인기가 좀 느껴지나요?
설리: 실시간 차트 1위는 처음이라 너무 놀랐어요.
루나: 1위도 기쁘지만 많은 분들이 정말 독특한데 따라 부를 수 있는 중독성 강한 노래라고 하시는 게 기뻐요. 주위에서 ‘나나나나’ 이러시더라구요. (웃음)

“멤버들이 춤 욕심이 많다”
f(x)│“난해한 가사, 퍼포먼스로 이해시키고 싶다” -1
f(x)│“난해한 가사, 퍼포먼스로 이해시키고 싶다” -1
곡 처음 받았을 때는 어땠어요? 타이틀곡으로는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엠버: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사랑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루나: 저희도 처음 들었을 때는 이해를 잘 못했어요. 외국인 언니들은 더 이해 못하고. (웃음)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면 풀어볼까 하고 연구했었는데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스토리를 만든 거예요. 저희가 “언니이-”하고 부르잖아요. 이 부분에서 저희가 빅토리아 언니한테 사랑을 물어보는 거예요. 저희가 사랑에 대해 물어보면 언니가 “얘들아 사랑은 이런 거란다”라고 알려주는 거죠.

가사를 이해하기 보다는 듣고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였던 거 같아요.
루나: 맞아요. 그리고 가사도 연구를 많이 했죠. 멤버들 개성에 따라 그런 퍼포먼스를 많이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가사가 난해할 수도 있으니까 퍼포먼스로 이해시켜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설리와 크리스탈은 같이 노는군요. (웃음)
크리스탈: 곡을 주신 분들이 저희에 맞춰서 파트를 굉장히 잘 주신 것 같아요. 빅토리아 언니가 제일 언닌데 ‘나 어떡해요 언니?’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웃음) 제가 막내니까 그런 가사가 딱 맞았던 것 같아요.

라이브를 하기 어렵지 않아요? 노래도 노래지만 안무도 계속 대형도 바뀌고 그 사이에 정지동작이 들어가서. 한번 추면 진짜 힘들 거 같아요.
루나: 정말 안무만 제대로 추면요, 진짜 호흡을 못할 정도로 힘들어요.
크리스탈: 저희가 라이브를 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는 게 100%라고 하면 80%만 힘을 주는 걸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만약 라이브를 안 하고 안무만 제대로 추면 죽어요. (웃음)
루나: 그만큼 저희가 독하게 했어요. (웃음)

독하게라는 게 어느 정도에요?
f(x) : 될 때까지!

안무 외우기는 어렵진 않았어요? 정말 복잡한데.
크리스탈: 독하게 해서, (웃음) 다섯 명이 춤을 다 좋아해서,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면 바로바로 따라 해요. 선생님들이 “야, 너네 금요일 날 방송인데, 그냥 뭐 하루만 하자?” 이런 식이에요. (웃음)
루나: 멤버들이 되게 욕심이 많아서, 작은 거라도 지적 받으면 바로 다음날 고쳐요. 알고 보면 막 밤에 몰래 연습하고. 서로 그런 걸 보고 놀라요.

그렇게 연습했는데 설리는 한 번 틀렸죠? (웃음)
설리: 아하하하하.
엠버: 저도 이번에 틀렸어요. (웃음)

“CF 촬영은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f(x)│“난해한 가사, 퍼포먼스로 이해시키고 싶다” -1
f(x)│“난해한 가사, 퍼포먼스로 이해시키고 싶다” -1
웃음으로 넘기지 마시고 (웃음) 틀릴 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
크리스탈: 궁금하다. (웃음)
설리: 그게 ‘딱 세 번 싸워보기’ 부분이었어요. 원래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면서) ‘딱 세 번 싸워보기’ 이러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노래를 부르는데 ‘독창적’ 이라고 한 거예요. 그러다 ‘독창적 싸워보기’가 됐어요. (웃음) 말은 싸워보기인데 손은 세 개가 나가있고. “어?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이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헤헤.

엠버는 뒤에서 당황하던데.
설리: 눈이 땡그래져가지고. (웃음)
엠버: 이어폰으로 모니터를 하면서 듣는데 제가 이제 한국말도 잘 들리거든요. 그런데 설리가 노래 부르다 갑자기 끊는 거예요. “왜왜 설리는 노래 안 불러?” 이랬어요. “어, 가사 틀렸구나!”

그래도 남들 보기엔 무표정하게 잘 부르던데요? CF에서도 아주 정색을 하고 춤을 추고.
크리스탈: 그게 저희가… 무표정으로 해야 됐어요. 그런데 너무 웃겨서 계속 참는 게 광고에 보이는 거에요. (웃음)
엠버: 연습보다 선생님이가, 이런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저희는 그 필대로 가요.
루나 : 선생님이. (웃음)
빅토리아: 처음에는 재밌게 하려고 했는데, 느낌이 안 나왔어요. 차라리 표정 없이 하자고 했어요. 사실 너무 웃기는데 계속 참고 있었어요.
설리: CF를 찍는데 클럽에서 사람들이 옆에서 박자를 맞춰주잖아요. 저는 그걸 몰랐어요. 춤을 추는데, 옆에 사람들이 왜 있지?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분들이 제가 춤을 추는데 옆에서 (쳐다보는 제스처를 하며) 이러면서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 사람 뭐야? 이 사람 뭐야?” (웃음)

빅토리아는 무용을 배우다 f(x)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춤을 추는데, 배우기는 어때요?
빅토리아: 어려워요. 쓰는 힘이 달라요. 옛날에 무용 할 때는 (손 뻗으면서) 길게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여기(어깨)도 힘주고, 무릎도 힘줘야 하고. 옛날에 배운 걸 다 잊어버려야 하고, 초등학생 같이 다시 다 배워야 되는 것 같아요. 멤버들한테 많이 물어보고 배웠어요.
크리스탈: 저희가 춤을 다양하게 배우거든요. 섹시한 춤, 귀여운 춤, 파워풀한 춤. 종류별로 다 배웠어요.
엠버: 발레까지 배웠어요.

빅토리아가 중간에 다리를 올리는 춤은 어떻게 해서 나온 거예요?
빅토리아: 놀 때, 쉬는 시간에 (그 부분에서) 그냥 발을 찼어요. 그런데 안무 짜주시는 선생님이 괜찮다, 여기 넣자고 했어요. 제 생각에도 여기에 포인트를 넣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빅토리아는 보통 사람들이 팔 올리듯 다리를 올리는데 (웃음) 시구 때도 하이킥을 하던데요? (웃음) 중국은 야구가 활성화된 나라가 아닌데, 어떻게 배웠어요?
빅토리아: 매니저 오빠가 그냥, 공 잡고 거기 잡는 사람 있잖아요. 투수? 포수? 아, 포수. 포수 보고 던지면 돼 이랬어요. 그래서 “아, 그래요?”하고 던졌는데 어? 느낌 좋은데 그랬어요. (웃음)
크리스탈: 보통 여자가 던지면 포수까지 공이 안 간다고 하는데 공이 가는 거예요.
빅토리아: 처음엔 너무 멀어서 어떡해요? 좀 가깝게 하면 안 돼요? 이랬는데 그 쪽에서 “안돼요” 이랬어요. (웃음) 그런데 던지니까 공이 그대로 간 거예요.

“드림 콘서트에서는 많이 응원 해줘서 떨렸다”
f(x)│“난해한 가사, 퍼포먼스로 이해시키고 싶다” -1
f(x)│“난해한 가사, 퍼포먼스로 이해시키고 싶다” -1
드림 콘서트에 올라갔을 때는 어땠나요? 여러 가수들이 한꺼번에 나오고 팬들이 풍선을 흔들면서 응원하는 건 한국적인 문화인데.
엠버: 어, 그, 팬클럽 많잖아요. 다른 팬클럽이 우리를 좋아할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다 예쁘게 봐주셔서 진짜 좋아요. (웃음)
크리스탈: 다들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굉장히 떨렸죠.

소녀시대의 제시카와 드림콘서트에서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찍혔던데요. 언니가 뭐라고 하던가요?
크리스탈: 언니요? 아무 말 안했는데. 그냥 제 손잡고 계속 사람들한테 막 손을 흔드는 거예요. 그래서 “아, 뭐야?”, “그래, 알았어, 알았어” 하면서 계속 손 흔들고. (웃음)

KBS 이나 SBS 에도 같이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어떤 얘기를 했어요?
크리스탈: 첫 예능이 이었는데, 그 때 언니랑 처음 나갔어요. 제가 예능을 잘 모르는데 언니가 있어서 안심이 됐어요. 언니는 많이 나와 봤으니까, 내가 실수하면 커버해줄 거고. 제가 진짜 실수를 해서 말을 잘 못했는데 언니가 대신 말해줘서 거기 나온 분들이 “아유 든든하겠다. (제시카를) 어리게만 봤더니 동생 있다고 챙겨주네” 이러시는 거예요. 굉장히 좋았죠.

에서는 실수하는 게 캐릭터가 된 거 같던데요? 운동하는 동작을 따라할 때 큰 웃음 주던데. (웃음)
크리스탈: 아, 그거. (웃음) 저는 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지? 이랬는데 보니까 웃기더라고요.

아까 사진 찍을 때도 예쁘게 보이려고 한다든가 이런 걸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던데요. 앉을 때도 털털하게 앉고. 에서는 높이뛰기 신기록도 내고. (웃음)
엠버: 진짜 털털해요.
크리스탈: 원래 그래요. 사실 높이뛰기는 처음 해봤어요. 그런데 (샤이니) 민호 오빠가 어떻게 해라, 이러니까 그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원래 달리기를 좋아해요. 그냥 생각 안하고 빨리 뛰어야지 하면서 다다다다. (웃음)

크리스탈은 머리를 묶고 화장을 지웠을 때는 지금처럼 메이크업 한 거하고 굉장히 느낌이 달라요. KBS 에서 김나운 씨가 “맑다”고 얘길 하던데.
크리스탈: 어, 저는 양쪽 다 좋아요. 여러 면을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자연스러운 게 좀 더 좋아요. 머리도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잔머리를 정리 해주면 “잔머리 안 만져도 돼요” 이러면서 막 부스스하게 나가고.

반대로 설리는 아까 잔머리가 많다고 걱정하던데요?
설리: 아 저는, 잔머리가 심하게 많아요. 사람들이 “너는 나중에 진짜 남편한테 너무 사랑 받겠다” 그래요 하하. 그래서 잔머리를 정리해야 해요. 제가 좀 반곱슬이에요. 크리스탈은 생머리라 안 그런데, 잔머리를 정리 안하면 너무 지저분해요.

은 한국어를 갖고 노는 코너가 많은데, 빅토리아와 엠버는 힘들지 않았어요?
엠버: 얘(크리스탈)가 무슨 문제를 맞히면 빅토리아하고 저한테 넘어가는데, 계속 “나한테 오지 마라, 나한테 오지마” 이랬어요. (웃음)
크리스탈: 저희도 못 푸는 걸 언니들이 어떻게 풀겠어요. (웃음)
빅토리아: 크리스탈이 문제를 못 풀면 “언니, 미안” 이래서 “괜찮아, 괜찮아, 언니도 몰라. 안 해도 돼” 이러죠. (웃음)
크리스탈: 작가 언니가 저한테 “너 여기서 못 맞추면 뒤에 있는 애들 얼굴 안 나온다”라고 하셔서 얼굴 비추려면 내가 맞춰야하는구나 했는데 하나도 못 맞췄어요.
빅토리아: 저도 못 맞춰요. (웃음) 에서도 많이 배웠어요. 모르는 단어나 문화 같은 거.

인터뷰. 최지은 five@
인터뷰. 이가온 thirteen@
정리. 강명석 two@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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