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홍수아? 그러면 사람들이 잘 몰라요. 하지만 ‘걔 시구 잘하는 애 있잖아, 홍드로.’ 이러면 다들 ‘아 그 애?’ 이러면서 기억해줘요. 그런 면에서 정말 저에게 큰 플러스 요인인 거 같아요. 사실 정말 오래 쉬었기 때문에 잊혀질 수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팬들에게 기억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저에게 홍드로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홍드로가 소중해요.”

프로야구 30여 년의 역사는 수많은 시구자를 남겼지만 그 중 명예의 전당에 오를 단 한 사람을 고르라면 아마 모두들 주저 없이 ‘홍드로’ 홍수아를 꼽을 것이다. 시구의 역사는 ‘홍드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운동화에 편한 복장을 하고서 한껏 인상을 찡그리며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지는 모습은 야구팬들에게 소위 ‘개념시구’라는 개념으로 불렸고, 그 이후 랜디 신혜(박신혜), BK 유리(소녀시대 유리), 채영 배켓(이채영) 같은 후발 주자들을 양산하는데 이른다. 그래서 그녀의 말처럼, 연기자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MBC 나 KBS 같은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말하는 것보다 ‘홍드로’라는 별명을 말하는 게 그녀를 설명하기 훨씬 편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것은 연기자로서 득일까, 실일까.

만약 그녀가 ‘홍드로’라는 대중적 별명에 안주하는 타입이었다면, 혹은 반대로 연기자로서의 자의식 때문에 ‘개념시구’로만 기억되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면 결국 ‘홍드로’는 그녀에게 한계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홍수아는 “제가 누군지 모르면 낮은 인지도 때문에 연기 활동을 하기 힘들 텐데 홍드로 때문에 높게 쳐주세요. 그 별명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다방면에서 열심히 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주시더라고요. 실제로 저 역시 뭐든 최선을 다해서 끝장을 보는 타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즉 ‘홍드로’는 연기자 활동의 바깥에서 얻은 잉여가 아닌, 연기를 비롯한 모든 것을 열심히 하는 홍수아의 상징 같은 것이다. 다음은 마침 비 오는 날 진행된 인터뷰에 맞춰 뭐든 열심히 하는 그녀가 꼼꼼히 골라준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곡들이다. 프로야구에 어울리는 BGM을 원한 이들에겐 의외의 리스트일지도 모르지만 ‘홍드로’ 이전의 홍수아를 알기엔 좋은 선곡일 것이다.
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1. 이루마의 < From The Yellow Room >
“워낙 잔잔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좋아해요. 그 중에서도 연주곡을 많이 듣는데 집에 혼자 있을 땐 특히 이루마 씨 음악을 자주 들어요. ‘Kiss The Rain’ 같은 곡은 되게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잖아요. 집에서 청소하고 책 읽고 쉬면서 참 많이 들었어요. 밤에 잠을 청할 때 듣기에도 정말 좋아요. 몇 곡 되지 않아 어느새 잠이 들거든요. 하하하.” 그녀가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곡으로 골라준 첫 번째 리스트는 제목부터 비를 맞는다는 뜻의 ‘Kiss The Rain’이다. 조지 윈스턴의 ‘December’ 같은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우리에게도 대중적인 뉴에이지 연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이들에게 이루마의 등장은 작은 선물과도 같았다. 그의 감성적인 멜로디는 다양한 배경에 깔리며 소개되었고, 그중에서도 ‘Kiss The Rain’은 이루마를 잘 모르는 이들조차 한 번은 들어봤을 대중적 넘버다.
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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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enny G의 < The Essential Kenny G >
이루마의 ‘Kiss The Rain’처럼 홍수아가 소개하는 곡은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그 멜로디만큼은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곡들이다. 한 때 그 어느 팝스타보다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던 케니 지의 ‘Loving You’ 역시 그런 곡이라 할 수 있다. “케니 지의 ‘Loving You’는 정말 비 오는 날 듣기 딱 좋은 음악인 거 같아요. 색소폰 특유의 편안한 음색과 케니 지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잖아요. 그러면서도 한 번 들으면 바로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귀에 쏙쏙 들어오기도 하고요. 그런 게 이루마나 케니 지 같은 연주 음악의 장점인 거 같아요.” 정통 재즈 팬들에게는 ‘팝 재즈도 재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철저히 대중친화적인 케니 지의 연주는 그만큼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게 사실이다. ‘Loving You’를 비롯한 그의 대중적 곡들을, 또한 케니 지라는 대중 아티스트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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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AM의
“제가 최신곡을 잘 몰라요. 그런데 2AM의 ‘죽어도 못 보내’는 노래가 정말 좋아서 자주 듣고 있어요. 사실 제가 좀 보수적이라 아이돌 그룹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그냥 무대의상만 번드르르하고 노래보단 춤만 많이 연습할 거라는. 그런데 2AM은 잘 모르는 제가 들어도 정말 실력파 가수인 거 같아요.” 그녀의 말대로 2AM은 최근 예능에서의 선전 이전에도 ‘노래 잘 부르는 아이돌’로서 자신들만의 확실한 변별지점을 만들었던 그룹이다. 그리고 그들 네 명의 화음을 통해 비로소 폭발력을 얻는 ‘죽어도 못 보내’의 후렴구는 보컬 그룹으로서 2AM의 정체성을 증명한다. “사실 노래의 가사는 잘 모르겠어요. 노래를 들을 때도 연주곡을 들을 때처럼 멜로디에만 집중해서 듣거든요. 그런데 ‘죽어도 못 보내’는 2AM의 목소리와 멜로디만으로도 가슴에 꽂히더라고요.”
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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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The Prince Of Egypt OST >
“쉬는 시간 동안 집에서 혼자 영화나 만화를 많이 봤어요. 원래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 를 보면서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이 함께 부른 ‘Prince Of Egypt (When You Believe)’가 기억에 남네요. 둘 다 정말 최고의 보컬리스트잖아요. 두 사람이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추천할만한 곡인 거 같아요.” 비록 현재의 이름값이 가 개봉했던 시기에 비해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고음역의 머라이어 캐리와 흑인 특유의 풍성한 음색과 감성을 자랑하는 휘트니 휴스턴이 만났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모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곡 역시 경건한 분위기지만 클라이맥스에서 불을 뿜는 그들의 목소리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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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Bodyguard OST >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나온 역시 최근 집에서 쉬면서 다시 재밌게 본 영화예요. 사실 라고 하면 역시 ‘I Will Always Love You’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보다는 휘트니 휴스턴의 다른 곡인 ‘I Have Nothing’을 추천하고 싶어요.” 아마 휘트니 휴스턴 인생의 정점이라면 의 타이틀롤을 맡아 ‘I Will Always Love You’를 부르던 시기가 아닐까. 최고의 가수이자 스타로서 한국에까지 그 이름을 알리던 그녀는, 하지만 약물 복용과 가정 문제 때문에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했었다.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은 그녀도 쉽게 행복을 얻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I Have Nothing’이라는 곡의 제목이 한층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홍수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들
“평범한 일상을 갖는 거잖아요. 연기를 하려면 경험이 많아야 하는 거라 저에겐 더 필요한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그냥 어머니 아버지와 나물도 뜯으러 다니고 겨울에 수산물 시장 같은 곳도 가보고. 고등학교 때 데뷔를 해서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걸 경험하고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조급하게 다음 작품을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2009년 4월에 종영한 이후 거의 1년 동안 쉬고 있는 것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얼핏 욕심 없는 태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여유로움은 “경험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걸 연기할 때의 차이가 커서” 더 많은 걸 경험하려는 더 큰 욕심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그녀는 다음 작품을 하게 될 그날까지 자신의 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하며 연기자 홍수아의 내면을 더욱 풍성하고 만들고 있다. 때론 음악을 들으며, 때론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뿌리며.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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