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We`re With You’ 말이구나. 조금만 검색해 보면 KBS 입장을 알 수 있을 거 아니야. ‘특정’ 방송사의 월드컵 응원송으로 사용되는 노래를 자기네 방송국에서 틀 수 없다는 얘기지.

보도용 자료가 궁금한 거야, 내 의견이 궁금한 거야?

우선 KBS 예능국 측은 상업적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월드컵송은 KBS 예능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없다는 걸 공지한 상황이야. 그러면서 SK텔레콤 광고 음악이기도 한 김장훈과 싸이의 ‘울려줘 다시 한 번’이랑 역시 통신사인 KT의 광고 음악으로 활용되는 황선홍 밴드의 ‘The Shouts Of Reds’ 같은 곡들을 방송 불가하기로 했어. 여기에 카라의 ‘We`re With You’ 역시 포함된 거고.

물 타기지. 명백한 광고용 음악을 방송에서 배제하면서 그 잣대를 얼렁뚱땅 카라에게까지 적용했다고 할까? 그것 때문에 네티즌들이 KBS를 비난하는 거기도 하고. 사실 민망할 정도로 의도가 빤하게 보이잖아. SBS가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응원송으로 사용되는 곡에 구태여 자기들이 힘 보태줄 이유가 없다는 거지. 사실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는 있는데 심의라는 공적인 과정에서 그런 일을 한다는 건 참 실망스러운 일이야. 자기네들이 월드컵을 공동 중계해야 한다고 외쳤던 건, 월드컵이 국민적 축제이기 때문이었던 건데 정작 자기네가 방영할 수 없으니 아예 즐기지 말라는 심보 같아.



2006년 KTF가 공개한 응원곡 ‘Reds Go Together’와 황선홍 밴드의 곡과는 별다른 당위적 차이가 없지.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선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나는 이것도 좀 의문이야. 사실 2006년 월드컵 때 버즈가 부른 응원곡 ‘Reds Go Together’는 붉은 악마와 손잡은 KTF가 공개한 곡이었거든. 지금으로 치면 KT가 공개한 황선홍 밴드의 곡과 별다른 당위적 차이가 없지. 비슷한 시기, SK텔레콤이 내놓은 응원가인 윤도현 밴드의 ‘애국가’ 록 버전은 SK가 2002년 월드컵 때 마케팅 수익을 얻은 것에 비해 한국 축구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 때문에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이건 방송사의 입김보다는 축구 팬들의 자발적 움직임이었지.

그런 셈이지.

그럴 수도 있지. 사실 아까 말한 2006년의 월드컵 응원가는 2002년의 대박을 경험했던 통신사들이 작정하고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 거니까. 하지만 이걸 그냥 상업적 의도라는 기준만으로 뭉뚱그리기엔 어려운 점이 있어. 당시 KTF는 월드컵 서포터인 붉은 악마의 공식 스폰서였으니까. 스폰서 도움 없이 붉은 악마 내부의 누군가가 응원가를 만들어서 배포했다면 깔끔했겠지만, 실제로는 그게 어려운 상황에서 스폰서 기업이 유명 가수를 섭외해 응원가를 만든 걸 단순히 상업적이라 문제라고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맞는 말인데, 솔직히 2002년에 4강 올라가기 전에 그렇게 월드컵 응원가 만들어 부르고 줄기차게 응원했던 이들이 붉은 악마 외에 얼마나 되겠냐. 네 말대로 월드컵은 우리 모두의 것이겠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국민이 머리 맞대고 응원가 만들 수는 없는 일이잖아. 결국 적극적인 누군가 구심점이 되어 그런 걸 만들고 그게 차츰 우리 모두에게 전파되는 게 상식적인 거 아니겠어? 그게 바로 2002년의 ‘오 필승 코리아’ 같은 곡이지. 사실 이 곡도 유럽에 퍼진 작자 미상의 응원곡을 부천 FC 서포터즈가 쓰던 걸 새로 응용한 거야. 그렇다고 사람들이 이 곡을 ‘특정’ 팀을 위한 곡이니 쓰지 말자고 하진 않잖아. 오히려 이런 소스를 만들어준 부천 서포터즈에게 감사해하는 게 더 맞는 일이겠지. 이걸 널리 퍼뜨린 붉은 악마에게도.



2002년 국민적 호응을 얻은 ‘오 필승 코리아’가 있는 마당에 매번 새로운 응원곡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네가 이해하기 쉽게 둘로 나눠서 대답할게. 우선 여태껏 월드컵 응원가가 만들어졌던 메커니즘을 따졌을 때, 상업적 용도 어쩌고 하는 기준으로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리는 건 어불성설이야. 둘째, 하지만 이렇게 기업 스폰서가 주도해 월드컵 응원가를 만드는 메커니즘 자체는 분명 문제야. 즉, 현실적으로 기업이 만든 응원가가 아니라면 공식 응원가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만든 응원가라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웃기는 일이지만, 앞으로 차차 그 현실을 개선해나갈 필요는 있단 거지.

가장 좋은 예는 역시 ‘오 필승 코리아’겠지. 축구팬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곡이 정말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들에게 퍼져나간 거니까. 솔직히 나는 붉은 악마가 기업의 지원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보지만 2002년 전 국민적 호응을 얻은 이 곡을 굳이 2006년에 ‘Reds Go Together’로 대체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어. 아니, 대체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인위적이었다는 게 문제겠지. 사실 응원을 위한 신곡을 새로 발표한다는 게,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아?

꼭 응원을 위해 새로운 곡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야. 가령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 FC 서포터들은 게리& 페이스메이커스라는 밴드가 부른 ‘You`ll Never Walk Alone’을 응원가로 사용하는데 팀 컬러와 곡 가사가 너무 절묘하게 어울려서 누구도 이 곡이 리버풀의 것임을 의심하지 않지. 종목은 다르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부산 갈매기’도 마찬가지야. 누구도 문성재의 원곡이 응원가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시비하지 않잖아. 중요한 건, 그 곡과 함께 쌓여가는 역사와 애정이지. 만약 붉은 악마 외에도 축구팬 커뮤니티가 활성화됐다면 그냥 그들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부르던 곡을 그냥 쓰면 됐을 텐데, 그게 없으니 지금처럼 상업적 의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응원가들이 4년 주기로 등장하는 거겠지.

바로 그거야. 만약 그렇게 자발적으로 형성된 곡이 있는데도 굳이 인위적으로 뜯어고친다면 정말 비효율적이고 멍청한 짓이라 할 수 있겠지.

왜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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